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지훈
작품명 : 알에스
출판사 : 로크미디어
올해 본 장르소설 중,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알에스를 꼽겠습니다.
직소퍼즐처럼 하나씩 조각이 맞춰지며, 치밀하게 구성된 플롯. 마치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어떤 것을 향한 분열된 파편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카이를 보고 있으면 전율이 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전율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볼수록 전율을 느끼는 것은 헬의 말대로 그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소설 중에서 인물이 변한다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나는 카이에게서 '표출된 카리스마'가 아니라, '숨어있는 카리스마'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천재의 괴짜스런 행동 쯤으로 여겨졌지만, 뒤로 갈수록 그의 사소한 것 같은 행동이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또한, 긴박감 넘치는 전개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작중 인물들을 보면 조금만 어긋나도 무너질 것 같은 유리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외적인 면에 불과합니다.
카이는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지?'
라는 존재방식에 대해 질문에 대해...
카이 뿐만 아니라, 극 중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신념이 있지요. 그리고 카이는 보통사람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카이는 유진에 의해 자유를 부여받아 다시 태어났습니다. 초월자인 천둥새를 만나 성장했습니다. 유진을 사랑함으로서 성숙해졌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었습니다. 실로 'resolution'라는 제목과 어울리는 글입니다.
전작 스키마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 도입에서 장르소설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무언가가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일종의 등산을 하는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알에스는 처음부터 독특함으로 무장해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어쩌면 제가 천재소년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아쉽다면 와일즈 교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관조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입니다. 아직 전면으로 나오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그의 활약 또한 보고 싶은 것이 제 심정입니다. 또한 행동을 묘사함에 있어 다소 너무 추상적인 비유를 즐겨 쓰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앞으로 내용이 기대가 됩니다.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유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PS. 행복하게 죽었다, 는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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