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키타야마 켄타로
작품명 : 전파적 그녀
출판사 : 학산문학사
전역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이건만, 초라한 알바 인생이란 슬프기 그지없다.. 손님도 없이 적적한 카운터를 지키다 문득 문피아가 생각나 노트북을 열었다. 생소한 작품들이 여럿 보여 죽죽 읽어내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지난 몇 년 동안, 읽은 소설들에 대한 평가가 무척 박해졌는데 이는 독서가로서의 안목이 상승한 걸까, 아니면 주제도 모르는 오만함에 지나지 않은 걸까.
푸념같은 서두는 그만두고, 오랜만에 사이트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나니, 그래도 여전히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소설이 불쑥 떠올랐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전파적 그녀'라는 소설인데, 괴이한 제목만으로도 유추가 가능한 '라이트노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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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일반인들이 '라노베'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여러 생각들 중 대다수는 부정적인 것들이겠지만.. 포화 상태가 진행되어 지뢰작들이 범람하는 일본 라노베 시장에도 분명히 건질 만한 작품들은 있다.
그 사실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꼈다. 일단 문체를 보자면, 평이하다 하기에도 약간 어설프고 군데군데 조잡한 면이 있지만, 가독성만은 일품이다. 사실 훌륭한 문체와 가독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있고...
등장인물들 또한 클리셰에 충실한 것 같으면서도 라노베스럽지 않은 현실감이 있어 글을 읽어내리다 보면 거기서 느끼는 이질감이 신선함으로 전이되는 기이한 과정을 체감할 수 있을..지도.. 이는 매 권의 스토리라인을 형성하는 주요 에피소드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나 인간의 이기심을 통해 일어날 수 있음직한 사건들을 통해 충격을 주고, 다소 비극적인 해결 방식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현실의 음지에 숨어든 부조리들에 대한 일종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승전결의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작' 라노베 작가임에도 자신이 어떤 글을 쓸 것이고,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느껴진다.
앞서도 말했지만 주인공을 포함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언어유희 또한 수준급인데, 이는 특히 은혼같은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전형적인 일본식 언어 개그라기보다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 캐릭터성이 부여되는 과정을 통해 소소한 웃음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감이 이롭다.
철야 상태의 몽롱한 정신으로 되도않은 글을 끄적거리긴 했지만, 라노베라는 미명 하에 뭍혀버리기에는 굉장히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에 실로 오랜만에 감상글을 올려봤다. 새로운 읽을 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좋은 안내글이 되었으면 싶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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