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구왕
작품명 : 전사의 탑
출판사 : 로크미디어
동생이 모처럼 빌려온 책이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천마 묵비영이라는 책의 2부라고 하더군요. 2부까지 나올 정도면 꽤 인기있는 책인가해서 나름 기대하고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7권 완결권까지 읽었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무협 세계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던 사람이 여차저차해서 판타지 세계로 왔는데 무협 세계에서 부리던 조직과 비슷한 조직을 만들기 노력한다. 그 와중에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
먼치킨 주인공이 대세라서 대세를 따르긴 해야겠는데 너무 강한 주인공을 등장시키니 적이 너무 초라해서 위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설정을 비틀어서 주인공에게 억지로 제약을 씌웁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억지로 비틀린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리려니 다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럼 또다시 설정을 비틀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설정을 비틀고...무한 반복이더군요.
주인공이 자신이 원하는 조직을 위해서 일부러 인내한다라는 설정을 꺼내놓지만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됩니다. 왜? 주인공은 강자존의 원리에 충실하고 인질극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고 단호한 손속의 소유자라고 내내 외치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쿨하고 강한 캐릭터라고 말이죠.
그래서 우습게도 주인공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냉철무비, 형제와 동료를 아끼는 다정한 사람이면서 조직을 위해서 매번 얻어맞으면서도 인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건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정신병자입니다...주인공의 강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였다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습니다만, 주인공의 강함은 드래곤이 아니면 대적이 어려울 정도의 강자입니다. 참고로 이 세계에서 드래곤은 말 그대로 최강입니다.
요즘 쿨하고 강한 캐릭터가 유행인 것은 독자들의 심리적인 대리만족을 위해섭니다. 답답하고 모순적인 세상에 대한 화풀이를 캐릭터가 펼치는 활극을 보면서 푸는 거죠. 헌데 전사의 탑의 주인공은 보는 내내 갑갑하기만 했습니다.
양산형 판타지에서 적들이 무뇌아들로 표현되는 반면에 전사의 탑에선 주인공이 무뇌아입니다. 적들은 나름 똑똑하고 개념있는 반면에 주인공은 힘만 센 바보입니다. 아니면 정신분열환자거나...
게다가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글이 진행되다보니 구멍난 설정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수습이 안됩니다. 배경이 작다면 구멍난 설정들을 수습할 길이 조금이라도 있었을텐데 세계 전체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수습은 커녕 글이 점점 혼돈속으로 치닫습니다.
이 정도까지 자신이 쓴 글에 휘둘리는 것은 처음 봅니다.
대리만족도 얻을 수 없고, 작품성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양쪽 모두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는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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