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세하라자드
작품명 : 플루토 (1~72화)
출판사 : 문피아 정규연재란
세하라자드님께서 문피아에 연재하고 있는 『플루토Pluto』는 2009년 9월 10일부터 올라오기 시작하여 연참대전에 참가하며 엄청난 기세와 분량을 자랑하다 2010년 1월 17일에 연재된 72화를 끝으로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게임 판타지입니다. 작가분이 리얼라이프에 바빠서 연재할 짬이 안나시는 듯 하군요.
제가 읽은 게임 판타지라고는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팔란티어)과 탐그루 정도입니다. 이 두 작품은 사실 요즘의 겜판과는 많이 달라서 하나로 묶어 부르기엔 무리가 있으니, 실질적으로 제가 (제대로) 읽은 최초의 겜판은 『플루토』가 되겠네요.
겜판이라면 극력 기피하던 제가 이 작품을 읽게 된 계기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되어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원래 겜판이든 무협이든 판타지든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물며 여주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독자가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문피아에서는 더욱 그렇죠.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주를 내세운 게임 판타지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 기대심리에 맛만 살짝 보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72화까지 다 읽었고, 마지막화가 1월 17일에 올라왔다는 걸 알고나니 현기증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작은 체구에 인형같은 미모, 쿨한 성격이지만 게임 안에서는 종종 과격한 면모를 보이는 플루토의 여주인공 유자하는 보고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성별에 관계없이 쉽게 몰입하는 편이고(남성/여성/중성/무성/양성 다 오케이), 특히 자하처럼 상상하며 즐거워지는 여주라면 대환영입니다.
마지막까지 구상은 다 끝내놓았다는 작가분 말씀처럼, 주먹구구식 전개가 보이지 않고 적절한 템포로 차분하게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게 두번째 장점. 유자하는 무협배경의 소호강호와 판타지+무협인 트리니티 두가지 게임을 하는데, 이야기가 분산될까봐 걱정을 했으나 괜한 기우였습니다. 트리니티에 무게를 두면서 적절하게 소호강호 이야기를 삽입하고, 전혀 관계없어보이던 두 게임을 교묘하게 엮어서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플루토』는 순수한 게임 판타지는 아닙니다. 퓨전물의 성격도 갖고 있지요. 스토리가 점점 진행되어감에 따라서 알파형 인공지능과 문원그룹, 자하와 그녀의 어머니 홍련 등이 얽혀있는 커다란 비밀이 차츰 드러나는데... 이게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서 현대배경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스릴러풍 겜판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문제는 정말 중요한 시점에서 작가분이 잠수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ㅜㅜ
좋은 글에는 많은 요건이 있습니다. 문장이 탄탄해서 읽기 편하고, 몰입도가 높아 금새 페이지가 넘어가고,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며 즐겁고, 다음 이야기를 두근거리며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면 '좋은 글'이란 표현이 어울릴 겁니다. 세하라자드님의 『플루토』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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