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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느와르 비평+내용추가

작성자
자몽
작성
07.06.22 22:36
조회
2,069

블랑&느와르는 시드노벨 공모전에서 연재되는 글이며,

저는 어디까지나 비평의 탈을 쓴 잡문을 썼으며

편의상 비평이라 칭함을 일러둡니다.

또한 제 자신을 비평가나 필자로 칭하지 않고

항상 '나'로 칭함을 말씀드립니다.

소모적인 논쟁은 원치 않으며,

의견은 댓글로

개인적인 의견은 쪽지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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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의 글 쓰는 양식은 제쳐놓고, 본론으로.

1.

블랑&느와르. 나는 불어는 통 모르는 편이라 정확한 뜻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느와르가 영화의 장르를 칭하며, Film noir란 단어에서 유래되었음은 알고 있다.

『필름 느와르라는 말이 정착되면서 앞서 말씀드린 범죄를 다루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강한 음영, 반 영웅적 주인공, 매력적인 요부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필름느와르라고 부르게 되는데요, 요즘에는 그 의미가 많이 희석되어서 전통적 의미보다는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영화들도 넓게 느와르 영화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 네이버 지식인 112boss님의 말씀.』

그럼 제목인 느와르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블랑(blanc)은 하얀색이라는 뜻의 불어임을 알 수 있었다. 글 속 주인공인 로이드의 기체이기도 한 블랑. 블랑의 색깔역시 흰색인 듯하다. (처음 나는 블랑이 블랙의 불어 발음인 줄 알았다.) 그럼 글과 제목은 얼마나 이어져 있을까. 잘 모르겠다. 블랑이란 단어 자체는 주인공의 기체 이름이지만, 느와르는 진득한 범죄영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글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블랑&느와르의 주인공 로이드는 암흑결사인 프리메이슨에 맞서 싸우는 반 프리메이슨 단체에 가입한다. 그럼 프리메이슨에 맞서 싸우는 로이드가 반 영웅적인 인물인가? 아니다. 세계를 제어하려 드는 프리메이슨에 맞서는 로이드와 토니 후, 연하나는 영웅에 가깝다. 영웅보다는 그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에 가까운 인물이다. 누구도 그들의 행동에 찬성을 표하지 않았고 글 속에서도 그런 장면은 서술되지 않는다.

범죄. 범죄라. 좋다. 국가 급의 단체에 반하고, 또한 지명수배자가 되어있으니 범죄물이라 봐줄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나 ‘봐줄 수 있겠다’다. 블랑&느와르는 범죄소설 보다는 이족보행기체가 등장하는 SF소설에 가깝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강한 음영이라. 한반도와 만주일대에서 터진 천재지변(으로 기억한다)에 의해 순수혈통에 가까운 민족은 보호대상이 되었으니 어둡고 무거운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도처에서 새로운 국가가 생겨나고 용병대가 새로운 무기를 테스트한다. 전쟁이 만연하니 충분히 어두운 배경이다.

대체 왜 ‘느와르’ 인가. 내가 아는 느와르는 이게 아니다. 홍정훈의 월야환담이 그나마 느와르라 느껴진다. 내가 ‘이게 느와르야!’ 하고 외칠 수 있는 작품은 영화 ‘무간도’ ‘강호’나 ‘사생결단’ 정도 밖에 없다. 글을 읽으며 가지게 되는 첫 번째 의문. 왜 느와르인가. 글쓴이는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어째서 느와르인지. 어쩌면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싶어 느와르를 제목으로 내세운 건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2.

글을 읽으며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초반부 문장에 만연해 있는 번역체와, 번역소설에서 볼 수 있는 말투. 적절하지 못한 어휘사용으로 몰입도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요즘 장르소설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서술과 묘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국어에는 수동형 문장이 없다. 영문을 해석하며 수동형 문장에 우리말을 끼워 맞추다 보니 글 쓰는 사람들이 수동형의 문장을 어색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강화복을 방화처리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용병들이 땔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요구되지 않았다. - 프롤로그의 일부』

~임에도 불구하고는 영어의 in spite of (+ ~ing)에 대한 한국식 해석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글을 쓰면서 쉽게 틀리는 어법이다.

