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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탄을 다시 읽고....

작성자
Lv.5 호리서각
작성
04.05.17 23:54
조회
1,559

이번에 공동구매로 산 빙하탄을 읽었습니다.

사실 두 번째 보는 겁니다. 저는 아무리 좋은 작품도 한 번 읽으면 잘 안 읽죠.

그렇지 않았던 건 김용의 작품들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빙하탄을 읽으면서

새로운 감동과 함께 과연 장경님이라는 감탄을 다시금 내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간의 속사정을 안 채로 다시 읽으니 무심코 넘겼던 한 마디 한 마디들이 가슴에

절실히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장경님의 작품들의 장점 중 제가 최고로 치는 것들 중 하나가 감정의 과잉이

없다는 것입니다. 격렬한 감정도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닌 등장인물이 토해내는

한마디나 행동으로 보여주기때문에 캐릭터들에게 느끼는 독자의 감응은 전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상상력의 자극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툭툭 내뱉는 심연호의 한 마디에 또는 그가 쓸쓸히 부르는 시를 보고 가슴이

찡해오는 건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순간 순간의 모습들에서 쏟아져 나올듯이 좌충우돌하나 결국은 폭발하지

못하는 감정의 편린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다른 하나는 살아있는 캐릭터입니다.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어 세상을 원망하나 또 오로지 원망할 수만은 없기에

괴로워하는 심연호는 물론이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무의 길에 들어섰으나 유여원의

아름다움을 질시하기도 하는 교검, 충성심에 매몰되어 버린 심제충, 사도상,

아버지의 그늘에게 벗어나고자 하나 쉽지 않은 조수인 등 다양한 인물군상이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3권의 책으로 충분히 보여줍니다.

숨겨진 비밀을 조금씩 캐나가며 느끼는,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켜가는 플롯을

얘기한다는 건 또 하나의 사족이겠죠.

  

그러나, 여기다 꼭 하나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문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경님 작품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 로 끝나는 등장인물의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말들을 좋아합니다.

눈물을 울컥 쏟을뻔 했던 심연호의 말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제 나는 깊은 잠에 빠지려 한다. 어쩌면 깨어나지 못할 잠이 될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교검, 도영, 고맙다. 나를 위해 울어주어. 나는 그것으로 내 쉴 자리를

얻은게야. 만족한다. 때문에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베풀 것이다. 몽마가 되어서라도 너희들을 지킬 것이다."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한 사람을 원했던 심연호, 교검과 도영이 그의 곁에 있으니 그는 외롭지 않겠죠?

즐거운 주말 오후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버린 빙하탄은 최고라 쳐왔던 암왕에

버금가는 작품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28 올드루키
    작성일
    04.05.18 00:28
    No. 1

    가, 가슴이.. 저리다.. 심연호.. 너는 과연 진짜배기 삶을 살았다.

    남자의 삶은 그정도로 충분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이스코
    작성일
    04.05.18 00:54
    No. 2

    요즘 빙하탄 감상문이 많이 올라오내요. 빙하탄 광팬인 저로선 무척 기쁩니다요 ^-^
    에...전 결말을 다 죽어버리는걸 바랬었기에 마지막에 심원호의 안식이 약간 불만이었어요.
    여지껏 본 소설중 가장 감정이입이 잘되고 최고의 카리스마와 광기를 보여준 주인공이라 마지막에 자신을 불사르면서 산화해가는(허리케인 죠 처럼 ㅠ_ㅠ)모습을 원했었거든요. 여자 두명을 놓고 죽어(?)가는 모습이 염장 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일
    04.05.18 09:19
    No. 3

    아래 글은 장경님이 카페에 올려주신 “빙하탄”에 관한 내용입니다.

    감상, 비평에 내가 쓴 글임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 가끔 올라옵니다.
    분명 내가 쓴 글임에도 자신이 썼다고 바득바득 주장하는, 천산도로나 백호 구리인형같은 황당한 평은 제외하고
    정확한 평임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근래 고무림 감비란에 제 글에 대한 평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데
    철봉황도 그렇더군요.
    내가 철봉황을 이렇게 썼어?

    확실히 기억나는 건 감비란의 어떤 분 말씀처럼
    광기의 시대, 그 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던 한 사람으로서
    철봉황을 그렸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철봉황이라면 주요한 캐릭터인데 그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냐고요?
    기억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통상 캐릭터의 상에 대한 완벽한 이미지가 그려지면
    그 캐릭터는 작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 스스로 알아서 움직입니다.
    작가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까지 내릴 때도 있죠.
    철봉황의 세세한 행동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입니다.

    때문에 비급을 보고 주었는냐, 비정한 여자인가 등등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작가의 손을 떠난 글은 독자의 글이 맞으니까
    각 읽는 그 분의 선택이 맞을 겁니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주인공과 천붕방주와의 일전... 철봉황이 천붕방주를 편들죠.
    그러나 만약 주인공이 당했다면,
    철봉황이 천붕방주를 향해 칼까지 들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빙하탄... 내가 감정이입을 너무 심하게 해서
    대중적 접근에는 실패하지 않았나 했는데
    반대급부로 찾아주는 사람은 끊임없이 찾아주는군요.
    예, 빙하탄 같은 글은 그 맛에 적죠.

    잘 나가던 묵내뢰는 근자에 제동이 좀 걸렸네요.
    봄바람 타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영 질퍽합니다.
    가끔 찾아오는 발작이니, 그러다가 곧 좋아지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일
    04.05.18 09:39
    No. 4

    저 역시 장경님 작품 중 천산검로와 함께 가장 많이 읽는 글이 빙하탄입니다.
    흔히 컬트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뛰어난 작품성과 델리케이트함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관객을 꾸준히 찾아오게 만드는 영화.
    빙하탄은 우리 무협계에 흔치 않는 컬트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경님 만이 쓸 수 있는 글이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몽검후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冬月
    작성일
    04.05.19 07:49
    No. 5

    장경님 최고입니다!!!
    장경 만쉐이~
    꺄윽~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은향
    작성일
    04.05.19 09:42
    No. 6

    책방 구석에 자리잡고 있어서 스스로도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어제 겨우 1권을 읽었는데 왜이리 흥분됨을 감출 수 없는지 모르겠더군여. 유용운님의 청룡장을 읽었을때와 비슷한 감흥이 생기더군여.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새록새록 들었어요.....
    아직 끝까지 읽지 않아서 마무리가 궁금하지만 실망 스럽지 않은 대미가 되겠지요. 얼른 책방으로 고고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빨간머리N
    작성일
    04.05.20 09:17
    No. 7

    유재용님의 청룡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은향
    작성일
    04.05.20 10:17
    No. 8

    헉!!! 지송합니다.
    유재용님 맞슴다!!!
    어제가서 확인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야옹
    작성일
    04.05.22 12:32
    No. 9

    암왕, 빙하탄...장경님 작품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죠..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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