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글에서는 항상 그만의 향기가 난다. 어떻게 변주를 이루어도 결국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변모하여도, 이런 글을 쓴 이라면 그밖에 없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무협 작가중 이정도 글을 쓰는 이는 개인적으로 삼정(三鼎 금강, 용대운, 좌백)과 풍종호 뿐이라고 생각한다.
대풍운연의는 글의 진행 도중에 끊어졌다. 매우 안타깝다. 근 15년 이상 끌어온 글이기에, 대가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접근을 기대했던 글이기에 이런 마음이 더욱 커진다.
이제 완성된 글을 돌아보자.
처음 기술한 대가의 향취가 느껴진다. 전권을 한 번도 내려놓지 않고 하룻밤을 새가며 읽었다. 여섯번째 읽는 것인데도 그렇다.
이는 무협을 읽으며 가장 거부감이 드는 부분인 [왜 그는 자신의 행복을 뒤로하고 만인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가! - 물론 이에대한 개연성 있는 설명이 있더라도 말이다. -] 라는 생각이 떠오를 겨를도 생기지 않을 만큼, 빠른 전개가 이번 글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금강님의 작품을 하나도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최근의 독자들의 취향에도 어울리는 빠른 전개, 그렇다고 성긴 서술이나 구조가 아닌 전후좌우 위아래까지 꽉 찬 내용으로 빠른 전개를 이룬다는 것은 대가만의 글에서 맛볼 수 있는 성취라 하겠다. 이는 권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1권을 빽빽이 채운 글귀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고 전개되는 글이다.
하면, 아쉬움은 없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기연이 아닌 심통 맞고 예쁜 돌대가리 여인의 등장이다. 심소옥이 돌대가리는 아니지만 거의 그 수준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녀가 양념적인 역할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등장하면 글이 늘어진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 취향에 따른 투덜거림이랄 수도 있다.
금강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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