‘그리 긴 시간이 요구되지 않았다.’ 언급할 필요가 없는 문장이지만 걸고 넘어져본다. 시간이 요구되다라는 문장에서 요구되다가 필요하다로만 바뀌어도 문장이 굉장히 매끄럽게 변한다. 적절치 못한 어휘선택과 잘못된 문법의 사용은 독자의 몰입을 떨어뜨린다.

글의 후반으로 갈수록 문장의 어색함은 많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친 명사형 문장이 독이 된다. ~진심. ~한 하나. ~한 누구. 글을 읽다 흐름이 뚝뚝 끊겨버린다. 극에서 볼 수 있는 지문이 소설에서 쓰이는 듯하다. 문장이 명사형으로 딱딱 끊어지니, 무의식적으로 나의 상상력도 뚝뚝 끊어지는 기분이다.

문체는 글 쓰는 사람에게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며 또한 조심해서 다듬어야할 부분이다. “작가에게 이런 문체는 좋지 않습니다. 고치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 할 수가 없다.

문체는 소설의 표면적인 표현방법이다. 작가의 의식과 주제를 전달하는 게 문장이고, 독자에게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 역시 문장이다. 그런 문장을 얼마나 매끄럽게. 블랑&느와르 식 표현으로 싱크로율을 높여 의도를 전달하려면 문체가 깔끔하고 맛깔스러워야 한다.

단지 명사형으로 문장을 짧게 끊는다고 전하려는 내용이 빠르고 쉽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들은 대체적으로 짧은 문장에 정확한 의미를 담는 문장을 가장 좋은 문장이라고 본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블랑(줄여서 블랑이라 칭하겠다.)은 약간의 착각을 가지고 있다.

글을 쓰는 글쓴이는 독자에게서 원하는 범위 안에 독자도 만족할 정도의 공간을 주어야한다. 무슨 뜻이냐 하면, 읽는 사람에게서 상상력을 빼앗아버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글쟁이가 전하려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되 독자가 상상할 공간은 남겨두어야 한다. 지나친 명사형 문장의 남발은 독자에게서 상상의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소설은 영화나 음악과 달리 시각적 도구(다시 말해 언어)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만 한다. 영화는 시각매체와 청각매체를 통해 복합적으로 의도를 표현할 수 있고, 음악은 청각적 매체와 언어, 리듬 등을 이용해 청자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소설은 조금 제한적이다. 문자매체를 통해 글쓴이의 상상력을 100% 전달하기엔, 엄청난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문체가 생겨나고 문법이 연구되며, 표현법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장점도 있다. 영화와 달리 시각적 매체로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좀 더 자유분방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색채와 모양으로 수용자의 이미지를 굳혀버린다. 상상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에 소설은 수용자에게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남겨두기 때문에, 수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미지의 힘을 가진다.

작가도 만족하고 독자도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문체를 다듬어야하며 독자와 작가사이에 무언의 양보가 필요하다. 그런 기회를 글쟁이가 빼앗아서는 아니 되며, 독자역시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지 못하면 안 된다.

나는 이런 류의 글을 쓸 때 글쟁이에게 ‘문체 좀 어떻게 어떻게 바꾸삼’ 이란 조언은 하지 않는다. 문체는 소설가가 가지는 붓이요, 카메라다. 내가 작가가 쓰는 도구에 대해 ‘이 붓 쓰삼’ 하고 쥐어주어서는 안 된다. (비평가는 객관적 입장을 고수해야 하니까.)

뭐든지 지나쳐서는 좋을 게 없다. 명사형의 문장 역시 마찬가지. 적절하게 쓰인다면 소설에 맛깔스러움을 더해 줄 것이나, 남용하면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독을 가진다.

