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부 하나는 타고났다.
이마 주름, 팔자 주름, 눈가의 잔주름까지, 남들만큼은 주름이 진 내 얼굴을 사람들이 기적의 동안이라고 감탄하는 이유도 결국은 깨끗한 피부 덕분이지 싶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피부가 좋으셨는데 자식들 중에서 그 피부를 물려받은 건 나밖에 없는 성싶다.
피부 관리? 난 그런 거 전혀 안 하고 산다.
얼굴에다 뭘 바르면 기분까지 답답해진다.
흔한 샘플 로션 하나 내 방에는 없다.
목욕탕에 가서도 공짜 로션도 바르지 않는 성격인 것이다.
일년 365일 아무것도 안 바르고 살아도 얼굴이 깨끗한데 뭐하러 피곤하게 관리를 하겠는가.
아, 가끔씩은 나도 관리 좀 하고 살까 하는 마음이 들기는 한다.
완전히 방치해 두어도 이 정도이니 조금만 관리를 하면 임수정이나 이연희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화장품 살 돈이 없다.
게다가, 여자도 아닌 남자 얼굴이 지금 이 정도로 매끈하면 충분하다 싶기도 하다.
여기서 더 깨끗한 피부를 얻는다고 돈이 생겨, 뭐가 생겨.
이런 나도 얼굴 중에서 열심히 가꾸는 게 있기는 하다.
바로 눈썹이다.
내 눈썹, 엄청 짙다.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 눈썹 비슷하다.
내 얼굴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부위가 눈썹이다.
내가 가진 결점들은 어쩔 수 없다고 속상해도 받아들이고 장점을 강조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그래서, 그러잖아도 짙은 눈썹에 열심히 눈썹 발모제를 찍어발라 주곤 한다.
샤워할 땐 일부러 눈썹에 비누칠을 해주기도 하고, 외출할 땐 손가락으로 눈썹을 빗어 주곤 한다.
눈썹을 어떻게 빗어 주느냐고?
먼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눈썹을 쭉쭉 밀어 결을 가다듬어 준다.
그런 다음에 눈썹에서 고개에 해당되는 부위를 이마 쪽으로 살짝 치켜세워 눈썹이 활시위 모양이 되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양 눈썹 안쪽을 서로 만나는 방향으로 쓸어 준다.
이렇게 깨끗한 피부에 짙은 눈썹을 가졌는데도 반하는 여자가 없다는 것이 함정.
(얼굴 자랑 끝이 왜 이렇게 나누.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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