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악산
작품명 : 괴공유록
출판사 : 로크미디어
# 1
사람들은 강한 것을 동경합니다. 힘, 권력, 명예, 재산……. 가진 자를 동경하고 자신이 그처럼 되고 싶어 하지요.
8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공포의 외인구단'은 바로 그 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강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그야말로 마초 근성을 제대로 뿜어내는 화두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시대상도 시대상이었지만 그 만화가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것은 그와 같은 사람의 본성을 기막히게 파고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강한 것에 대한 열망.
그것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여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인간의 폭력성, 가학성을 풀어주는 것은 아마도 '무협'이겠지요. 무협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거든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응징하고, 가식의 가면을 벗기고, 힘으로 약자를 억누르는 강자를 그보다 더 큰 힘으로 처단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턱대고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폭력이면 곤란합니다. 그런 식으로 표현된 글을 보고 우리는 깽판물이라고 부르지요. 단순한 깽판물을 원한다면 50원짜리 들고 오락실로 가지 누가 활자로 가득한 책을 볼까요. (아! 지금은 아니겠군요. 요즘은 오락실 찾기가 참 어렵네요. 제가 소싯적 '손오공(서유기?)'의 왕자로 이름깨나 날렸지요. 그 게임을 하다 엄마한테 머리끄덩이 잡혔을 때 '엄마! 좀 있으면 왕 나와요!'라고 용감하게 외쳤거든요. 그날 부지깽이로 미친 듯이 맞았지요.)
# 2
「괴공유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1,2권만 나왔네요.
이 글은 모든 무협이 그렇듯이 사람들이 원하는 그 열망의 극단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깽판물의 냄새는 없어요. 용비불패에서 용비와 잔월 일당과의 시원하고 화려한 액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잠깐 쉬고 일어났는데 나보다 나이도 몇 살 어려 보이지 않는 애들이 나보고 사숙이래요. 뭔 개소린가 싶었는데, 아니 글쎄 시간이 30년이나 흘렀다지 뭐에요. 지역에서 공동파와 세력을 양분했던 사문은 쫄딱 망했고, 무공은 약하지만 사람 하나만은 좋았던 사형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고, 사질이라는 애들은 변변찮은 무공으로 나한테 매달려서 질질 짜요. 황당하지요.
하아~ 어떡하지? 뭐 어떡하겠어요. 하나하나 해결해야지요. 근데 이게 만만치 않아요. 사문을 쫄딱 망하게 한 게 단순한 화재였는지 알았는데, 캐다 보니 그게 아니네요. 내가 갖고 있는 게 똥도 아닌데 똥파리는 또 왜 그렇게 꼬이는지…….
'왜?'라는 의문이 드는 장면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존재하고 극 중 인물은 그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입니다. 비문(非文)도 많지 않습니다. 괜찮지요? 요즘 이런 무협 만나기 쉽지 않지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좇다'를 '좆다'로 쓰는 등의 오타, 반'로'환동(反老還童)을 반'노'환동으로(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이상 두음법칙이 적용되지는 않지요.) 쓰는 등의 오기(誤記)는 아쉽네요.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왠지 슬퍼 보이는 눈빛' 등의 오글거리는 표현도 그렇고요. 읽으면서 그 문장에서 팔을 막 긁었거든요. (차가운 외면 속에 숨겨진 마음속 상처. 그래서 남주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여주는 그의 눈빛 속에 숨겨진 상처를 알아채는……. 으헉! 이건 로맨스 소설이잖아! ㅠ.ㅠ)
#3
추운 날입니다.
길가 좌판에서 귤을 한 봉다리 사서 방바닥에 엎드려 책 읽기 좋은 날이지요. 사는 게 꿀꿀하고 스트레스로 쌓은 탑이 63빌딩만큼 올랐다면 저녁나절 무협지 하나 빌려서 보는 것도 괜찮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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