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금룡진천하
출판사 : 청어람
황규영작가를 표사로 접하고 그 뒤로 팬이 되었습니다.
정통무협을 선호하지만 표사처럼 위트가 넘치는 작품은 낄낄 웃을 수 있어서 정말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그 뒤로 필명만으로 손이 가는 흔치않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룡진천하를 읽으면서 실망을 했습니다.
금룡진천하는 처녀작 표사와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내용은 코믹물의 한계가 있으니 제쳐두고 전개방식과 대화가 표사의 경우는 유쾌했다면 금룡진천하는 유치하더군요.
표사 이후로 후속작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특히 금룡진천하의 경우는 진짜 황규영이란 작가명이 아니었다면 1권 초반에 읽기를 포기했을겁니다.
하지만 3권까지 읽어보니 작가 특유의 꼼꼼하게 짜여진 스토리라인 때문에라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만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화를 보면 이게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책인가 싶은 생각이 수십번도 더 들었습니다.
물론 황규영작가의 작품은 코믹물이기에 개연성이나 사실성을 꼼꼼하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 독자들이 쉬운 문체에 가벼운 문장, 부담없는 내용을 선호하기에 거기에 맞춘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기도 하셨죠.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차이라는게 있다고 봅니다.
표사의 경우, 아니 적어도 잠룡전설 까지는 그 기발함과 위트에 배꼽을 잡을 수 있었지만 금룡진천하는 3권까지 읽으면서 그런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표사는 치밀하게 짜여진 유머, 문장속에서 튀어나오는 재치에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감탄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금룡은 억지스러움과 유치함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몇년전에 읽었던 표사를 최근에 다시 읽고 바로 금룡을 읽었기에 그 차이를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룡진천하가 그래도 완결까지 읽을 가치가 있는건 치밀한 스토리라인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뒤에서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연결되고 또 그게 발단이 되어서 새로운 전개가 시작되는 모습에서 전체적인 흐름이 살아있기에 그렇습니다.
전세계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도 최초는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었습니다.
애초에 낮은 기준을 잡고 쓴 글이라면 세계적인 명작동화가 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무리 독자들의 취향이 가볍고 낮아진다고 해도 작가는 거기에 맞춰서 내용은 가볍게 할 지언정 필력과 노력까지 낮춰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TV 개그프로보다 어려운게 개그만화고 그보다 더 어려운게 글로써 독자를 웃기는 거라고 봅니다.
전달수단이 글로 한정되었기에 그만큼 작가의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황규영작가는 흔치않은 재능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남을 웃기는 건 타고난 재능이 없이는 힘겨운일인데 1차원적인 글로써도 독자를 웃길 수 있으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표사를 읽으면서 웃음 뒤에 숨겨진 작가의 재능과 노력에 감탄을 했을거라고 믿습니다.
다시한번 작품을 보면서 진정한 유쾌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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