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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aeB
작성
08.08.21 02:40
조회
4,221

작가명 : 윤미나

작품명 : 괴 물(전3권)

출판사 : 신영미디어

(미리나름 多)

로맨스소설은 내용이 '아기자기하고, 인간의 상처를 담고있지만, 그리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라고 여겨왔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로맨스가 목표이니까요.

그저 순수히 주인공들이 부럽다, 사랑, 생활, 재벌, 권력, 유머, 만남이런 요소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차원에서 보는 편입니다. 시간도 때울겸, 뭔가 자극하고 신선한 것을 낚을 마냥....

그렇기때문에 소름끼치고, 오싹하며, 내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만들어낸 이 소설이 더욱 특별하다 여기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여주인공 신유화>는 어릴적 아역배우로 비교를 하자면, 문근영보다 훨씬 잘나가는 연기자였습니다. 그러나 19살, 원치않았던 강간, 유린을 당하고 그 속에서 아이가 잉태함으로써 아이를 버리고 그 후 19년을 철저히 신유화라는 인물을 죽이고 민유화로 살아갑니다.

<남주인공 진시걸>은 어머니의 사랑을 왜곡된체 바라보며 자신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여기며 크지요. 하필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이라 자신은 다 버림받아왔다고 큽니다.

비단, 이 남여주인공 뿐 아니라,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역들>은 하나씩, 다 큰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딸을 대신하여 모든 원망을 뒤집어 썼던 <어머니>, 진정 사랑을 깨달케해 준 연인과 그 사이의 아들을 버린 <유부남>, 냉랭한 부모님 속에서 고통받으며, 자신의 성적취향때문에 아파할 수 밖에 없던 <오빠>, 한순간의 충동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딸을 볼때마다 죽고싶은 마음이 드는 <죄인>등등

소설을 다른 로맨스들과 비슷하게 시작됩니다. 감독(여주)이 자신의 상처와 경험이 유사한 대본을 받아들이면서 주연진들을 섭외하면서 부터 자신이 원치 않았던 남배우(남주)가 결국 캐스팅되고 끈질긴 남주의 달라붙음과 서서히 들어다는 사람들의 상처로부터 끝없이 자해하며, 악을 쓰고, 아프다 울부짖고, 너무 울어 눈물이 메말라버리고, 끝없이 원망하고, 끝없이 용서치 못하고, 끝없이 저주내리지만 결국 다 받아들이고 감내하며 용서하며 치유되는 소설입니다.

괴물은 넓게 보면 상처를 가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좁게 보면 강간과 여성의 위치, 나약함등을 집중적으로 다룬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저 한번 재미삼아 건들이기에는 주제가 너무 무겁고, 외면하자니 마음이 너무 짠합니다. 시간을 내셔서 정독하셨으면 좋겠네요

두서없는 감상글이 되었지만, 마지막으로 좀 길지만 본문에서 빼왔습니다. 대본 속 또하나의 자신을 "연기"하며 절규하고, 세상에 외치는 연기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부분,부분은 삭제했습니다.)

"저치가 잊으라고 하디? 네 부모가, 네 가족이 잊으라고 하디?"

경멸, 비웃음, 차가움, 진기의 눈에 보여지는 서늘한 시선은 오싹했다.

"어느 날 내 엄마가 말했어."

음산한 목소리에 조롱기가 느껴졌다. 불길한 여운마저 감도는 조롱에 예린과 동해가 긴장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저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라고. 그냥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한 거라고. 하, 하하.."

짧은 웃음에 담긴 경멸, 혼란. 몇 번이고 수정된 대사가 연습 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자꾸 애로를 표현하는 그녀에게 진기의 대답은 하나였다.

"저들은 간과하는 게 있어……."

카메라엔 비치지도 않는 연약함을 감추듯이 그녀가 일어섰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여성 교도관이 경계태세로 돌입했다. 그녀가 난동이라도 부릴 것을 걱정하듯이. 수빈은 교도관을 무시하고 벽 한쪽으로 작게 난 창문으로 돌아섰다.

