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쪽글로 단 것을 묶고, 약간 수정하고 보태서 따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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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에도 수준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어요. 작품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견이 일치될 수 있지만요.
초딩한테 재미있는 것을 고딩도 재미있어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고, 고딩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대딩이나 성인이 재미있어 하는 경우도 좀 덜하지만 많지 않을 거예요. 장르소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또 나는 재미있는데 그는 재미없다고 할 수 있고, 너는 재미있어 하는데 나는 재미없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님도 살다보면, 살면서 세상을 더 겪고 배우게 되면, 예전에 재밌던 것이 재미없을 경우도 생길 겁니다.
따라서, 비평이든 감상이든,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왜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왜 재미가 없는지 그 근거를 밝혀야겠죠. 기냥 "나는 재미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혼자 궁시렁거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그런데, 어느 정도 (문학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삶의 경험으로부터 체험적으로) 수준이 있는 사람들은, 수준낮은 작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런 사람들의 지적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 결국에는, 작품성도 갖춰야 재미도 재미다운 재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읽는데 다른 사람들의 뭔 상관이냐고 한다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재미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되지요. 더욱이 그런 생각을 감상란이나 비평란 같은 데다 글로 표현한다면, 좀 우스운 것이 되겠지요. 기냥 혼자 중얼거리면 몰라도 다른 사람이 읽게끔 글로 써서 게시판에 올릴 이유가 없겠지요.
그런 글을 쓰려면 자기 나름의 이유와 그 근거를 제시해야 겠지요. 그리고 그 이유나 근거를 제시할 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겠지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안 그렇지만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는 있도록.
재미라는 주관적인 감상이나 느낌을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초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한 재미가 어느 정도 객관적인 것이 된다면, 그때 그것은 작품성이나 문학성의 한 요소라 봐줘도 될 것입니다. 문학성과 재미는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반된 것이 결코 아니니까요.
감상기나 비평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글을 쓸 때는, 가능하면, 자기 혼자만의 궁시렁거림이나 중얼거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즉 자기의 말이 기냥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좋으니깐 이짓 하는데 니들이 무슨 상관이냐 하면서 누드쇼를 한다면, 그런 건 집에서 혼자 해야 하는 겁니다. 길거리에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되겠지요. 길거리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면, 왜 하는지,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지는 사람들과 경찰에게 설명해야 할 겁니다.
그걸 설명하려면, 흔히 예술이다, 문화 퍼포먼스다 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납득하고 인정하면, 길거리에서 누드쇼든 바바리쇼든 할 수 있는 겁니다. 문학성이니 예술성이니 작품성이니 하는 것은 그래서 나오는 거겠지요.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도 여러 사람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 자신의 생각이 여러 생각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신을 상대화시켜야 할지 않을까요? 게시판 같은 데서 글을 쓰거나 대화(게시판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화를 하는 행위입니다)를 하려면요.
물론, 이런 글을 쓰는 저 자신도 그래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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