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문피아 플래티넘 연재란은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린 상황입니다. 몇몇 작품들은 구매지수가 높음에도, 그 수준은 원나블 시리즈 중 블리치를 연상케 하는 괴작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들은 초반의 인기를 바탕으로 돈을 우려먹는, 마치 암덩어리와도 같은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소설들이 이 비평의 주제는 아니기에 굳이 그 이름들을 거론하진 않겠습니다만...
전 그렇기에 플레이 더 월드를 높게 쳐 주고 싶습니다.
이고깽물, 드래곤물, 학사물 등 이 동네에는 ‘트렌드’가 존재합니다. 어느 작품들이 유행을 선도하면 줄줄이 따라가는 그런 트렌드 말입니다. 현실세계로 비유하자면 치킨집들의 사정과 비슷합니다. 간장치킨이 히트를 치자 너도나도 간장치킨을 팔고, 호식이 두마리 치킨이 꼬끼오 울자 불닭 두마리 치킨도 꼬꼬댁 우는...
플레이 더 월드도 회귀물이란 작금의 트렌드 속의 작품입니다. 선발주자도 아닙니다. 후발주자입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 중에서 특히 빛을 내뿜는 작품이 바로 플레이 더 월드입니다.
소설에서 사용중인 소재 자체들은 타 소설들과 비슷합니다. 회귀물+현대물+게임요소. 하지만 그 조리과정은 다른 비슷한 소설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글의 장점은 많습니다.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 듯한 서사전개 과정 등등..
하지만 단 하나만 제시해보라면
‘상황의 설명’입니다. 특히 전투신에서의.
시각적인 매체에서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그 장면을 피수용자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되는지라, 장면을 제작하는 과정이 힘들다 하더라도 일단 만든 후에는 상대적으로 피수용자 입장에선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뇌 속에서 글을 ‘상황’으로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과정이 복잡합니다. 만약에 글이 어렵게 쓰여졌거나 이상하게 쓰여졌다면 독자는 피곤함과 짜증,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상황의 설명’은 쉽지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잘라내야 할 부분은 잘라내고, 설명해야 할 부분은 제대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독자가 머리 속에서 작업을 확실히 할 수 있으니깐요.
그런 점에서 플레이 더 월드는, 소설에서의 묘사는 어찌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모범 이정표 수준의 서술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투신 하나하나가, 독자가 마치 주인공에게 빙의된듯한 느낌을 맛보게 해 줍니다. 비유하자면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조선시대 판소리 하는 사람들은, 판소리 중요한 대목에서 소리를 멈추고, 돈통을 들고 구경꾼들을 돌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 대목을 못 들어서 환장할 지경인 사람들이 돈을 돈통에 수북히 넣어줬다고 하죠. 플레이 더 월드는 그런 맛이 있는 소설입니다. 그놈의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드는 상황전개와 묘사... 웬만한 플래티넘 소설들에선 볼 수 없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플레이 더 월드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우선 연재 시간대가 불규칙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매일매일 안 빠지고 연재를 하는 것은 좋지만, 저를 비롯한 몇몇 독자들은 도대체 어느 시간대에 올라오는지 몰라 한번씩 문피아앱 선호작 클릭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연참이 없습니다(밑줄 쫙)
뭐 위의 문제는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전개가 갑자기 휙휙 바뀝니다. 아마 작가분이 어느정도 얼개를 짜넣고, 경우에 따라 방향을 결정하시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자동차 급커브돌듯 확확 바뀌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한 급격한 변화는 기본 틀의 유연성+ 작가의 감정이입 때문이 아닌가 추론됩니다. 전자는 어찌 하기엔 애매하다 치더라도, 작가의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은 좀 줄이는 편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플레이 더 월드가 가지는 갈등요소와 그 해결은, 작가 스스로가 제3자가 되어야만 그 참맛이 더 잘 드러날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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