'준비됐니?'

유화는 신유화의 물음을 들었다. 오래 전 그녀가 버리고자 했던, 버렸던 신유화가 자신 안에 살아있음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녀는 대답했다.

-준비됐어. 나를…… 또 너를 세상에 드러내는 거, 그게 우리가 해야할 몫이니까. 자, 가자. 사람들을 깨우쳐주러.

'아플 거야.'

-그렇겠지. 그럴 거야……. 준비됐니?

'가자.'

카메라가 이동해 그녀의 등을 잡는 순간 그녀는 입을 열었다. 고요한 아픔, 고요한 고뇌, 너무나 고통스러워 몸을 휘감는 절망이 그녀를 휘두른다.

"미친개한테 물려도…… 상처는 남아. 갑작스런 교통사고? 그래도 피는 뚝뚝 떨어져……."

-그렇지?

'그랬어.'

"그런데! 아무 일도 아니래……. 근데… 왜 아프지? 아무 일도 없었다며……. 그런데 내 심장은 왜 이렇지……?"

"근데… 왜 아프지? 왜……, 왜……?"

그는 굳이 이수빈의 등을 보려하지 않았다. 예린의 얼굴에 서리는 통한의 그림자가 유화의 얼굴에도 떠올라 있을 테니까. 그는 온전한 동해가 되지 못했다. 예린이 토해내는 감정을 유화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절망해 간다. 지금 그는 민유화를 사랑하는 한 남자일 뿐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데… 왜 여기에 멍이 들었지? 내 팔다리가 부서져나갔는데… 왜……?"

등만 보이는 수빈이 가슴을 움켜쥐면 예린도 움켜쥐었다. 수빈이 숨을 몰아쉬면 그녀도 숨을 몰아쉬었다. 예린이 간헐적으로 내뱉는 헐떡임, 시걸에게 그것은 유화의 것이었다. 수없이 지켜본 그녀의 얼굴이었다.

"아무 것도 아니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며!"

"근데 도대체 난 왜 아픈 거야! 아플 일이 없는데 난 왜 이 모습이란 말이야아아--!! 왜 내 속은 터지고! 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왜 타는 분노가 내 속을 뒤집고! 왜 미치겠냔 말이야아아--! 아무 일도 없는데, 왜에-에-에-에-에---!"

퍽퍽퍽! 수빈의 주먹이 벽을 두드렸다. 마치 광기로 미친 여자처럼. 칙칙, 수갑이 흔들리며 빛을 발했다. 여성교도관이 벌떡 일어서는 것과 그녀가 팩 돌아서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날 처음으로 그녀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피가 뚝뚝 흐른다는 대사를 그토록 극명하게 보여주는 눈동자가 또 있을까? 그녀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고통이 좌중을 압박했다. 예린도 사로잡혔고 좌중도 사로잡혔다. 시걸의 눈이 예린에게서 떨어져 그녀의 광기를 마주보았다. 시작이니? 봐 줄게. 네 속에 있는 전부를 쏟아내 봐.

"난! 성, 폭행을 당했고!"

그의 바램처럼 유화는 쏟아버렸다. 숨겨왔던 아픔, 외면해야 했던 고달픔. 마음껏 쏟아내며 자신을 해방시켰다. 오랫동안 절망했었지. 오랫동안 나를 벌줬지. 내가 왜!

"성, 유린을 당했고! 성, 착취를 당했다! 내 인권은 말살되었고 내 여성은 살해당했다! 이것이 내가 당한 일이다! 잊지 마라! 절대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야! 기억해라! 내 잘못은 내가 여자였다는 것! 그들보다 힘이 약했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그것은 예린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터트리는 분노였다. 그리고 그것은 메시지였다. 세상을 향한 메시지. 강간을 당한 여자들에게 '너도 잘못이 있지 않겠느냐' 내려다보는 무리들, 비꼬는 무리들, 강간범을 정당화시키는 무리들.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다. 이것을 전달하려 긴 세월 외면했던 고통을 마주보며 파란을 강행했다.

