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인
작품명 : 무정십삼월
출판사 : 로커미디어
우리는 흔히 밥을 먹다가 돌을 몇개 씹으면 "전부 돌이잖아.."라고 합니다만
따지고 보면 그래도 돌 보다는 밥알이 많은 것이 사실이잖아요.
흔히 요즘 무협소설은 읽을 것이 없어!! 라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읽을만한 소설이 더러 있으며 개중에는 아주 우수한 작품도 간혹 눈에 띄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소설에 대한 좋은 평이 간혹 이 난에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신인작가에 대한 원초적 거부본능(^^)으로 사실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가 별 기대도 없이 손에 잡았는데...
에구~ 이 책이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였을 줄이야~;;;
역쉬~ 국문과 출신답게 탄탄한 문장 구성과 아름다운 문장 표현,
이런 문장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읽어보면,
새삼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이고 한글만이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얼매나 뛰어난 지를... 온 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무협소설이 아니라 문학소설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듯이
이 소설의 문장 또한 천천히 음미하면서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전 무협을 읽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한편의 문학소설을 읽는 착각에
빠져들었다는 얘기지요.
무협의 질과 수준을 논하는 일이 왕왕 있어오고 있습니다만
그 질과 수준을 재는 잣대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훌륭한 문장이 아닌가 싶군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무협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신성이
탄생하였음을 축하합니다.
탄탄한 문장을 토대로 하여 그 위에 자기만의 상상을 일관되게 전후
모순없이 그려낸 건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토하게 하고
그 건물에서 뛰어놀고 싶어하는 마음을 자연 생기게 하는 것이지요.
어느 종교에서 악인이 아무리 많다 하여도 이 세상에 의인 5명만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한 신의 약속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이런 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제가 사랑하는 무협은 그래도 존속할 가치가 있고
내 친우들에게 요즘 무협은 옛날의 그 나쁜 이미지의 무협이 아니다 라고
자신있게 자랑할 수도 있기에 저의 가슴은 마냥 설레기만 합니다.
그런 작가분들은 요 근래 저가 올린 감상글의 대상이 된 작품의 작가들도
당연히 해당되는 것이구요.
이 소설은 아름다운 문장을 기본기로 하고 왼손에는 유머를,
오른손에는 진중함을 무기로 하여 자칫 지나치게 가벼워지거나 또는
그 반대의 현상을 경계하면서 절묘한 배치를 통한 조화의 미를 보여주고 있어
마치 한쪽 눈으로는 마구 웃으면서 다른 눈으로는 또 다른 슬픔을 보여주는
찰리 채플린의 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최고의 장면은
장화월(이 이름은 마치 기생오라비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란 느낌은 첨부터
끝까정 지울 수 없었다 ㅋㅋ)이 분노에 차서 ++장에 혼자 쳐들어가 가주 등을
박살내는 장면(왜냐하면,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으므로)이었는 데,
그 후의 장면에서는 그와 같은 통쾌한 장면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는 데,
장화월을 너무 인간적으로 그리려고 한 것으로 인해 그런 것 같아 저로선 못내
아쉬웠구요
그로인해 클라이막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이 책의 표지인 데. 정말 눈뜨고는 못 봐줄 정도였습니다.
책의 내용과 비교하면, 마치 굉장히 학식있는 어른이 어린애들이 입는
때때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나올 책에는 그 내용의 무게만큼이나 어울리는 옷(표지)을 입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떻든 그런 것은 이 책의 전체적인 비중에 비하면 극히 사소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저로선 작가께서 후기에서 말했다시피 심진의 활약상에 대한 글도
언젠가 써 주실 것을 굳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다려지는 이야기이니까요.
작가님의 남아일생을 보는 마음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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