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인적인 시험을 하나 힘겹게 치루고, 같이 시험을 본 친구와 가볍게 점심 외식을 때려준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습니다. 컴퓨터를 켜긴 했으나 글도 쓰기 귀찮고..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아무 의미없이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소음만 듣고 있었지요.
그러다 이건 오히려 몸을 흐느적거리게 만드는-_-;;; 불유쾌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에 빌려다 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몇권의 책들과 함께 손에 집힌 책이, 바로 이 글로 추천해드릴 별도님의 신작,
'그림자 무사'
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림자 무사' 라는 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잔잔하면서도 비장미가 어우러진 '호위 무사' 였습니다. 간혹 추천글을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정말정말 성실연재가 아니라면-_-; 연재글을 안보는 저로서는 제목에서 파악해 낼 수 있는 것이 그 글에 대한 사전지식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의도(?)된 것인지 '~~무사' 라는 비슷한 제목 형식과 기존의 별도님의 작품에서 생겨버린 별도식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그림자 무사'를 '호위 무사'와 비슷한 작품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먹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제가 배고픔을 참고 책을 다 읽은 후 지금에서야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렇다면 어떠한 매력이 제가 저녁을 제시간에 못먹게 만들었고, 또 이 그림자 무사라는 글이 어떻게 독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내는 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림자 무사의 가장 큰 재미는 '지적 유희'(?) 입니다.
사실 별도님의 기존 작품들은 지적 유희와 약간은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였습니다. ^^;; 유쾌함 보다는 치열함을, 잔잔한 미소보다는 손바닥의 흥건한 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별도의 기본 작품에서 보여진 별도의 세계였지요. 이런 기존 작품들(그래봐야 두편이지만 ^^)의 색깔은 이 글로 하여금 그 다양성을 크게 넓혔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뛰어난 한량(?)으로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남궁가라는 거대 세가의 아들이 중태에 빠지면서 주인공은 사형장에서 남궁가로 옮겨져 제 2의 인생, 즉 그림자 무사로서의 인생을 살게 되지요. (더 이상은 글을 읽는 재미를 망칠 것 같아 적지 않겠습니다. ^^)
이런 과정속에서 주인공은 몇가지 선택의 기로와 위태한 외줄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까딱 잘못하면 저~ 아래로 떨어지게 되며, 그 길조차 여러갈래로 나뉘어 있지요. 그렇기에 주인공은 등장인물들과 웃음 뒤의 칼로서 협상과 협작을 하게 되며, 그러한 주인공의 행보에 발맞추어 등장인물들도 자신들을 위해 다른 인물들과 다양한 음모를 꽃피우게 되지요.
어찌보면 왠만한 무협에서 흔히 등장하는 음모-_-;(사실 주인공을 암계에 빠뜨리는 것이 없는 무협이 어디있을까요-_-;;)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런 점을 가지고 지적유희라 표현한 것은, 당연히 그 이유가 있습니다. ^^;;
다른 작품들에서 이런 음모들이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기 위한 조연정도의 역할로 밖에 다뤄지지 않았다면, 이 글에서의 두뇌 싸움은 조연이 아닌 주연의 개념으로 다뤄졌다는 것이 매우 독특한 매력을 내뿜습니다. 다시말해 이 글을 읽는 기쁨의 큰 축 중 하나가 바로 이 두뇌싸움이라는 것이지요. 마치 추리소설 등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달까요. ^^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 혹은 묵향-_-;등에서 보여지는 거대한 단위의 싸움도 재미있지만 몇몇 등장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묘한 신경전과, 그 신경전 속에 여러겹으로 꼬여있는 음모 역시 매우 큰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이 수싸움이 바로 그림자 무사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매우 중요한 첫번째 매력입니다.
두번째 장점으로 통쾌한 유쾌함을 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지적 유희 어쩌구 할때 추리 소설처럼 무거운 글을 연상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혹은 별도님의 글이라는 것만으로도 치열함이 숨쉬는 글을 떠올리셨을 수도 있겠네요. ^^
그러나 그림자 무사는, 위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읽는 내내 입가에 한가닥 미소를 감돌게 하는 작품입니다.
얼핏 무거워지기 쉬운 내용을 가졌음에도 주인공의 성격과 그가 벌이는 치밀하고도 유쾌한 행동들은, 이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과 같은 유쾌함을 전염시켜 버립니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 외에도 글 사이사이에 유쾌한 부분들을 티나지 않게 효과적으로 집어넣은 것도 매우 자연스럽지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글의 유쾌함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오가는 수싸움을 통한, 그리고 그 결과로서 주인공이 이기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통쾌함일 겁니다. 한꺼풀씩 벗겨지는 주인공의 능력과 그로 인한 승리의 기쁨(?)은 독자에게 깊은 감정 이입으로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중첩되는 음모 속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 역시 주인공과 동화된 독자로 하여금 든든함과 여유를 선사해 주지요.
이처럼 그림자 무사라는 글은, 독자를 유쾌하게 만드는 기술을 Lv.99로 활용하고 있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가치를 두배로 높여줬다 생각하는 것이자, 어찌 생각하면 게으른 제가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된 요소이고, 이 글의 하이라이트이자 핵심적 매력은
2권의 마지막 문장-_-;
입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_-; 특히나 여자분들께서 어이없어 하신다면 묵묵히 돌을 맞겠습니다. ㅠㅠ
그렇지만 2권이라는 분량 속에서 달려온 글의 대미를 장식하는 문장이자, 이 글의 유쾌함을 극도로 발휘하게 만드는 문장, 그리고 절단신공의 12성 경지에 이른 그 마지막 문장이야 말로 그림자 무사, 전 2권을 덮으면서 가장 큰 매력을 뿜어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수많은 내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장이자, 무상검의 유검이가 들은 것 같은 '내가 전하는 것은 문장이다' 란 말이 보여주는 의미를 언뜻 스쳐지나가게 만든 정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랄까요..
어떤 문장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고(그렇다고 제일 뒤부터 보시면 안되는거 아시죠? ^^)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앞서 두개의 글을 완결진 작가라면 적어도 어느정도의 수준은 보장될 것입니다. 거기에 별도라는 독특함의 재능을 갖춘 작가가 낸 세번째 책이라면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을 뿜겠지요.
시원한 늦저녁에 한가함을 만끽하신다면, 일요일 저녁의 시원함을 '그림자 무사'와 함께 하심이 어떤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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