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원도연
작품명 : 용화구전
출판사 : 문피아 작가연재란 연재중
유럽여행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늘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유럽여행을 갔을 때 가장 좋았던 곳이 프랑스라고 했었지요. 왜냐하면 여행의 목적이 식도락이었기 때문에 음식이 입에 맞았던 프랑스가 단연 좋을 수밖에요. 더군다나 매일마다 그 지역 특유의 질좋은 와인을 함께 마시는데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이어서 프랑스에서 숙소로 자주 이용한 곳은 민박이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강촌이나 대성리같은 곳의 방만 둥그러니 큰, 이름만 민박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쁘고 아기자기한 펜션같은 곳이었어요.
시골의 좁은 국도길에서 만나는 민박집 중에서 어떤 곳은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해요.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나라의 가정식백반처럼 프랑스식 요리를 해주는 것이에요. 어떻게 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식당을 찾기가 귀찮기도 해서 먹어봤는데, 정말이지 제대로 된 풀코스로 대접해주더군요. 맛있는 와인도 종류별로 왕창 마실 수 있었구요.
생뚱맞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음식문화에 빗대어 무협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에요. 그 때 들었던 생각인데,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외국의 음식문화는 많이 달라요. 특히 상차림에 있어서 우리네 음식문화는 국이나 찌개를 밑반찬과 함께 한꺼번에 한상가득 차려놓고 함께 먹는 문화인 반면에 그곳의 문화는 에피타이저, 샐러드, 메인디쉬, 디저트 등등의 순으로 순서대로 조금씩 먹는 문화에요.
어느 문화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서양식의 음식문화에서는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을 잘 고려해야 해요. 에피타이저가 맛있다고 배불리 먹어서는 메인디쉬가 맛이 없어져버릴테니까요. 마치 요즘 XX수산과 같은 횟집에서 앞에 나오는 주변요리들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나중에 나오는 회는 정작 배불러서 못먹는 안타까운 상황처럼요. 당연히 만드는 사람입장에서도 이러한 순서를 잘 고려해서 음식재료간의 배합이나 향신료, 간을 어느 정도로 해야할지를 전체적으로 잘 고려해야 해요. 먼저 먹는 음식을 맵고 짜게 만들어버리면 나중에 먹는 음식의 향과 맛은 밋밋하게 느끼게 될 테니까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음식, 특히 남도지방의 음식은 하나하나 맛깔나기로도 유명하지만,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밑반찬 가지수는 상차림을 받는 순간 압도당해요. 어느 유명한 식당에서는 상위에 올려놓을 곳이 부족해서 그릇을 이층으로 쌓아놓기도 해요. 이런 곳에서는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는 것보다는 마구마구 먹어주는 것이 어울려요.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수정과나 누룽지를 먹으면서 듬직해진 배를 두드려주는 것이 제격이에요.
요즘 문피아에서 전자처럼 긴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조곤조곤 볼 수있는 무협은 점점 드문 것 같아요. 출판때문에 그런지 남도지방의 좌중을 압도하는 상차림처럼 1~2권에서 너무 강한 임팩트를 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초반에 임팩트 강한 소설의 맛도 좋지만, 어떤 때는 이쁜 접시에 순서대로 정갈하게 담겨나오는 코스요리도 먹어싶어질 때가 있지 않겠어요?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의미에서 코스요리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원도연 작가의 [용화구전]에 대해서 잠시 소개말씀 드려볼까해요.
무협과 코스요리가 어울리는 비유는 아닌 것 같지만, 시작부터 남도식 상차림의 부담스러움이 잘 절제되어있는 듯해서 극단적인 비유를 들었어요. 코스요리에서 에피타이저를 먹을 때, 메인디쉬가 어떨지 기대를 하면서 그야말로 식감을 돋구는 것이 주요 목적이듯, 글의 시작도 주인공의 미래의 모습과 멋진 활약을 기대하면서 조금은 아쉬운 듯 안달복달하는 것도 그야말로 무협의 맛 아니겠어요?
[용화구전]은 몰락한 양가창법의 후손인 양무양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는데,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재료인 [성장]이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검과 도 혹은 권이 아닌 [창]이라는 소재도 약간은 흔치않은 듯 해서 더욱 흥미있구요.
무엇보다도 이 글의 백미는 잘 정련된 문장과 문체인 듯 싶어요. 눈으로 감탄하면 쫓아가는 동안, 눈에 걸리는 부분이 없어요. 장중하면서도 고전적인 문장의 흐름에 가끔씩 익살맞은 해학과 재치가 있어요. 마치 문정후 작가의 용비불패와 같은 느낌처럼요.
이 해학과 재치가 너무 남발되지도 않고, 양념처럼 조금씩 문장사이사이마다 톡톡 튀어나오고 있어서 더욱 인상깊어요.
그리고 주인공인 양무양의 성격도 맘에 들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 모용박 등의 조연들이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아직 분량이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의 감상이 섣부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꼭 읽어봐야 할 좋은 무협이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한번 읽어보러 가보실래요? 원도연 작가의 [용화구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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