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이것이 나의 복수다
출판사 : 발해
거침없이 빠르게 나아가는 표운성의 행보는 여전했다.
복수도 마무리되었고, 그럭저럭 여운도 남겨준다. (여지껏 그랬듯이 명확한 커플링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뭔가 시원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이번 <이것이 나의 복수다>는 <표사>처럼 작가분의 '쓰고 싶은 소설'과 <잠룡전설>처럼 '읽고 싶은 소설'의 중간에 위치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소설의 성향에 맞춰 소설의 결말또한 이도저도 아니게 돼버렸다.
결국 표운성은 해사방을 멸문시킨다. 비혜미는 표운성의 딸이 아닌 비일현의 딸이었고, 해철군의 배신은 정파무인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마지막엔 소미려에 대한 작은 반전ㅡ이라기보단 여운을 주는 장치ㅡ이 있지만, 그건 어느정도 예상했었다. (솔직히 한발 더 나아가 소미려가 배신자가 아닐까 의심했었다.)
문제는, 결국 이번 작품에서 드러난 작가분의 문제점이다. <표사>부터 시작해, <잠룡전설>,<천하제일협객>,<금룡진천하>, 그리고 지금 <이것이 나의 복수다>까지. (<가즈 블러드>였나, 그 작품은 접해본적이 없으므로 제외.)
등장인물이 너무 비슷하다. 무공은 거의 천하제일 수준에, 용모는 준수하고, 협과 의에 중심을 둔 협의지사들이다.
악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언제 어느 때에서든 자신의 정의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거기다 똑똑하기까지!
게다가 악역들은 어떠한가! 지나치게 멍청하다!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정도로 무능하고 멍청한 머저리들이 어떻게 한 문파의 수장들을 차지하고 있었단 말인가?
표운성은 처음에 협과 의가 아닌 복수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결국 그 복수는 시원스레 마감되지 못한다.
무림맹을 만들어 무천맹에 대항해 실효를 거두고 해사문을 멸망시키지만, 그걸론 모자르다. 만약 그가 진실로 '하늘'을 무너뜨릴 생각을 했다면, 두번다시 뒤에서 호박씨나 까는 쓰레기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았어야 했다. 하지만 표운성은 그러지 않고 세 문파는 무림맹에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천맹을 찍어누르는걸로 끝냈다.
결국 표운성은 여태까지의 전형적인 주인공의 상을 탈피하지 못했으며, 진정한 복수자(Avenger)가 되지도 못했다.
물론 황규영 작가님의 작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난 황규영 작가님의 팬이며, 책은 모조리 소장하고 있고, 작가분의 이름만 보고도 책을 빌린다. 후회할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내가 책을 산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단지, 결국 이번에도 <표사>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실망스러울 뿐이다.
창피스러운 변명을 덧붙이자면, 황규영 작가님의 작품은 요즘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소설ㅡ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쓰레기들ㅡ에 비하면 훌륭하다.
책 마지막의 작가후기에 나온 책제목과 책표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작가분의 도전정신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결심의 백분지 일이라도 느낄 수 있단 말은 얼토당토 않은 말이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결정을 내린 그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는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니, 황규영 작가분의 생각에 사장님도 물든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작품이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하고 있다.
꼭 <표사>의 이름을 뛰어넘는 명작이 나오길...
덧. 이 작가분 작품중 제일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은 <천하제일협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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