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스 키노코(권남희 역)
작품명 : 공의 경계
출판사 : 학산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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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주변 애기가 좀 많은데, 일단 그런건 제외하고
글을 쓰겠다.
이 소설의 돋보이는 점을 몇개 나열해보자면 제일 먼저 연출력을 뽑고싶다. 이것은 마치 연출면에서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같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연결되는 인물들 그리고 우연들이, 혹은 그걸로 가장한 필연들이, 겹치고 겹치며 혹은 벗겨지고 또 벗겨지며 긴장감을 높이다 끝을 향해 나아간다. (모든 부분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런 식의 구성이 몇몇 하일라이트 들을 소리없이 밑받쳐 고양 시킨다. 소설의 진행이 '어그러져' 있는 것이 이런 점을 좀더 부각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캐릭터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이 소설의 주요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어긋나' 있다. 이 상태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대화하고 생각하고 사건을 진행, 해결, 암중모략 하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느낌이 각각 투영되어있다.(거기에 각각에 주어지는 '신비'로 무장한 능력들) 이런 면은 소설이 진행해 나가면서 필요에 따라 혹은 여타의 암시를 위해 시점을 각 캐릭터마다 이동시키면서 그 인물들을 키워나가는데서 더욱 발전한다. 아마도 너도 나도 어긋난 인물들이기에 이런 시점이 아니면 각 캐릭터성을 잘 표현해 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
거기에 이 '방대한' 설정과 세계관. 많은 개념적인 언어들로 추상화 시킨 '신비'로 무장한 마법과 마술 거기에 마술사들의 생각 그리고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근원에 대한 고찰과 추적에서부터 각각의 사건의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상태와 능력 그 활동 배경, 사건 장소의 의미 그리고 각 장의 연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설정이 깔려있다. 이런 설정들은 작품 전체에 진하게 녹아있고 그 자체가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이며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 살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를 짚어보자면 특유의 사색? 이라 해야할까? 소설에선 일상의 여러 일들, 친구와 만나서 3초 애기하고 지나칠 만한 일들, 혼자 생각(망상)하면서 지나칠만한 일들을 각 인물들이 다른 관점으로 보거나, '의미'를 부여해 부활시키거나, 간단한 궁금중을 던지고 모호하게 넘어간다. 이런 종류의 생각들은 삶을 한번쯤 뒤돌아보고 새롭게 느끼게 할 수 있단면에서 필자는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준다. (그것이 근원 혹은 심층에 접근하는것과는 별개로)
그러나 양날의 검으로 단점들도 존재한다.
일단 위에서 몇몇 열거한 부분들이 그대로 단점으로 화한다.
먼저 '연출'면을 설명할때 언급한, 소설 진행의 '어그러짐'
이 소설은 진행이 시간의 흐름에 별 상관없이 나열된다. 중요한건 각각의 사건들이라 그것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단지 그 부분을 위한 것들, 혹은 나중의 사건을 위한 씨앗뿌리기로 각 장을 채워간다. 심지어 그 한 장에서 조차 시간의 흐름이 어긋나기도 한다. 결국 이렇게 한장한장의 사건들을 위해 시간의 흐름은 무시하고 배열한 '어그러진' 전개는 위에서 언급했듯 각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게 하여 하일라이트를 부각시키지만 반대로 이걸로 인해 독자는 소설의 몰입을 방해받는다. 소설내에서 인물에 집중해 '인물화'하여 사건을 체험하고 스스로 느끼는 것을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말그대로 흐름이 어그러져 있기에 전 장에서 있던 어느 인물이 다음 장에서 과거의 인물로 '대체' 되었다가 다시 다음 장에서 그보다 더 과거의 인물로 '대체'되는 식으로 되기에, 독자는 '관조자' 혹은 그 '세계' 로서 사건을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각 인물들로 자주 이동하는 시점변화는 각 인물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여 캐릭터성을 올리지만 역시 독자의 몰입은 방해된다. 특히 주인공은 그 특성으로 인해 정도가 더하다.(보신분들은 어떤 뜻인지 이해되시길 빈다.) 가뜩이나 진행도 일방형이 아닌데 이건 시점자체도 드라마틱하게 움직이다 보니 독자는 하나하나의 인물들에게 몰입하는게 힘들뿐만 아니라 자주 몇몇 부분들은 각 사건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로 독자는 '모르는' 인물의 시점이 튀어나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퇴장하고 다시나오기도 한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것과 마찬가지로 독자는 마치 어느 드라마나 애니의 감상자처럼 영상이나 사건을 떠올리고 '화면 자체'를 받아들이고 진행하게 되기 쉽다.
