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한
작품명 : 황금백수
출판사 : 영상노트
황금백수라는 제목이 너무나 손발이 오글거렸지만
제법 인기가 있는 것 같아 빌렸습니다.
왜냐면 요즘 정말 볼만한 글이 안잡히기 때문이었죠.
때로는 뇌 없이도 볼 수 있는 글을 생각없이 접하다보면
권태로움을 달랠 수도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나한이었군요. 좀 실급했습니다.
나한 작가님의 전작인 하오대문과 광풍가 시리즈를
재밌게 봤었고 그 이후 작품은 논외로 칠 정도로
실망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꾹 참고 봤습니다. 슬슬 장르계에 대한
권태가 너무 심해져서 이런 거라도 봐야지... 다짐했죠.
그런데 왠 걸? 글이 수준이 괜찮은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수작급으로 쳐도 될 것 같아요.
어리고 싸가지 없는 주인공이 여기저기 사기치고
돈 긁고 다니면서 힘을 기르는 모습이(원래 세지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야벌이라는 주 무대도
그 정도면 꽤 설명을 잘 한 듯 싶고요.
초반은 제 기준에서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나한님의 성장에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왜냐면 나한 = 하렘인 데 초반엔 별로 여자가 안보였거든요.
물론 초반 지나자마자 하렘의 기운이 넘실~
나한님 특유의 여주들에게 퍼주기 신공이 등장할 찰나에
접고 말았습니다.
그 정확한 권수가 5권이었죠.
15권을 살짝 펴봤는 데(빌리진 않고)
여전히 대야벌에 있더군요.
이건 좀 심하다 싶어서 관심을 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5권에서 접은 결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나한 특유의 하렘조성과 여주에게 퍼주기.
2. 꼴 같지도 않은 이마에 사람 인 쓰기 놀이.
1번은 나한님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꽤나 공감할 겁니다.
로맨스로 시작해서 로맨스로 망하는 라인을 워낙 착실히
타시는 분이죠. 여자문제 개입하면 볼 이유가 사라집니다.
워낙 비정상적으로 퍼줄 게 뻔하기 때문에요.
거기다 전설의 무공이라는 일천독행신을
잠시 데리고 다니는 자신의 잠룡조원에게 다 공짜로
줘버립니다ㅎㅎㅎ 저는 여기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나한님 특유의 기연제조기 주인공ㅋㅋㅋㅋ
그렇게 조리있게 5권까지 끌어오신 분이 또 옛날과
같은 일을 답습하시니... 역시 사람은 변하기 어렵군요.
결정적으로 어이없었던 건 5권에서 구림세가인가
병부상서 이연이 가주로 있는 집안에 빚 받으러 가서
이마에 사람 인을 쓰라고 한 겁니다.
그 전엔 잠룡들 보고 머리에 사람 인을 쓰라고 하죠.
결론? 남이 보기에 들 입으로 보이면 자기중심적인 인간이고
사람 인으로 보이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도데체 무슨 짓인지?
병부상서 집안에 가서 가주에게 사람 인 쓰라고 하는 미친 짓을
독자가 어떤 식으로 납득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무공을 숨기든 말든 똥지개꾼으로 소문난 주인공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될까요? 배경으로 따져도 연씨 세가는
장삿꾼 집안일 뿐입니다.
반말을 하든 험한 말을 하든 그것은 배경과 실력, 명분이
어우러져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자들은 당연히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재단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것이 절대 잘못된 게 아니죠.
그럴 실력과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법입니다. 노예를 배려하는 주인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주인은 결코 노예를 배려해선 안됩니다.
배려한다 해도 그것은 한 때의 유희일 뿐이죠.
세상의 중심에 가까운 자들은 스스로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노예를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 베짱 없으면 노예들의 혁명에 스러져야 정상이죠.
노예들은 웃기게도 주인이 잘해줄수록 기고만장해집니다.
주인이 괜히 노예들을 험하게 다스리는 게 아니죠.
그런데 배려심 운운하는 개똥철학을
실세에게 남발하는 주인공에게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주인공은 대야벌주도 뭣도 아니고 연씨 세가의
상속인도 아닙니다.
그는 지나치게 주제를 몰랐습니다.
그 외에도 응천왕부의 과부라면서 홀 몸으로 잘도
싸돌아다니는 이지연이라든가
가주로서의 행동양식이 결여된 남궁소저나 몽요 등등
짜증나는 설정이 여럿 겹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접게 되는군요.
개인적으로 나한님은 로맨스 라인에 집착만 하지 않으신다면
수준급의 글을 쓰실 양반이...
언제까지 하렘에 목을 매실지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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