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하면 뭐니뭐니해도 그 유명한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가 생각난다.
황량한 멕시코 어느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총잡이. 담요 같은 망또와 궐연(시가 아님)을
피어 물고 서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포스……
(영웅본색의 주윤발의 코트와 이쑤시게 스타일은 이 황야의 무법자를 패러디 했다는 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
나는 무법자를 볼 때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포스가 가득한 그런 주인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허걱! 대기업에서 안짤릴 정도로만 일하면서 나름대로 실속은 챙기는
그런 잔머리파 샐러리맨이라니….
작가는 처음부터 독자를 생각을 생깔 의도로서 제목을 정하지 않았나 의심해본다.(흐흐)
그 외에도 작가의 삐딱선은 도처에 나온다.
무협소설에서 4자 이상의 한자가 나오면 철학적인 사자성어 이거나,
고상한 한시라고 생각하길 마련인 데 여기서는 초울트라 슈퍼 극악모드의
한자 조어가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조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
감탄을 지나 존경의 염까지 나온다.
그리고 기연,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도 만날까 말까 하는
“희귀성”, “우연성”, “신비성”을 가진 기연이 ‘주인공에게 언제쯤 닥칠까?’하는
독자의 기대를 작가는 산산히 부셔버린다.
아예 초반부터 드러내놓고 주인공에게 옵션이 아닌 기본구성으로 주어버리고
“더 이상 기대하지 마셈”해버린다.
게다가 주인공은 매사에 “안전제일”,“튀는 돌이 정맞는다”,
“적게 먹고 가는 똥 싸자”,”내 마누라 내 새끼가 제일이다”를
좌우명으로 삼는 쪼잔한 소시민의 전형이다.
무림을 구하거나 약한자를 돕는 영웅, 협객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바로 즐~ 이다.
이쯤되면 독자와 막 나가자는 거다.(흥!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 보시구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법자는 재미있다.
구성이 하나의 커다란 사건의 틀에서 주인공의 행보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작은 사건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조금씩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베스킨라빈스 같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맛배기 소재일 뿐. 커다란 사건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사전 포석일지도 모른다. “교두임관회 출정 사건”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아님 말구^^)
그리고 예쁜여자가 나올 때마다 “나 임자 있슴”하며 유혹 사전차단에 부산을 떠는
주인공을 보면 역설적으로 “나 바람피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재미있고,
문체가 사사조, 사오조의 운율이 있는 것 같아 호흡을 맞추다 보면
사설시조 읇는 것 같아 재미 있고, 앞서 말한 극악조어를 볼 때마다
한자성어의 비만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추천 한 방을 때리면서 작가의 삐딱한 시선 중 일례를 적어본다.
“그렇다.
무림에서 남녀노소시대고금사방지역천지공간생사여부외모미추성장초말승낙불허
정체확립명예유무탐심극저체면존망의욕고저지위상하
(男女老少時代古今四方地域天地空間生死與否外貌美醜成長初末承諾不許
整體確立名譽有無貪心極低體面存亡意慾高低地位上下)…를 막론하고
제발 만나보기 바란다는 기연(奇緣), 삼대(三代) 백년간에 걸쳐 덕을 쌓는 다해도
만나지 못할 놈은 만나지 못한다는 그 환상의 틈새.
오죽하면 기연을 만난 사람은 한평생의 운을 다 써버린 것으로
나중에 행복한 인생은 꿈도 꾸지 말라는 악담을 탄생시킨 희귀성(稀貴性)과,
복수에 불타는 불쌍한 사람들만 기연을 만나는 이유는 다 그만큼의
대가를 치뤘기 때문이라는 둥의 유언비어를 지어낸 기가막힌 우연성(偶然性)과,
단박에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꽁꽁 숨겨진,
가히 신의 색채를 띈 신비(神秘性)을 아룰러 지닌,
참으로 거창한 존재를 만났던 것이다. 진화운은.”
(참내, 이렇게 거창한 기연을 작가는 그냥 준단다… 주인공이래서)
- 그리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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