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쥬논
작품명 : 규토대제
출판사 :
우선 필자의 글쓰는 재주가 고등학생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짐이 없음에 애통해 하는 바이다.
소설은 취향을 탄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독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독자는 그 책을 덮을 수 밖에 없는 법. 나에게 알랭 드 보통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그리하였고, 지금의 규토대제가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판타지/무협 에 대한 편식이 적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 기대치가 낮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듯 싶다 - 이 규토대제는 결국 3권 중반부에서 접고 말았다. 완독을 하지 않고 평을 하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 생각할 지 몰라도, 독자의 완독을 이끌어 내는 것 또한 필자의 역량이지 않을까?
1. 캐릭터.
가장 먼저 주인공인 규토부터 보자. 규토는 전생의 위대한 황제의 영혼이 덧씌인 형태로 "추정"된다. 패황..이랄까? 그래서인지 규토의 성격은 오만하다. 모든 것을 찍어 누르려는 듯한 오만함. 어떤 사람에겐 매력적인 캐릭터이겠지만, 필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여서인지 위화감까지 들었다. 게다가 전생에 황제였다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아무 사정없이 황제가 되려 한다는 점이나, 자신이 태어난 세상에 대해 아무 지식이나 기반도 없는 데도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점은 크게 공감하기 힘들다. 아무 준비도없이 힘만 기르면 황제가 된다는 생각일까?...
그것보다 더 불만인 점은 주변인물들의 성격이다. 소설이 판/무 혹은 대하소설 같은 장르가 아닌 장르의 기준으로 "장편"소설이라면 -쉽게 말하자면 1권 분량의 소설- 입체적인 캐릭터는 주인공 한명뿐이어도 상관없다. 그게 3권을 넘어가는 방대한 량의 글이라면 매력적인 조연들이 필히 등장해야 하는데,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말그대로 나쁜놈이라거나, 주인공하면 꿈뻑 죽는 머저리들이거나, 그냥 충성을 맹세한 개성없는 캐릭터들이거나.. 루치아라는 캐릭터가 그나마 앞으로 입체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3권 중반까지는 그다지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오직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한 도구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쥬논님이 가진 남성중심적인 남녀관이 싫다. 아니 거북하다. 이는 비단 쥬논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무협작가들의 글에 녹아있는 점이긴 하지만 - 필자가 장담하는데, 판타지/ 무협은 연애관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능력있는 여자라도, 주인공에 뻑 가고 그 앞에선 하나의 여자이고만 싶은 존재가 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에게 종속된 느낌의 루시아는 나의 매력을 끌지 못한다.
조금 쓸데없지만 하고싶어서 하는 덧붙임인데, 현실에서 만나는 여자들은 판타지/무협의 여자 주인공과 다르다. 물론 모두가 어느정도는 인식하고 "그럼 소설인데 같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늘과 땅" 만큼 다르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남자들의 희망을 극단적으로 투영한 형태가 상당수.. 부끄러운 얘기지만, 필자가 이런점을 느낀것은 대학교 오고 1년여가 흐른 다음이다. 무협이나 판타지에서 간혹 등장하는 연애고수의 연애이론따위도 다 허구니 그냥 무시하고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2. 의문점
어느 독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읽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몰입하기 힘들다. 필자는 규토가 숲에서 나와 염왕이 되었을 무렵이 제일 이해가 안간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처구니가 없었떤 부분은 암거래상단에서 규토에 대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 웃기지 않는가? 규토가 출생의 비밀 때문에 대외적으로 숨겨진 왕자도 아니고, 일국의 왕자 출신이다. 죽었을거라 생각하고 간과했을 수도 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한 나라의 년단위 재정을 움직일 만한 일을 벌이는데 무슨 박 남작네 다섯째 아들이름 기억 못하듯 왕자이름을 떠올리지 못할까?
그리고 그렇게 능력있고, 조심스러운 행사인데 그걸 몰래 들은 아이를 너무나도 자비롭게 보내준다? 그렇게 자비로운 사람들이 왜 암거래 상단에 있을까? 적어도 염왕으로 있으면서 벌이는 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뿐이다.
3. 소재
그 와중에 규토대제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이 소재부분일 것 같다. 물론 그 체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주술이라는 개념을 활용한 주인공만큼은 충분히 매력있다. 남들이 쉽게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한다 하더라도 산발적으로 사용하던 것을 어느정도 체계를 마련해 사용한 것에 대해서 규토대제는 호평을 받을만 하다.
4. 그 외
현실 혹은 역사에서 이름이나 지명등을 따온다면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도 따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전에 비평란에 올라온 모 소설도 많은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아서 비평의 시각이 좁을 지는 모르겠지만, 유럽 지도를 큰 의미 없이 차용한 점에 대해선 좋은 평을 주기 힘들 듯 하다.
마치며
이전에 '전쟁 상인 다크'에 평점을 주었듯, 이 글에도 평점을 주자면 5-6점정도를 주고 싶다. 비록 이 글이 전쟁상인 다크에 대한 글보다 더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았다 하더라도, 두 글에 대한 필자의 기대치에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에 못미친 점을 혹평한 것이지, 규토대제가 터무니없는 글이란 뜻의 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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