얼마나, 어떻게, 어떤 식으로는 글쟁이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3.

일본 라이트노블이니 NT노블이니 하는 소설을 나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내가 아는 장르소설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무협, SF, 하이틴 등임을 미리 말해둔다.

장르소설에서 SF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기계가 등장하는 메카닉물은 더더욱 그렇다.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소설은 기계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글쟁이가 전하려는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상당히 불리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SF소설 속 메카닉들은 이미지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이족보행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는 경우는 더욱 더.

이런 제한적 문제를 블랑(앞서 말했듯 블랑&느와르를 칭한다)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미지의 형상화. 글 속에서 ‘개념’이라 불리는 능력(?)을 이용해 블랑을 이족보행 기체에서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바꿨다. 메카로리콤인가 하는 주인공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다소 웃기는 욕구 때문인가. 블랑은 거대한 전투병기에서 귀여운 소녀로 바뀐다. 블랑 2호라 했던가.

나는 전투병기인 블랑이 소녀로 새로 태어나는 장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메카닉이라는 다소 매니아적인 소재에서, 메이드틱한 소녀(이지만 메카닉?)로 바꾸어 여러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재로 탈바꿈 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글 자체는 더 큰 발전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그 블랑 2호가 글에서도 언급되듯이 작고 어린 소녀와, 메이드와 비슷한 복장과, 기계라는 점이다.

메이드가 한국정서와 맞아떨어지는가? 나는 좀 아니라고 본다. 메이드- 하면 유럽이나 일본의 하녀(또는 옷차림)이 생각날 뿐이다. 시드노벨은 그나마 ‘한국적 장르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시드노벨 첫 번째 작품이 임달영씨의 작품이라는 데 많은 네티즌들이 우려를 표했다. 공개된 표지에 나오는 인물이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왜색이 짙다’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메이드’ 하면 ‘왜색’ 하고 떠올라 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잘 가다가 진흙탕에 빠져버린 기분이랄까. 어쨌든 그런 기분을 느꼈다. 거기다 소녀에 기계라니. 순간적으로 쵸비츠라는 일본 클램프의 만화가 떠올랐다. 전투를 한다는 점에서 타카하시 신의 최종병기그녀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미지 구체화로, 기체를 이상적 모습으로 바꾼 점은 굉장히 신선했지만 그 모습이라는 게 별로 독창적이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소녀이고, ‘메이드’란 말인가.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 거야?”

4.

블랑&느와르는 지금까지 전투하나와 챕터하나- 의 식으로 전개가 되어왔다. 전투장면의 묘사나 인물의 심리묘사, 내용의 서술에서는 문체를 제외하고는 집중하고 볼 수 있을 만큼 몰입도가 뛰어났다. 소설의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표현력이 좋다는 말이다.

밀리터리나 메카닉물에 별 흥미가 없는 나인지라 그와 관련된 이해가 부족했어도 구체적인 장면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내 경우 기동경찰 패트리어트에 나오는 로봇- 의 이미지로 해석했다. 모래먼지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적을 사격하고, 뜯겨진 팔로 적을 쳐낼 때는 굉장히 구체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요즘 장르소설과는 다르게 묘사와 서술에 충실한 모습에 감사했다. 덕분에 전투장면의 이미지는 머릿속 깊이 각인되었다.

근데, 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건가.

세계를 제어하려는 프리메이슨과 그런 프리메이슨에 대적하는 토니후, 연하나, 로이드. 그들 셋의 싸움을 그린 글이라는 건 알겠는데, 아직까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주제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나, 언급이 쉽사리 떠오르질 않는다.

소설에서 복선은 중요한 요소다. 복선을 통해 독자는 소설의 뒷내용을 추론하게 되며, 추론의 과정에서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넌지시 던져주는 역할도 가지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적인 개연성을 높이는데도 한몫을 한다.

