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백산
작품명 : 제왕
출판사 : 파피루스
(편의상 반말로 쓰겠습니다.)
어제 선거를 하고 집앞 만화방에 갔다. 무슨 행사라고 세시간에 1000원이란다. 기꺼운 마음에 들어가서 완결난 소설 중 가장 최근 작품을 골랐는데 제왕이라는 소설이었다.
내용은 전형적인 환생물을 답습한다.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소설은 아니어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읽을만하다고 본다.
문제는 마지막 완결권이었다. 마왕들과 주인공의 대립으로 대륙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빠진다. 그런데 여기에 난데없이 드워프 한명이 등장한다. 이 드워프는 전제국을 잇는 대운하의 건설을 주장하고, 주인공과 그외 등장인물들은 그 주장에 적극 동조한다. 이쯤되면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계획을 작가가 글속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작가가 대운하를 찬성했다고 이 비판글을 쓴 것은 아니다. 대운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글속에 패러디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당연히 자신의 사상을 글속에서 표현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마달의 "대도무문"같은 정치 패러디 무협이 있지 않은가?
정작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이 내용이 글 전체의 줄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멸망의 위협에 빠져있는데, 이런 위험과는 전혀 관계없는 대운하 이야기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도 페이지수를 세보니, 꽉차게 8페이지나 된다.
즉, 갑자기 드워프가 등장해서 대운하의 장점을 8페이지나 설명하더니 다시 사라진다. 당연히 그 뒤의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는 전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그러다가 엔딩에서 다시 대운하 건설을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소설속에서 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속에 자연히 녹아 들어 몰입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하는게 아닐까? 지금까지의 소설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8페이지나 집어넣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며, 도리어 소설의 완성도를 헤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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