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취몽객
작품명 : 중사 클리튼
출판사 : 로크 미디어
오랫만에 글을 남깁니다. 잘들 지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책을 읽은 관계로 그에 대한 짧은 글을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2007 문피아를 진동시키는 그 작품! 이라는 광고 카피를 보고 1~2권을 읽어봤습니다. 요즘 시간이 없어서 문피아에도 잘 못오고, 소설들도 거의 못보고 있었습니다만, 주말에 시간이 생겨 책방에 갔다가 고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문피아에서 눈팅 하며 중사 클리튼이란 작품이 존재하는지도 몰랐기에 “오호라 이런게 숨어 있었단 말이지..”라며 본 것이지요.
광고 카피 연도로 봐서는 신간이 아닌 것 같은데, 저희 동네 책방이 이상하게 책이 들어오는 지라 신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국내 장르소설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본래 글이란 것은 기승전결의 큰 토대가 있고, 그러한 큰 밑그림 아래서 디테일한 장치들을 확인해 나가는 것이 글을 평가하는 최소한의 예의겠지만, 국내 장르소설 출판형태로는 그렇게 글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그렇다고 글이 완결되기를 기다려서 읽자니, 전문적인 평가자도 아닌 제가 글을 평가하기 위해서 완간될 때까지(1년 혹은 그이상) 기다리는 것도 우습다고 느껴져 큰 그림이 아닌 제가 본 1,2권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해서 짧은 감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1,2권의 내용만을 읽은 글이니 그 뒤의 내용과 맞지 않는 점이 있다면 이해하고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이글은 전형적인 환생물, 군인물, 코믹물입니다. 특히나 군인 코믹물은 2001~3년 쯤 한때 유행하려던 장르였죠. 결국 유행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에 군인들이 나와서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웃기려고 노력하던 글들이 많이 출판된 것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엽기보병부대라던지, ~~외인부대라던지,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양해바랍니다.) 물론 군인물이 나쁘다는 것도, 코믹물이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만,
중사 클리튼이라는 글이 그 환생 + 군인 + 코믹을 잘 섞었냐? 라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글쎄요’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문피아에서 수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듯이 글에는 일종의 허구성과 더불어 리얼리티가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작가의 특성과 글의 장르에 따라서 그 허구성과 리얼리티의 비율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중사 클리튼이라는 글은 허구성과 리얼리티가 따로 노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저는 작가분이 어떤 분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군 생활을 중사로 하신 분일수도 있고, 그냥 일반병 생활에 ‘카더라’ 통신만 들은 분일수도 있죠. 뭐 아직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중사 클리튼은 대한민국의 군사체제를 지닌 판타지 세상에 주인공이 태어나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현실에서도 중사생활을 했고, 또 중사생활을 하게 되죠. 그리고 현실의 중사생활을 바탕으로 이세계에 멋지게(?) 정착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위화감을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물론 그 이 세계는 대한민국과 동일한 편제를 취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편성만이 똑같을뿐, 그곳의 문화나 여건이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작가는 간과해 버린 듯 합니다. 이세계는 군대라는 상명하복 기관이 존재하기 이전에, 귀족과 기사, 평민이라는 또 다른 계급체계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서는 오로지 군대의 계급만이 최고고 사회의 계급은 완전히 무시해버립니다.
실제로 기사가 평민을 쳐버릴 수 있을 정도의 계급차가 있는데, 제 아무리 제국군에 소속된 주인공이라고 해도, 일개 평민 중사에 불과한 주인공이 수많은 귀족출신들 장교와 사병들을 주무르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대 한국군과 같은 계급이 우선시 하는 군대가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평등]이란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뿐일까요? 내가 사회에서 이놈을 한방에 죽일 수 있는데, 자청해 들어온 군대에서 계급이 낮다고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맞아가며 죽어지낸다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공작가 자제가 누구는 장성인데, 누구는 상병이고, 누구는 소위, 심지어 이등병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뭐, 처음 보는 평민 놈이 일반 공작도 아닌, 남부 사령관인 공작이랑 술한번 먹었다고 형님동생 하는데서 이미 직감은 했습니다만.