소설의 3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이며 소설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다.

앞서 문체에 대해 언급했다. 〈문체는 소설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정하는 작가의 ‘붓’ 이자 ‘스타일’이라 몹시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럼 소설의 구성은 어떠한가.

주제, 구성, 문체는 서로 유기적인 역할을 하며 서로를 보완해주는 말 그대로 소설의 요소다. 블랑은 문체의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과 흐름에서 문제가 생겼다. 문체에서 모자란 부분을 주제와 구성에서 어느 정도 극복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소설의 주제를 나는 느끼지 못했다.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배경이나,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의 개성, 그리고 그 배경에서 인물이 겪는 사건은 독창적이진 않으나 어느 정도 매끄럽게 이어져 나간다. 구성에서 문체의 문제를 적당히 뒷받침하고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주제 면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다지 소설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지만 복선을 찾을 수 없었다. 보통 글쟁이들이 글을 쓸 때 복선은 독자가 ‘알아야’하기에 적당히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넌지시 던져놓는 경우가 많다. 다시 강조하지만 복선은 독자의 몰입을 이끌고, 소설의 개연성을 높여 구성을 탄탄하게 해주는 일종의 감초다. 물론 큰 복선을 던져놓지 않더라도 소설을 써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장르소설이 무엇인가. 대중이 가지는 쾌락적 욕구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탈출구가 장르소설의 큰 역할이다. 그 쾌락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해주려면 독자를 자극하는 무엇이 있어야 하며, 그 자극을 높여줄 수 있는 한 방법이 바로 복선이다.

복선을 통해 주제의식이나 전달내용을 어느 정도 추론해낼 수 있고, 또한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나는 진정으로 궁금하다.

소설은 작가의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쓰여 진다. 의식이 전달되지 않는 소설은, 그저 잘 짜여진 단어들의 집합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끝으로.

일명 공장형 무협소설과 양산형 판타지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뽈뽈 기어 나오는 장르시장이다. 주된 독자층인 10대들은 불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구매에 인색한 30, 40대가 지갑을 열지 않는 장르시장이다. 결국 대다수가 말하듯 망해가고 있고, 결국 시드노벨이라는 브랜드가 나타났다.

시드노벨이 요구하는 사항이 ‘한국적 판타지’였던지라, 나는 작은 기대감을 품었다. 내게 있어 한국적 판타지라 함은 ‘소드마스터와 마법사, 무림고수’가 등장하지 않는 판타지였고 ‘중국과 유럽’이 배경이 아니라 ‘한국과 동양’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었다. 그런 내 생각에 맞는 소설은 이영도씨의 눈물을 마시는 새 밖에 없었다. 홍정훈씨의 월야환담이 그나마 한국적 판타지라 말할 수 있었지만, 흡혈귀와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서쪽의 냄새가 제법 났다.

시드노벨의 작품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헌데 첫 번째 ‘유령왕’ 두 번째 ‘초인학원’을 보고 내가 생각한 한국적 판타지가 시드노벨이 생각하는 한국적 판타지와 다르다 생각했다. 괴력난신이라는 제법 한국적인 글이 공모전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시드노벨 측에서도 요구하는 글은 ‘전기 코드가 사용된 일상물’ ‘능력자 배틀’ ‘신본격 미스테리’ 였다. 나는 속으로 물었다. 대체 어디가 한국적이란 말인가!

우연한 기회에, 블랑&느와르 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한국적 판타지란 단지 세계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일본에서는 이런류의 식상한 글이 쏟아져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신선했다. 제법 오래 비평문학을 공부해왔었고 이제는 그 길마저 포기하려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한 작가분과 말씀을 나누다 현 장르소설에 문학성이 있느냐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나는 말했다. 장르소설에 문학성이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나친 비약이었고, 독설이었으며, 극단적인 말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장르소설에 문학성이란 없다고. 술잔을 나누며 한 시간 가량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작가 분께서 말씀하셨다. 【핑계이지만, 핑계란 걸 당신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이상을 버리고 현실을 택한다. 그래서 장르소설이 이렇다.】고.

