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트슨
작품명 : 괴담갑
출판사 : 이타카
한동안 책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오트슨 님이 새 책을 냈다길래 샀습니다. 미얄은 전래동화의 재해석을 통해 괴담비슷한 분위기를 냈었고 갑각나비의 경우엔 살아있는 괴담이라고 할만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격 괴담을 내셨다지 않습니까. 당연히 질러줘야죠.
이 이야기는 '괴담갑'이라는 오리지널 괴담을 캔버스 삼아, 도시전설을 어레인지해서 물감으로 쓴 글입니다. 전 이런식으로 신화의 재해석이나 기존에 있던 걸 재해석하는 걸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덕분에 모 게임도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뭐, 이건 넘어가고.
재해석이라는 건 잘못하면 굉장히 촌스러워질 수가 있습니다. 단군신화 같은 걸 소재로 글을 쓴다고 해보세요.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인데 그걸 재미있고 참신하게 꾸며야 하는 겁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내는 작업도 물론 힘든 작업입니다만, 이런 식의 재해석도 어려운 작업인 건 틀림없죠. 어쩌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도시전설이라는 소재를 오싹하게 가공하는 건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냉탕할멈이라는 괴담은 썩 잘 요리된 편은 아닌 거 같습니다. 떫은 맛이 남아 있는 것처럼 읽으면서 약간 찝찝함을 느꼈습니다. 무서워야 하는 부분인데 그렇게 무섭지가 않더군요. 원 소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보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떫었던 식재료가 괴담갑이라는 접시에 담기니 맛이 확 변하더군요. 고기요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드레싱이 뿌려진 셀러드더군요! 마지막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추리소설을 연상케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어, 후반부를 보는 내내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없더군요. 썩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역시 오트슨이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다만 괴담 특유의 오싹함은 좀 부족한 거 같습니다. 괴담이라기보다 추리소설에 가깝더군요. 메뚜기 이야기는 섬뜩했지만요.
몸통을 빼고 머리와 꼬리만으로 책을 추천하려니 참 힘드네요. 어쨌거나 사볼 가치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트슨 님의 괴담갑,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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