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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넷사람님의 Res Publica

작성자
Lv.59 검미성
작성
10.03.23 23:21
조회
1,854

작가명 : 동넷사람

작품명 :  Res Publica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아직 다 보지 못했으므로, 제가 비평할 것은 1장뿐입니다. 참고로 제 비평은 손발이 오글저릴 정도로 주관적입니다.

보신 후에 마음에 안 드신다면 그냥 병신이 나불거렸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괜찮을 겁니다.

우선 가까운 미래 있을 법한 막장 한국을 보여주며 시작하더군요. 배경 자체는 그럴듯한데, 그 이유 자체는 별볼일이 없는 거 같습니다.

<한때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얻어내자 곧 나태해졌고, 권리를 행사하는데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몰락, 그리고 한 세력의 장기간 정권 장악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유가 좀 엉성한 건 그렇다쳐도, 다른 소설에서 다 그렇게 말하더라도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서술하면 안 됐습니다.

승호가 말합니다. "원래부터 이 나라는 엿같은 나라였어. 다만 가진놈들이 차마 티를 못 낸 거지. 돈많고 권력가진 놈들이 철창가는 거 봤냐?"

맞는 말 같고, 여기서 비판하는 바는 이미 <원래부터 한국에도 귀족 같은 애들 있었음. 다만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임>일 겁니다.

사실 지금 한국도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대기업 위주입니다. 서울대엔 팔 할 넘게 돈많은 집 애들로 꽉 차있고, 영국 정도로 상위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불가능에 가깝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이지 않는 신분계층이란 게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민주주의 잘 지켜지던> 한국은 국민들에겐 무슨 천국이라도 된 양, 권리 다 누리고 있었고 나태해질만한 그런 곳었던 걸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앞뒤가 안 맞으며, 독자들이 납득하길 바라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런 현실속 힘없고 빽없는 청년들로 구성돼있습니다. 그들은 한 방에 모여 차라리 판타지소설 속으로 넘어가 우왕창 짱쎄져서 행복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진부함에 대한 비웃음, 어이없음을 말함과 지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음을 보입니다.

그리고 페브르가 넘어옵니다. 페브르는 청년들을 유혹해 판타지 소설로 끌고 가 버리죠. 그리고 얘기는 이것으로 시작됩니다.

판타지 세계에 넘어간 주인공은 어려져서 한 화전민 마을에서 살게 되고, 마을 내에서는 기대받는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들이 와 마을에 위기가 닥쳐오고 주인공은 이를 막기 위해 영주에게 구원을 요청하러 떠납니다.

그리고 영주는 거절합니다. 세금도 안 내는 그딴 쓰레기들은 인간이 아니라면서요. 이때 마을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그런 취급을 받을 걸 몰랐다는 것 같은 기타 어색한 것들은 일단 무시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때 주인공, 에르네스트가 <귀족들을 다 죽이겠어>한 것은 좀 많이 웃기더군요. 에르네스트는 현대인이고, 귀족이 다 죽어도 공화 귀족이든 뒷세계 귀족이든 기업 귀족이든 간에 어쨌든 상위 계층이 절대 없어지지 않으리란 것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프랑스 혁명 일어나 자유평등 생겨난 것도 사실 브르주아 계층의 선동아래 이루어져 그들을 새로운 신흥 상위계층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테고요.  

그런데 여기서 에르네스트는 그저 귀족만 다 죽으면 자유평등만세 외쳐도 될법한 세계가 올 거라는, 요새 사극에서 나오는 양반 다 죽이면 좋은 세상 올 거라는 그네들과 별 다른 수준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딱 귀족 밑에 억눌려 살던 옛날 그 당시 하층민들의 사고방식인 겁니다.

그리고 에르네스트는 육사에 가고 싶었으나 거기가 파병 혜택을 보기 위한 빽많은 녀석들의 도피처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체념해 버린, 전략 전술에 관심이 많은 청년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래서인지 영주가 전략을 토론할 때 촉새마냥 난입해 돌파구를 제시합니다.

이 부분 정말 거슬립니다.