포기했었다. 순수문학비평이론을 공부해 장르소설에 적용시켜, 그나마 도움이 되어 보겠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목표. 소모적인 인터넷 토론에는 참여치 않았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할 말이 없다고 빠져나가곤 했었다. 그리고, 그 작가분과 대화를 나누었고 시드노벨이란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블랑&느와르를 읽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장르소설 시장이 그렇게 썩어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작품들이 쓰여 지고 있다고.

그리고 확신한다.

장르소설에 문학성이 있다면,

그건 작가 자신의 순수한 ‘열정’이라고.

그 열정을 느끼게 해준 블랑&느와르의 글쓴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더불어 시드노벨을 비롯한 장르소설의 많은 작가들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기를 바란다.

- 2007. 6. 22.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추가내용

가환  

한국적이라는 소재에 오해를 하고 계신듯 합니다.

월야환담이나 퇴마록이야말로 한국형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소재로 한국적/이국적을 따진다면 그것 어불성설입니다.

그럼 현재 장르문학 뿐 아니라 현대문학 대부분이 이국적이 되겠군요.

민족의 문학이라는 것은 그 정서를 대변한 물건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서라면, 정과 가족이라 생각되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월야환담과 퇴마록은 한국적이었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눈마새나 피마새같은경우 한국적이기 힙듭니다.

나가와 레콘 등, 다른 나라의 신화와 작가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것은 마찬가지며,

이영도씨가 지향하는 소설의 주제가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서구의 사상이며,

그 문체면에서는 최악의 번역체로 평가받는 사람이라는 점도 고려해 보십시오.  

06/24/01:02 x  

  슬로딘  

글의 마지막에 언급을 해 두었습니다. “아. 한국적 판타지란 단지 세계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블랑&느와르를 읽고 든 생각이었고, rnarsis님의 비평문을 읽고 제 생각이 다소 틀린 방향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분명 월야환담은 정서적 면에서는 한국사회의 문제나 정서와 맞닥뜨려 있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가 흡혈귀나 신부이므로 다소 아쉽다는 말입니다. 퇴마록이나 신비소설 무는 한국적 환상소설임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눈마새는 아시아권의 세계관을 창조해 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환님의 말씀대로 따지면 눈마새에는 도깨비도 등장하지 않습니까? 나가는 인도신화에서 나오는 사신입니다. 그 성질은 이영도씨가 부여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인도 신화에 나오는 나가를 바탕으로 창조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rnarsis님의 말처럼 근대화(서양화)교육을 받고 자라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소년이 한국적 의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도깨비가 사실은 회색 털을 지닌 귀신의 일종이며, 뿔을 가지고 흉측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게, 일제시대 이루어진 사상 통일화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일본 귀신인 '오니'와 도깨비 사이에 동질성을 집어넣고, 뿌리부터 일본 쪽으로 물들이려 하기 위해 오니의 흉측한 모습을 도깨비에 덧씌운 겁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아니, 성인들 중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제가 염려하는 부분입니다. 진정 한국적이란 것이 무엇인가. 저는 블랑&느와르와 rnarsis 님의 비평문을 보고서 그에 대한 확답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한국적 문제나 의식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적 판타지다. 동의합니다. 한국적 세계관을 가진 것이 바로 한국적 판타지다. 그 역시 동의합니다. 다만 하나는 맞고 둘은 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퇴마록에 나오는 '말세'는 각 국의 신화에도 나타나 있는 세계적인 소재입니다. 노아의 방주나 대홍수 역시 성서에만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비슷한 신화가 있습니다. (제 기억이 틀렸다면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퇴마록의 주인공인 준후는 부적을 쓰는 한국의 박수와 비슷한 인물이며, 신비소설 무의 주인공인 낙빈이는 박수무당입니다. 여기 이 주인공들을 흡혈귀나 늑대인간으로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한국적 정서를 가졌지만, 한국적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민담이나 전설, 신화에는 흡혈귀가 없습니다. 피를 빨아먹는 귀신 자체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그나마 구미호가 간을 빼먹으니 흡혈귀쯤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블라드 체페슈공을 모티브로 한 드라큘라라는 영화가 한국에 들어오고, ‘뱀파이어’라는 흡혈귀를 한국 사람들이 알게 된 건 100년도 채 안될 겁니다. 어떤 게 한국적입니까?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이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고, 한국적 의식을 느낄 수 있으며, 아시아적 세계관이 바탕이 된 글입니다. 아직까지 제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는 이상이며, 환상입니다. 월야환담이 한국적 판타지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국적 판타지에 절반쯤 걸치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거 싸그리 다 한국적인 게 아니잖아!’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과 가족이 한국적 정서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글에, 주인공들이 가진 한恨역시 한국적 정서입니다. (만 복수라는 형식하에 담겨있어서인지 표현의 부족함인지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듯..) 본문에 적어둔 것처럼『블랑&느와르 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한국적 판타지란 단지 세계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본문에서 말해놓았듯 저는 일본 쪽 장르소설을 읽어본 일이 없습니다. 딱 하나 ‘델피니아 전기’를 완결까지 읽어보았군요. (일본만화는 좀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가 아는 한국의 장르소설시장은 ‘판타지’와 ‘무협’ ‘퓨전’이었습니다. 블랑&느와르, 괴력난신을 비롯한 시드노벨의 여러 글들을 보고, (거듭 강조하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정신적 뿌리를 바로 찾았으면 하는 겁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뿌리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신화 전설 그리고 그에 등장하는 우리 귀신과 신들입니다. 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적 뿌리 말입니다.

