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재한
작품명 : 소드시커, 워 메이지, 사이킥 위저드
예전이라면 모를까 최근에 김재한님 하면 나름대로 장르소설계에서 명성을 쌓아가시는 분입니다. 보통 많은 독자분들이 김재한님 하면 비인간적인 출판속도와(한달에 한권씩 쓰시는걸 보면 무슨 양의신공이라도 익혀서 한번에 두권씩 쓰시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방대한 세계관, 그럭저럭 괜찮은 필력등을 연상하실겁니다.
이중에서도 '방대하고 탁월한 세계관'은 김재한님을 다른 작가들과 구분짓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요. 다만, 그 뛰어난 세계관을 김재한 작가님이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듯한 느낌을 받을때가 종종 있는데 그 점을 좀 지적해 보겠습니다.
1. 감정묘사, 특히 로맨스의 설득력 부재.
이 점은 상당수의 독자들에 의해 여러차례 지적받고 있는 부분인데요, 특히 워 메이지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세계관으로만 보면 역대 김재한 작가님의 작품중 가장 뛰어나고 정밀하다고 생각되는 워 메이지인데 감정묘사는 세작품중 가장 떨어집니다. 사이킥 위저드보다 떨어지는거야 사이킥 위저드가 최신작이니 그 동안 실력이 발전하셨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소드시커보다 떨어지는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사실, 소드시커만 해도 김재한님의 감정묘사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레이트의 모순적인 내면 심리를 제법 적절하게 표현하셨지요. 하지만 워메이지에서부터는 주인공들의 내면 심리가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좀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워메이지의 두 남주인공이 본래 좀 모순적인 성향이 강했던 측면이 있었겠으나,,,
다만 로맨스는 소드시커때부터 이미 좀 설득력이 떨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좀더 직접적으로 지적해보자면, 김재한님의 로맨스는 중간이라는게 없습니다. 혹은, 있더라도 독자들이 잘 느끼지 못하지요. 분명히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어느순간 서로가 서로를 엄청 소중하게 생각하지요. 차라리 한눈에 반한 설정이라면 모르겠는데 소드시커와 워메이지 모두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만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서로를 사랑합니다. 이렇다는건 그들의 사랑이 최소한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일 리는 없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중간 묘사가 거의 전혀 안느껴집니다. 특히 워메이지같은 경우는 난슬과 유현이 사랑한다는걸 둘이 키스할때가 되서야 비로소 깨달았지요. 뜬금없다고 느끼는 독자분들도 제법 계셨을겁니다. 이렇게 중간과정이 생략된 로맨스는 독자들에게 곰감을 주기 어렵습니다.
2. 세계관의 일회성
이 점은 제가 정말 너무나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김재한님은 정말로 뛰어난 세계관을 만드시고도 그걸 일회용으로 사용하시는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김재한님이 낸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지금까지 내신 작품들이 전부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사용(섀도우 비스트는 역시 안읽었으니 제외)하신것 같더군요. 그냥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평범하고 흔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분들이라면 이런 부분을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만 김재한 작가님의 세계관은 일회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특히 워메이지 세계관은 정말 너무 아까워요. 소드시커 세계관도 아깝구요. 그런 독창적인 세계관은 그 세계관을 공유하는 3~4종류의 작품을 낼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소설' 이라면 응당 창의적이고 환상적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그런 요소를 가진 소설들은 정말 드물지요. 그런 요소를 가진 얼마 안되는 소설들에 워메이지와 소드시커가 들어갑니다.
소드시커의 세계관은 그 방대함에 있어서는 탁월하지만 사실 설득력은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나 방대해지다보니 자연히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지고 그런 부분을 대부분 신적인 존재에 의지해 설명하다보니 발생하는 일이죠. 그에 비해 워메이지는 세계관을 좀더 좁힌 대신에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워 메이지 세계관에서 앞으로 몇작품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구요. 작가님 스스로가 세계관을 조절하는 느낌을 얻으신 듯 하니 앞으로도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독창적이며 '설득력있는' 세계관을 짠다는건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소위 대작가의 반열에 들어있는 분들 중에서도 그런 세계관을 새로 짜시는, 혹은 짜실만한 능력이 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당장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들을 봐도 세계관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소설들은 많지 않습니다. 홍염의 성좌나 눈마새, 쿠베린 등 몇몇 소설들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소설들은 별반 차이가 없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죠. 이 현상은 무협소설로 가면 훨씬 심해집니다. 판타지의 7할이 동일 세계관을 공유중이라면 무협소설은 9할 5푼정도가 공유중이니까요. 물론 무협소설 자체의 본질적인 특성(중국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무협 세계관의 틀을 너무나 좁게 한정시키고 있기는 합니다만, 무협소설의 세계관이 딱히 지금의 좁고 한정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언젠가는 분명 지금의 중국대륙에서 펼쳐지는 구파일방과 마교의 세계관을 깨트릴 작가분이 나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김재한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ps 읽으신분들도 다수 있으실텐데 본래 감상란에 먼저 올렸던 글입니다. 근데 찬찬히 읽어보니까 비평란에 올렸어야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에 감상란 운영 자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걸 금지하는 느낌도 강하고,,, 쩝 사실 작품을 감상한다는건 긍정/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건데,,, 여하튼 비평란에 옮겨서 다시 썼습니다.
ps 2. 너무 길어서 제대로 읽을분들이 얼마 없을까 두렵군요. 뭐 줄이진 않을테니까 길어서 못읽으신 분들은 못읽었다고 댓글 달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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