작가명 :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명 : 13계단
출판사 :
13계단이 재밌다는 글을 보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언뜻 뽑아든 책. 그대로 쭉 읽다가, 도서관이 6시까지라 그 전에 다 읽어야 했는데 시간이 안돼 마지막 몇페이지를 못 읽고 나와버렸네요 ㅠㅠ
13계단은 사형수가 오르는 13개의 계단을 뜻하는 동시에, 일본에서 사형수가 사형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13명의 관료의 직인을 뜻하며, 마지막으로 머리의 부상으로 인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사형수가 유일하게 떠올린 계단을 뜻하기도 합니다.
십삼계단은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형수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매일 한번, 저승사자(사형집행인)가 찾아오는 시각인 아침10시(기억에 의존한거라 정확 ㄴㄴ)를 가슴을 졸이며 기다립니다. 혹여 저승사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제발 자신의 방문앞에서 멈추지 않길 빌고 또 빌죠.. 뭐 사형수는 사형당할 범죄를 저지른 놈들이니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글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인물의 내면 깊숙한 곳의 공포와 독백을 읽게 하는 작가의 문체는 참으로 건조하고 간결하고 직접적이라 오히려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 사형수는 참으로 억울합니다. 그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는 자신이 죄를 저지른지도 모릅니다. 사건당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거든요..그렇기에 오히려 개전의정(가해자가 반성함으로써 감형)이나 은사(행정부에서 정상을 참작하여 임의로 감형)같은 감형수단의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죠..만약 그가 스스로 죄를 저질렀음을 자백하고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내세웠다면, 사형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죠..13계단은 작품 내내, 작품의 두 주인공중 한명인 교도관 난고의 사색을 통해, 일본 사형제도가 가지는 비합리적인 면을 계속 상기시킵니다..
이제 소설은 다툼끝에 사고로 사람을 죽인 청년 준이치가 가석방되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준이치의 살인 탓에 집안을 기울고 가족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굴레를 쓰고 살아가야 했죠. 거기다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 때문에 20년간 빚에 허덕이며 살게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그런 쥰헤이에게 교도관 난고가 동업을 제안합니다..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어느 독지가가, 기억을 잃은 사형수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밝혀내면 거액의 상금을 주겠다고 의뢰한 것입니다. 난고는 갱생에 대해 고민해왔고 준이치가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으며 그의 갱생을 돕고 싶다는 심정에 준이치와 함께 일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사형수가 언뜻 떠올린 단 하나의 기억, 자신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는 사실만을 단서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전개로 이어집니다..과연 사형수는 정말 범죄를 저지른걸까요? 진범은 누구일까요? 범행 당시 그 근처에서 가출해 있었던 준이치는 과연 이 사건과 무관한 것일까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을 잃지 않습니다. 이 흡입력은 작가의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체와 긴장을 잃지 않는 구성 덕인것 같습니다..꽤나 두꺼운 한권의 책인데도 사건의 진행이 어떘는지 생생하게 기억나는걸 보니 참으로 작가가 글을 통한 전달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일본 작가들의 책은 이런 경우가 많은데(미야베 미유키나..) 대체 그 비결이 뭘까요?
어쨌든 분명 재밌는 책이니, 도서관에서 볼게 없으신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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