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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raBlack 'Nekotopia'

작성자
Lv.1 한초희
작성
07.02.20 01:01
조회
993

작가명 : 후지모리 아스카

작품명 : 네코토피아

출판사 : 문학동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전개 논리가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서, 혹자들은 지나치게 이 작품에 대해 기대를 걸지 말것을 경고하고 있다. 고양이죽이기가 시사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체적인 틀을 생각해 보면 기발하다기 보다는 황당하기 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지닌 묘한 매력은 단순하기 때문에 극도로 부각되는 주인공소녀의 고양이죽이기 실태이다.

마치 그 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고양이로 태어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일 정도" 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니발, 큐브, 레지던트 이블, 바이오해져드, 731 등등, 각종 고어/엽기/스릴러/호러물에서 볼 수 있는 그 레벨을 넘어선다. 믹서기로 갈고, 아나토미처럼 미친 의학도의 합의적 살육마냥 여기저기 찢어발긴다. 그 대상은 역시 네코네코 (고양이) 다.

인간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반면 자존심, 여성의 상징으로 일부 남아있는 그 고양이를 잔인한 수법으로 "말살" 해 버리려 하는 주인공의 행보는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나치즘의 광기 그것과도 닮아있었다. 특히 가학적인 면모는 특성적인 "페티시즘" 과도 닮아있어서 지저분하지만 묘한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각각 고양이의 학살방법에 "이름" 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찰리 멘슨, 나폴레옹, 에바페론 등등의 명사나 광기어린 살육자들의 이름을 붙여가면서, 소녀는 고양이들에게 그에 걸맞는 죽음을 선사한다. 소설의 전개양상은 급기야 지도자의 권익에 걸맞는 죽음을 위해 "지도자는 고양이" 라는 소문을 유포하면서 타이틀에 걸맞는 죽음을 도출해내려고 한다, 순식간에 만인의 구원자가 된 듯한 대우를 받는 소녀를 바라보는 세인의 입장은 180도 전환되기에 이르고 마는데.

물론 책이 이야기 하는 분야는 유토피아에 대한 허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시점이 대의라고 하면 그 반대적인 실상에 대한 부분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

-  당돌한 열 살짜리 꼬마가 되었다가, 정신분석적인 눈으로밖에 세상을 보지 못하는 정신분석가가 되었다가, 능청스럽게 여러 시각과 관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외로 진지하다. 과도할 정도로 완벽함을 자랑하는 인위적인 유토피아, 평등과 박애가 넘치는 이상적 사회란 결코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는, 자기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아스카보다 더 엽기적이며 부조리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 소설 속 어른들처럼 ‘사랑 진리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자신의 편협함을 포장하고 있을 뿐. 살인마 아스카가,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성지의 지도자가 되듯 절대 악이 어느 순간 절대 선이 되는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다. 조각난 성지든, 서로 다른 이념이든 상관없다. “조금만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어붙이는 게 가능”하니까. 소설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어느 학자의 주장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문학동네 분석 인용)

실상이 과연 얼마나 더러운 것인가? 를 고발하려는 자세는 웬지 암울한 시대상의 지금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분히 작가적 관점에서 좁아져 있으며, 뾰족하게 첨진되어 있는 핀셋마냥 세상의 부조리함을 파헤치기에 그 지면은 다분히 급진적이며, 아무 대상이나 "성인" 을 개입시켜 그들만의 언사와 모순된 행동만으로 세상 자체가 "불합리" 하다고 부르짖는 것 역시 단편적인 시대만 보고 "다수" 를 판별하는데는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확장되기 이전의 고양이를 죽이는 방법들과 소녀의 광기어린 행태는 "소녀" 가 "고양이" 를 좋아하지 않고 반대로 "극도로" "살육" 하고 싶은 "욕망" 이 들게 만들만큼 "소녀" 는 "고양이" 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 사랑의 행태가 가학적인 "살육법" 으로 빛이 나기 까지 얼마나 많은 부조리 함이 응집되어 있었는가를.. 소녀는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해방되고 싶었을 것이다. 죽이도록 좋아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연마저도 스스로의 유희로 변질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세상의 경고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 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고양이는 결코 약자가 아니라, 작가가 죽여버리고 싶은 세상의 온갖찌꺼기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이 고양이죽이기는 새롭게 독자들의 눈에 띄이게 될 것이다.

Attached Image

아스카후지모리

문학동네(06.04.07)

  

저자 소개 : 아스카후지모리  

197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라는 별칭을 받은 그녀는 파리와 뉴욕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뉴욕에서 미술 전시회를 여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엘리트이다. 아이러니와 잔인함, 유머가 어우러진 데뷔작 『네코토피아』는 비틀린 현실의 모습을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정확히 짚어낸 소설로, 출간 당시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소설과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작품’ ‘아멜리 노통브의 재기발랄함을 뛰어넘는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어로 직접 쓴 이 소설은 오늘날 프랑스 네티즌들의 블로그에서 회자되는 화제작이기도 하다.  


Comment ' 1

  • 작성자
    ether
    작성일
    07.02.21 18:22
    No. 1

    후덜덜한 이야기. 이언 벵크스의 말벌 공장이 생각나네요. 잔혹함은 인간만이 가진 표현의 한 부분인지, 언제나 이런 소설을 보면 좋아라(응?!)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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