그리고 '세계관'...
분명 '방대한' 것이 이 소설을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방대한 것을 설명하는것은 주로 생각의 파편들을 주르륵 주르륵 나열해버리거나 설명자(說明者)를 두고 읊어 버리고 작품내의 상대인물이 이해하거나 넘어가는 식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건 이해하거나 넘어가는건 작품내의 상대방이지 결코 '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이 소설의 배경은 처음에는 마치 일본 어디의 도시가 모델인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그러나 후반부엔 그저 '어긋난'세상의 일부일뿐이다. 일단 거의 대부분의 주요인물들은 다 '어긋나'있다. 여러 능력같은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어긋나' 있는 인물들인 것이다. (제발 남자주인공을 정상이라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 상황에서 독자가 힘겹게 인물화 해봤자 시점이 어긋난다. 기울어진 판에서 몸이 기운체로 세상을 보는 격이다. 그런 세상에서 다시 '신비' 복잡한 개념을 만들고 쌓고 각종 현실의 추상적인 관념을 애기하며 설명하고 대화하고 납득시켜봤자. 독자는 그 전체를 음미하며 넘기는게 아니라 목이 막히며 꿀떡 삼켜버리게 된다.
보통 일반 인물사고의 발전이나 경험 혹은 현실에 대입되는 설명에 의하여 독자가 설정을 습득하게 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주로 '나열'에 의지하고 있는 데다 그 대부분은 관념적이거나
'신비'의 영역, 현실에 대입될리가 없다.거기다 그걸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거나 자연스럽게 애기하는 인물들은 다 '어긋난' 정신의 존재들이기에 독자와 소설내 인물들과의 받아들임의 괴리가 발생한다. 즉 비슷하지만 '어긋난' 세상,인물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현실의 생각, 가치, 개념들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난해해 진다.
(정말로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 태양이 뜨거웠다. 한적한 오솔길로 등교하는여학우 2명. 그러던중, 길옆의 꽃밭으로 한 소녀의 머리가 숙여진다. "뭐 하는거야, (이름). 이러다 지각한다구." 뚱한 표정으로 애기 하는 친우를 소녀는 쳐다본다. "미안, 달팽이가 너무 맛있어 보였어. 헤헤" 라며 입술 주위를 핥아 말끔히 청소한다.
소녀를 보던 친우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걱정하며 말한다.
"우!...... 씻지도 않은걸 먹다니! 아침을 굶은 거야?"
"응!, 얼른가서 빵이라도 먹어야겠어 가자" "그래, 얼른 가자."
두 소녀는 학교를 향한 발걸음을 빨리한다. 어느 화창한 오전.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 ' 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것은 거꾸로 소설내의 개념을 현실로 끄집어 낼때도 발생하는데 심지어 소설을 가로지는 '신비'조차 독자들에겐 그저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지는 '현상'일뿐 그게 '신비'가 될 수 없다.
(심지어 소설내 어긋난 인물들중에서 조차 마술이든 마법이든, 후천적인 능력이든 선천적인 능력이든, '신비'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알고있는자에겐 신비가 아니요. 그저 어긋난자는 넘어갈뿐.)
빈도도 많아 마치 '자 다음 new 주문은 모니? Harry Potter?' 랄까?
그런데 정작 저 이해하기 힘든 방대한 설정의 무게는 독자가 '제대로' 느끼기엔 쉽지 않다. 이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설은 저런 설정들을 잘 '구겨넣을' 만한 요소들을 잘 첨가하고있다.