흡혈귀나 신부, 소드마스터나 마법사가 우리의 정서와 의식을 이끌어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박수나 무당,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얻은 소년이 우리의 정서와 의식을 대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들이 등장하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좀 더 한국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입니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라고 표현했고요.

참, 눈마새에 대한 문체는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의식과 관련해서는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11&dir_id=110103&eid=1T7tiTPfDfEKDcLHifDoL3gSEqs3UVGl&qb=tKu5sMC7ILi2vcO0wiC79SDB1sGm 를 보시면 어느정도 답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11&dir_id=110101&eid=H92cD4MuV2rOnHD1UTDjoHyvLSfDbdZO&qb=sMW60rTcyK+/9Q==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역사는 어디로? 에 대한 네이버 지식인들의 답변입니다.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06/24/07:59 x

덧. 가환님의 동의를 얻지 않고 담아온 의견인지라, 문제가 된다면 내용 빼겠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SanSan
    작성일
    07.06.23 11:21
    No. 1

    진짜 오랜만에 본, 비평이라 느낄 수 있는 비평이네요.
    (쓰신분은 잡문이라 칭했지만)
    안좋은 점은 지적해주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부분은 조언을 하고
    의아한 부분은 의문을 제기하고 계시고...
    비평 아주 멋집니다. 비평만;;

    추천글이 아니라 그런지
    가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게 아쉽네요. -_-
    많이 배우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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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바비
    작성일
    07.06.23 12:52
    No. 2

    언급하신 글은 보지 않아서 뭐라 말은 못하지만, 1번항은 글쓰신 분께서 잘못 알고 계셔서 살짝 태클성 글을 적습니다. blanc, noir는 불어로 백, 흑입니다, 단순한 색깔을 말합니다, 필름 느와르 (= 느와르 영화)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갱스터 무비가 되지만 직역을 하자면 검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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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자몽
    작성일
    07.06.23 15:13
    No. 3

    안그래도 제목에 관해서는 해석을 들어 A/S를 할까 생각중입니다.
    제가 불어쪽엔 관심이 없어서..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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