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서향
작품명 : 엘무어시온
출판사 : 대명종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협에는 주기가 있는 듯 합니다. 어느 때는 지겨울 정도로 범작들만 쏟아지는가 하면 어떤 때는 바삐 읽기 아까울 정도로 수작들이 연달아 나오지요. 한참을 가물다가 괜찮은 소설들이 몇 편 연이어 보이더니 요새는 그저그런 범작들만 나오더군요. 그러던차에 꽤 흥미있는 책을 보게 되서 추천을 드립니다.
올드팬들은 아시겠지만 대명종이란 출판사는 한때 와룡강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출판하던 곳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쉽고 편한 학생취향의 글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그곳 책을 들여놓는 대여점을 찾기 힘들었죠.(이 출판사의 책들이 어렵고 진지해서 그런것만은 아니죠;;;) 요즘은 간간히 대여점에서도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미지 때문인지 선뜻 손이 안갔습니다. 하지만, 볼만한 소설이 없어 대여점을 뒤지다가 결국 저 책을 빌리게 됐습니다. 솔직히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드래곤 라자를 언급한 서문이나 뒷표지의 카피는 별로입니다. 별느낌없이 약간의 거부감만 주더군요.
그런데 본글은 괜찮았습니다. 2권까지의 내용은 소년마법사의 성장입니다. 복잡한 시대상황과 음모 출신에 얽혀 앞으로 큰일에 휘말리겠구나라는 강한 암시를 주지만 아직은 여기 저기 신나게 돌아다니며 배우는 시기입니다. 특별히 요즘유행하는 삼쾌(유쾌상쾌통쾌)한 성격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단있는 소년마법사 시온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실력을 키우는 모습은 은근히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이 글의 장점은 담백함입니다. 어떻게 독자들을 요리해볼까라고 오래 궁리한 듯한 요즘의 장르소설들과는 다르게 장르소설을 읽던 처음의 두근두근하면서도 뭐든지 흥미있던 시절의 마음이 글에서 보입니다. 글에서 사용하는 처음보는 생소한 용어들이 그런 느낌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건 그곳에 멋진 영웅이 있어서는 아니죠. 영웅일지 아닐지 아직 모를 시온이지만 어떨땐 겁에 질려 실수를 하고, 어떨 땐 어이없을 정도로 대담하게 무모한 일을 벌이는 모습에서, 저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과 신비를 느낍니다.
칭찬을 늘어놓긴 했지만, 소설 자체는 간간히 엉성합니다. 특별히 꽊 짜여진것도 아니고, 가끔 등장하는 음모세력도 그리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약간 혼란스러워서 나이는 어리면서도 70대의(그래서 그런지 존대를 거의 안하죠) 완고함만을 보이는 주인공에 익숙하신 분께는 우유부단하다고 비춰질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당히 사랑스러운 글이고, 주인공입니다.
비슷한 내용도 잘쓰는 사람이 있고 못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허한 내용을 아무리 잘쓴다고 좋은 소설이 되지는 않습니다. 검에 '마음'이 있어야 좋은 검법이 되는 것처럼, 소설에도 '마음'이 있어야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엘무어시온은 대단히 멋진 소설은 아닐지 몰라도 마음이 있는 소설입니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