일단 약간 잔인하고 자극적이다. 뭐 각 캐릭터들의 생각 자체도 정신의 어긋남으로 인해 상당히 기괴하게 뒤틀리는 부분들도 많아. 역시 자극적이다. 몇몇 클라이막스들은 독자들의 기분을 힘껏 고양시킨다. 각 장마다 앞에 나온 흑백의 그림들은 내용을 부각시키고 그 뒤에 나온 문장(시)들은 각 장의 여운을 남긴다. 특정 부분들은 특정 취향의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다가온다. 각 장의 제목들도 장과 연결되면 자연스럽다가 떼어놓고 보면 모호하다.
관념적인 면을 서술 할때도 자살이라던가 자아의 상실 기억의 상실 감각의 상실 육체와 인격 뇌와 지성 죽음의 근원과 같은거나, 혹은 모호하고 결론이 없는게 많고 분위기 자체도 음울하게 깔린 편이기에 독자의 정신이 피폐해지기 쉽다.
그런 (흥분이나 몽환상태,불안,패닉과 같은)'상태'들은 정말 뭘
구겨넣기 좋다. 설정들에 파묻혀 뭉그적 거리기보단 휙휙 구겨놓고 다음 다음 다음 으로 이어가기 참 좋은 세팅이라 본다.
그 밖에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게, 이 소설 특유의 '설치해
놓고 뒤짚기'인데; 그러니까 예를들면 '저것은 극한의 아이스크림이다. 인간의 혀가 감히 느낄 수 조차 없다. 느끼려 하다간 오히려 달려들어 그 느낌마저 얼어 붙게 할 넘볼 수 없는 아이스크림이다.'
라고 해놓고 뒤에 술술 풀어내어 결국 맛보고 먹는다; 독자는
작가가 제시한대로 따라가서 고정해 놨는데 작가는 그걸 술술 풀어서 '이러이러 해서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화했다'가 되서 희열을 느끼게 하려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표현. 이 부분이 뜻하는 것은, 그러니까
"■■■■■■■─────!!!!!"과 같은 것
'────이번에야말로.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이곳은──.' '-─끼익 끼익 끼익' '──뭐?'
'나는──달아날 길을 곁눈으로 확인하면서,'
'우─────────웅.' '│││ ┃┃┃┃│││'
' . . . . . . . .
어느쪽이 먼저인가 '
등등. 이런 표현들이다. 일단 이게
특유의 분위기를 보다 살려내는 글의 보조장치이냐? 아니면
부족한 묘사를 방치하게 하는 방해장치이냐? 를 필자는 결론
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영도씨 퓨처워커中 데스나이트들의 ' "데데스스나나이이트트를를 겨겨냥냥한한 것것은은 그그 무무엇엇일일지지라라도도 댓댓가가를를 받받으으리리라라! 정정녕녕 유유피피넬넬과과 헬헬카카네네스스라라도도!" '와 비슷하게 봐야하는가 아닌가 아니면 그 한때를 풍미했던 이모티콘표현 비슷하게 봐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독자적인 것으로 봐야할지 독자님들께 묻고싶다.
일단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남을것인지는 독자 개개인이 정해야
할 문제라 본다. 왜냐하면 필자는 '나 혹은 너'가 느낀 그게 제일 '주제'에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게 자아이든 육체와 혼의 관계이든 근원이든 관념적'無'이든
실체적'無'이든 생명존중 사상이든 연예미학이든)
그러니 그런면은 두고보더라도 관념의 홍수에 파묻히지만 않으면
볼거리는 많다. 애초에 사건과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쓴 편이기에,
거기다 전반에 스치듯 지나가는 씨앗을 후반에 부활시키는 센스는
후반보고 전반 다시 보게만들려는 프로(혹은 아마추어)의 기교랄까? 이런 저런면 보는 것도 즐거울 수 있고 드라마나 애니(혹은 게임)과 같이 장면과 시점이 변하기 때문에, 거기다 흑백 그림들까지 각 장마다 있으니 상상하여 펼치는 것도 쉬운편. 단지 취향은 무지하게 탈거 같다.
일단 상권 3장 통각잔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취향에 맞지 않다고
해야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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