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소소 4권, 사랑스런 소설
김현영 작가는 특이한 행보를 걷는다. 어느덧 만선문의 후예에서 시작하여 흔히 엽기적이
라 치부되기 쉬운 소재를 유용이 사용해 왔다.
그 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비난에 바쁘다. 한 문장으로 쓸모
없다 재단키도 하지만 내가 볼 땐 그게 아니다. 오히려 더없이 소중하다.
그의 소설은 가볍기에 더더욱 가볍지 않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일컫는다고 그 상황의 본
질마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유쾌한 사건을 산발적으로 넣어 가벼움을 꾀하는 듯 보이
지만 의외로 슬픔이 은은히 깔려있다. 낮은 허무감마저 공존한다.
송겸은 고아다. 대단히 특징적인 그의 성격은 외향하다. 흔적 없는 부모의 기억을 삼켰기
에 그의 내부는 허하다. 공허함을 감추기 위해, 아니 떠올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없이 유쾌한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에서 웃음을 찾
으면 찾을수록 슬픔은 더 깊숙이 침잠 한다.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려 하기에 끝없다.
그의 말이 끝없고 그의 행동이 방황한다.
하지만 무한소소의 일관성은 슬픔에서 행복을 뽑아낸다는 사실이다. 곰곰이 스토리를 되새
기면 느낀다. 한 차례 웃고, 두 차례 웃고, 세 차례 낄낄대다 보면 작가가 무한소소란 작품
으로 무엇을 주려 하였는지 알게 된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고민거리가 없어진다. 현실보다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을 보면 어깨의 무게가 줄어든다. 나아갈 기력을 얻는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을 써나가며 많은 것을 굳혔다. 더없이 안정적이고 선을 넘어 방종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는 나로선 모른다. 자칫 세밀히 구별치
않는다면 말장난이나 치는 소설이라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나로선 조심스럽다.
그래선 안 될 소설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럽다.
무한소소는 짧은 말 몇 마디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 소설에 장난도 넣지 않았다.
더없이 틀이 있고 나름의 규칙이 있다. 인물의 행동도 일관하고 대사도 혀에 꿀 바른 듯 윤
기난다. 그들은 체통 없는 행동을 하되 기복이 없다. 대사를 보면 안다. 상황을 제대로 살리
지 못하는 뭇 소설에서와 같이 갑자기 어린아이 같은 사고를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그 순
간에 무뇌아가 되어 끌려 다니지 않는다.
무한소소는 고민이 있는 자를 위한 선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사람에 따라 무한소소가 꺼내든 웃음이란 무기를 역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스스로 심각함의 아성이 굳다면 이를 찌르려 드는 무한소소에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부디 홀로 고매하여 무한소소의 독특한 맛을 느낄 미각을 재워두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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