세상 어느 군대에 일면식도 없던 중사가 장성이랑 술먹고 형님동생 한다는 건지. 어거지성이 엄청나게 다분한 클리튼의 정신나간 행동과 거기에 쩔쩔매는 고위귀족들의 형태가 어떻게 해서든지 위의 가진 놈들을 밟아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는 줘야겠고, 그렇다고 특별히 줄 방법은 없고, 하니 오로지 군대 계급으로 대충 찍어누르자. 라는 작가의 심정으로 밖에는 안 보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인공이 중사여서 그런지, 작가분이 그 이상의 계급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제국군에는 부사관들은 엄청 똑똑하고 세상을 잘 아는 잘난 사람들이 있고, 장교들은 대부분 왜 저런 놈들이 저기 있는가.. 싶은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만. 실제로 허접한 초급장교들이나 빌빌대지 제대로 교육받은 장교들은 더 뛰어나면 뛰어날까 부사관들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정도도 부사관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부사관과 장교는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의 액수가 다릅니다. 다만 부사관들은 일반 병사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많고 여러 잡일을 많이 해서 요령이 있으니, 병사들에게 있어서 장교들보다 군 생활 잘하는 것처럼 보일뿐이죠.
그리고 주인공은 도대체 한국에서 중사로 군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한국군의 나쁜 점만 다 모아놓은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갈구고, 뒷돈 받고, 대충대충 일하고, 남한테 미루고, 폭력까지, 물론 작가분이 웃자고 일부로 캐릭터를 그렇게 만드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악습적인 모습이 도대체 어디가 웃기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저만 그런 모양입니다. 후임병을 때리고, 일을 빙자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자기는 놀려고 하는 이기주의 보신주의적인 모습이 도대체 어디가 웃길까요? 소설적 악에도 포스가 있죠. 제대로 된 악에는 감정이입이 잘되는 것을 몇 번 경험해 보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했습니다만, 클리튼 같이 쪼잔한 (어떻게 보면 악도 아니죠) 모습에 감정이입이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리얼리티 가득 찬 모습이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설에서까지 쪼잔한 중사의 리얼리티 군 생활을 읽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사 클리튼의 가장 큰 단점은 명확한 이야기의 흐름이 없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쪼잔한 중사의 리얼리티 군 생활이라고 해도, 그것이 어떤 사건을 부르고, 그 사건이 점차 사회를 바꾸고, 주인공을 바꾸고 하는 그런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대장이랑 기싸움하고, 그냥 건물 짓고, 삽질 좀 하다가, 대충 땡땡이 치고, 그러다가 여자 소대장 한번 자빠링(?)해 보고자 흑심 품는 그런 내용이라면 그게 무슨 소설이겠습니까? 더욱이 복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2권까지 몇 명의 환생자가 나왔는데, 할 일없어서, 귀찮다고 빌빌대는 환생자들을 보고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무슨 폐인들만 이 세계로 넘어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민폐입니까. 저쪽세상은 무슨 죄가 있어서 대한민국 찌질이 들만 몰려가게 될까요.
소설이 그냥 작가분이 자신이 겪은 혹은 어디서 들은 한국군 이야기를 대충 꾸며놓은 것으로 밖에는 안보입니다. 고위 장교와 만남. 신의 아들. 신임소대장. 별거 아닌 임무. 갈굼. 군대내무비리. 한국에 사는 대부분 남성들이 몸으로 겪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굳이 판타지 소설로까지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야기라면 적어도 다음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군 생활 해보신 분이라면 앞부분을 읽으시면 대번에 뒷부분까지 알게 되어 버리는 이야기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쪼잔한 한 남자의 일그러진 군 생활이 보고 싶으신 분은 큰 맘먹고 일독을 권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3권부터 볼일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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