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독자는 좋은 작품을 보면 거기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멋진 글을 쓰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아주 소수지만 그러한 독자가 작가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국내 무협작가들은 거의가 그런 수순을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오마쥬(Hommage)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해석에 따르면 : 불어에서 온 말로 '경의의 표시' 또는 '경의의 표시로 바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예술작품의 경우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일부러 모방을 한다던가 기타 다른 형태의 인용을 하는 것을 가르킬때 쓰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각기동대를 오마쥬한 뤽 베송의 '제 5원소'가 있지요.
자, 그럼 와룡선생을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뢰도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을 합니다.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비뢰도에 대한 오마쥬이니까요. 작가 이 협은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것입니다. 혹자는 비뢰도따위(좀 거친 표현입니다.) 오마쥬 할 가치가 있느냐고 항변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사견으로는 비뢰도는 무협의 새로운 흥행코드를 개척한 작품으로 작품성은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존중되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 무협시장에서 상업적 흥행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제가 부연 설명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실것으로 믿습니다.
작가 이 협은 비뢰도를 읽고 나름의 무엇을 느꼈을 것입니다.(그게 무언지는 본인만 알겠지요.)
그러나 제가 와룡선생이란 작품을 살펴보니 작가는 비뢰도라는 작품,혹은 작가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것 같습니다.
'왜 여기서 이렇게 썼을까. 이런 말장난이 없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이런 불만들 말입니다.
그래서 비뢰도와 코드는 동일하되 그간 비판받은 부분(비뢰도가 요) 을 보완해서 이런 작품을 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독자라면 누구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좋아하면서도 또한 일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썼다면 이 부분은 이렇게 , 저 부분은 이렇게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굳이 무협독자 뿐만이 아니라 순수 문학이나 기타 다른 장르를 읽을때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작가 이 협은 바로 거기에 도전한것이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 와룡선생의 성공유무를 떠나서 작가의 그런 시도를 저는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룡선생과 비뢰도를 비교해보겠습니다.
2. 본문
와룡선생에 대한 직접적인 감상평보다는 비뢰도와 마주 놓고 '틀린그림찾기'식으로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두 작품의 공통점을 보자면 ,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으나 아주 일치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괴짜 사부, 주인공의 절세무공 , 돈에 대한 끝없는 집착 , 자기밖에 모르는 성격,상대방 무시하기, 비꼬듯 말하는 존대어 등이 있지요.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마구 부려먹고 또한 나이 든 사람을 대하는 행동도 거의 일치합니다.
여기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주인공은 단전이 파괴된 상태지요.(그런 상태에도 거의 천하무적입니다. 도대체 왜 단전을 파괴한 설정을 했는지 좀 아리송합니다.)
자칭 다기능 주루경영인이라 하며 중원의 주루업계를 평정하겠다는 야심으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습니다.(어떤분은 쓰지도 않고 돈만 악착같이 밝힌다고 하시면서 그런 면은 비뢰도보다 더 심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비류연이 오히려 더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와룡선생의 소천화는 주루건설(여러개)라는 목적이 있지만 비류연은 단지 그냥 모을 뿐이지요.)
그리고 조금씩 차이점이 드러나는데 비뢰도에서는 주인공의 절세적 무공을 아무도 모르나 와룡선생에서는 몇몇 기인이 주인공의 능력을 알아보며 그 보다 더욱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여자를 대하는데 있어서 비류연은 싸가지는 없을 지언정 그리 심하게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소천화는 아예 개 잡듯 두들겨 팹니다.(인형교주라는 절세미녀를 말이지요. 비록 요녀라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설정중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외모를 들 수 있습니다.
비류연은 숨기고 있는 초절정 미소년(비뢰도식 표현입니다.)입니다.
그러나 와룡선생 소천화는 그저 조금 준수한 정도이지요.
(저로서는 이 부분을 작가가 소홀히 한것 같다고 느낍니다. 비뢰도의 '가려진 미소년'이란 장치는 아주 매력적인 흥행적 코드라고 보여집니다. 그의 오만한 성격이 어느정도 커버가 - 청소년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합니다.-되고 오히려 플러스적인 작용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지지만 소천화는 내용상으로 보았을때 느낌이 단지 무공만 높은 건방진 녀석일 뿐이라 비춰집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비뢰도와는 다른 빠른 전개를 가져갑니다.
비뢰도 특유의 말장난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씩 현대적 센스를 차용한 흔적은 보입니다.(신용가투 같은 점 말입니다. 요새의 신용카드를 패러디한 거죠.)
그러나 전개가 빠를뿐 몰입이 되지 않고 호흡이 군데군데 끊어집니다.
복선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그저 쭈욱 진행될 뿐이라 따분함이 느껴집니다.
또한 평면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건조함이 느껴지며 인물들의 등장에 대한 극적 장치와 개연성이 떨어져서 어수선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쯤되면 작가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가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할 듯 합니다.
3. 끝맺음
제가 보건데 이 작품 와룡선생은 작가의 지극히 이기적인 글이며 자기 자신과 비뢰도작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며 독자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습니다.
제가 위에 언급했듯이 오마쥬적인 글이기에 그것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이 작품을 작가의 처녀작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와룡선생은 작가의 생각이나 개성,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석과 의의를 썼을뿐 비난도 칭찬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이 협의 다음 작품에서 부터는 부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돌아와 주기를 바라며 무협작가 이 협의 이름을 보았을때 망설이지 않고 그의 책으로 손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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