"넌!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야!"

유화는 눈을 내려 예린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에 연습 때에는 느끼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저렸다. 그녀는 곧바로 예린의 상처가 선명한 손목을 쏘아보았다. 그것이 뜻하는 의미를. 죽어야했던 유빈, 죽여야했던 신유화.

"감히 죽으려고 했니-? 왜! 잊고 싶어서-? 감히 네 죄라 생각했니-? 감히 네가 내 동생을 죄인으로 만들었니-?"

물음의 끝마다 가느다란 비음이 높아지며 울먹임을 만들었지만 한번도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그들이 죄인이었다! 그들이 괴물이었다! 죗값을 치러야하는 건 네가 아니라 그들이었단 말이다! 넌! 그리고 난……. 죽을 만치 괴로웠고 죽을 만치 두려웠던 것 뿐이야……. 심장이 묘하게 가라앉는다.

"저치들이 뭐라 지껄이건 다 개소리로 들어. 울고 싶으면 울어, 소리치고 싶으면 소리쳐. 넌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때려부수고 싶으면 다 때려부수고 발광해. 단 하나 네가 잊지 말아야할 건…… 넌 잘못이 없다는 것……."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가슴이 불게 타는것같아서;

왠지 정신없이 적어내렸네요;;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50 머저리
    작성일
    08.08.21 03:09
    No. 1

    뭔가 좀 더러운 느낌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레니우스K
    작성일
    08.08.21 09:37
    No. 2

    영화 괴물의 소설화입니까?
    그건 휘긴님이 쓰셨다고 들었는데...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8.08.21 09:40
    No. 3

    괴물(전 3권) 윤미나 신영미디어
    <a href=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976820
    target=_blank>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976820
    </a>
    개인적으로 이런류(성폭행이나.. 여성의 상처등등)는 싫어하기 때문에... ... 결국은 구원이 목적이겠지만... ... 이해와 화해를 위해 주인공들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건.. ...(넌 더 심하잖아!! 주인공=폐륜아..그렇군.. ..)

    ps. 여성이라면 공감할이야기 남성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이야기... ..라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쭌님
    작성일
    08.08.21 09:58
    No. 4

    상처를 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듯한 소설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멈무
    작성일
    08.08.21 10:50
    No. 5

    꼬마철학자님, ...더럽다구요? 뭐가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nacukami
    작성일
    08.08.21 11:14
    No. 6

    저는 이외수님의 괴물로 알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8.08.21 11:29
    No. 7

    꼬마 철학자님의 말씀이 더러운 세상이라는... ... 의미라면.... ...저도 공감합니다... 더럽고... 어둡고... 더구나 현실에서도 빈번한 일이란게 더 기분 더럽게 만들죠.... ... 설마.. 다른 의미의 더럽다는 아닐꺼라고 생각합니다... ... 어쨌든... ... 다른 사람들 리뷰를 보니.. ... 한번 쯤 읽어볼만할 것 같긴하지만... 취향이란건 무시 못할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김재진
    작성일
    08.08.21 15:28
    No. 8

    우리 말에 '아'다르고 '어'다른 법인데 오해받기 싫으면 본인이 생각해서 써야 하지요. 꼬마철학자님의 덧글은 참 더럽게 읽혀지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머저리
    작성일
    08.08.22 03:48
    No. 9

    애향님// 제가 좀 표현을 잘못한 거 같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말을 쓴 이유는 성폭행이라는 씁쓸한 주제를 소설로 써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로 윤리적으로 용서되지 않는 행동들을 보면 참 더러운 느낌이 납니다. 절대로 소설을 비하하는 소위 까는 말은 아니었고, 오해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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