중세라고 하더라도 이 시대 자체를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도 에르네스트는 나중에 7클래스 마법사를 스승으로 둬 마법을 배운뒤 얼마 안 돼 3클래스에 오르더군요. <현실에서 수학 죽어라 파고든 우리 학생들은 위대하다?> 글쎄... 별로 납득가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같이 차원이동한 친구들은 대개 죄다 잘 된 거 같았습니다. 검도를 배운 친구는 도살자란 이명으로 불릴 정도인 용병으로, 뭔가 상업에 관심 많았다는 친구는 엄청 성공했다고 합니다. 같이 차원이동한 여자는 창녀로 볼품없이 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 정도쯤 되면 죄다 대단해진 상태임은 명백합니다. 여기서도 중세 판타지 세계를 작가님께선 퍽 얕보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이 소설의 문제점은 간단합니다.

<판타지 소설의 병맛스러움은 열심히 까고 있는데, 정작 이 소설에서는 그 판타지 소설의 병맛스러움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따르고 있다.> 엄청 거슬립니다.

하지만 18k금 거기서 볼 수 있는 '우리들 이외의 또 다른 차원이동한 인간', 십자가 등에서 추측할 수 있는 바로는, 아무래도 이 세계의 신이란 자가 그 차원이동한 인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세계는 클래스, 소드 익스퍼트 소드 마스터 등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세계더군요. 이런 전형적인 이미지 역시 그 차원이동한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기초되었다... 사실 그 사람은 판타지 소설 작가였고 여긴 그의 소설속 설정이 반영된 세계다.... 대강 이 비슷한 반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그건 제 추측이니 지금 이 소설 전개와는 아무 상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위 추측을 두고서라도 이 소설이 현 상태로는 엄청 거슬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란 건 분명합니다. 만약 전형적이고 진부한 판타지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셨더라도 굳이 클래스, 소드 익스퍼트 등의 개념을 도입시킬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이에 무슨 반전 같은 게 있다 하더라도 현 상태로는 그저 거슬리고 또 거슬릴뿐임에 지나지 않다 이겁니다. 그냥 즐기라고 둔 소설이면 별 말 안 하겠지만 일단 앞에서 작가님께서 죽어라 판타지 소설을 비판하신 뒤이기에 더욱 거슬립니다.  

등장인물들 간의 현실적인 인간관계는 나름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은 정말 별로였고, 지명이나 가문 같은 곳의 역사적 사실, 배경 등을 하나하나 적으셨던데 그렇게까지 세세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관이 굳건한 거야 좋지만 이 소설이 그 모든 곳을 배경삼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주요 배경이 될 몇몇 곳만 강조하시면 그걸로 충분했을 겁니다.

순수문학의 경우는 그냥 인물 관계에 대한 묘사만 하면 되지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판타지 소설의 경우엔 아니죠. 새로운 세계관을 사용한 소설은, 드래곤이든 엘프든 새로운 대륙이든 그런 현실에는 없는 것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다 설명하며 독자들이 외우게 하는 건 정말 볼품없는 일입니다. 이왕이면 인물들 사이에서의 대화에서 다 해결하는 게 좋은 거고, 설명을 하더라고 그건 최소한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다 설명시키며 소설의 분량을 잔뜩 잡아먹습니다. 안 읽으면 후에 읽을 때 이해가 안 갈 것도 싶은데, 읽기는 정말 싫습니다. 웬만해선 읽기 싫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대충 그렇게 느꼈습니다. 사실 저도 글 더럽게 못쓰는 글쟁이이고, 잘난듯 비평할만한 글솜씨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셔도 괜찮습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3 aimens
    작성일
    10.03.23 23:42
    No. 1

    그러니까 작가가 다른 판타지 비판 하면서 자기가 쓴건 정작 공산주의틱한 막장 판타지라는 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동넷사람
    작성일
    10.03.24 01:58
    No. 2

    비평감사합니다 ^^ 제가 제 글을 볼때마다 뭔가 답답해지는게 리메의 욕구가 피어올랐는데 이제 이유를 안것같습니다. 역시 머리가 덜 여물었을때 써서 그런지 조잡하기 짝이없군요 =_=;; (이건 지금도 마찬가진가)

    근데 소드 익스퍼트라는 구절이 있었던가요? 소드마스터는 확실히 기억납니다만 이건 순수한 의미에서의 검의 달인이라는 뜻이지 검강발출검기난사의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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