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도노 코우헤이
작품명 : 부기팝 시리즈 15권 - 부기팝 퀘스쳔 침묵 피라미드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발행일 : 2008년 11월 15일
그녀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다른 여성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여성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미 연인이 존재하는… 그런 흔한 삼각관계를 배경으로 합성 인간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계속 숨어 도망치는 자와 그것을 쫓으면서 자신의 사랑을 추구하는 자, 그리고 그들을 잡아먹는 괴물….
기괴한 삼각형이 겹쳐질 때 거기에서 한 가지 질문(퀘스쳔)이 생긴다….
“부기팝이란 게 뭐야?”
기억하고 있는 것, 잊어버린 것, 사라져버린 사랑, 우정, 꿈….
대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을 놓고 벌이는, 생각이 날 것 같으면서도 결코 생각이 나지 않는 이야기.
죽음의 신을 찾으며 사라져버린 과거를 더듬어가는 소녀들의 운명의 끝에 있는 것은, 해방일까? 아니면 침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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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이란 물건의 성질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던 그 부기팝 시리즈도 어느덧 15권. 1권에서 보여주던 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구성 연출이나 미묘한 상징과 암시로 던져주던 그 신비로운 분위기는 더이상 없습니다만, '로스트 뫼비우스'편 같은 이해 불가능의 막장을 내 놓던 슬럼프 시기는 벗어났다는 느낌입니다.
아니, 오히려 '오르페의 방주'편에서 보여주었던, '평범한 능력자 배틀물'의 맛은 더 살아난 편입니다. '비트의 디시플린'을 쓰면서 감정과 감정이 부딪히고,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식의 소년만화적 배틀 분위기를 내는 법을 작가가 충분히 익힌 것 같습니다. '엠브리오'편은 아무래도 좀 초탈한 듯한 캐릭터들이 싸우다 보니 이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더해 이번 편은 인물들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일견 '판도라'편이 생각나는 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느껴지는 그 일종의 아련함은 상당히 그리운 느낌이 났습니다.
일단 부기팝 본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인물 관계별로 조금 나눠보자면, '통화기구'와 그 합성인간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그리고 부기팝-'미야시타 토우카'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그리고 또 불꽃의 마녀 '키리마 나기'가 얽힌 이야기 등이 있을겁니다. "언제 누가 어디서 무슨 이유로 다음 이야기와 연관될지 모른다."라는 것이 부기팝 시리즈의 모토입니다만, 그거야 최근 권들에서는 그냥저냥 이전 인물이 스쳐지나가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판이고, 오히려 굳이 과거 에피소드의 주인공을 다시 끄집어낸 '로스트 뫼비우스'는 평가가 극히 좋지 않았지요.
이번 '침묵 피라미드'편은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습니다. 일단 굳이 이야기하자면 '통화기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속할테지만, 이야기의 인물들이 '미야시타 토우카' 및 그 주변과 교류가 있는 인물이며, 적극적으로 그에 관여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편은 '팬 서비스'가 충실하다고도 말 할 수 있겠지요. 간만에 꽤 긴 등장을 가진 미야시타 토우카를 비롯, 타케다 케이지, 니이토키 케이, 거기에 회상 장면에 한정되긴 하지만 포르티시모와 이미지네이터까지 꽤나 낯익고 그리운 캐릭터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스푸키E까지 등장. 그 대신 키리마 나기는 한마디도 언급이 되지 않지만요.
그 외에 신캐릭터인 '멜로 옐로'는 이제까지 부기팝 시리즈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었던, 어찌보면 '모에 캐릭터'로도 보이는 인물. 앞뒤 볼 것 없이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외견은 귀여운 소녀에, 튀는 행색과 행동거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관계를 형성시키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절로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멜로 옐로의 덕도 있어서 이번 권은 부기팝 시리즈 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부기팝 시리즈에서 SD 일러스트를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으니까요. 각 장에 떡하니 그려져있는 디폴메 캐릭터들을 보고 절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책 형태와 캐릭터의 분위기가 가볍다고 해서 이야기 자체가 '가벼운 전개'인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각종 복선과 사건이 얽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나 잔인하고 가혹한 장면도 등장하는 등 이야기 자체는 언제나의 부기팝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만, 인물들의 감정 관계가 이해하기 쉽고, 이번 '세계의 적'이 그다지 이해하기 힘든 개념적인 것이 아니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각기 충실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마무리가 이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깔끔하고, 아련한 느낌을 남기는게, 소설 자체가 '엔터테이먼트'로서 충실하게 완성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사건 자체도 '도시전설'로서의 부기팝의 면모에 집중하는 등 꽤나 부기팝 자체의 '흥미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사용했습니다.
이번 권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 자체의 '세계관 내 입지'가 꽤나 어중간하다는 것. 그야 이번 권은 미야시타가 대학에 떨어지기도 전이고, '최강'이 '번개'에게 패배하기도 전이며, 심지어는 생존한 스푸키E가 얼굴을 보여줄 정도로 상당히 '앞'에 일어난 이야기니까요. '비트의 디시플린'의 시간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포르티시모와 얽혀야 빛을 발할 것 같은 '멜로 옐로'가 사건의 중심에 오는 일은 꽤나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오랜만에 등장한 마음에 드는 캐릭터인데, 다음에 언제 등장할지를 걱정해야 한다는게 부기팝 시리즈의 난점이지요.
그런데 문득 든 의문이... 이번 권에서 등장한 멜로 옐로의 전투 능력은 상당히 강해보입니다. 이번 권에서 맞붙은 다운 로데오라던가 픽스 업도 상당한 강자고, 적어도 이들과 그럭저럭 전투가 가능한 수준으로 묘사되지요. 픽스 업과는 정면승부했을때 패배할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만, 적어도 다운 로데오는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포르티시모는 이런 멜로 옐로를 '내 적이 되기에는 약하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에는 강한 어중간한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엠브리오편에서 포르티시모는 판도라편에 등장했던 '유진'을 "너와는 아직 승부를 못가렸다고."라면서 라이벌 비슷한 느낌으로 표현하지요.
그런데 판도라편에서 묘사된 유진의 능력은 파괴력이야 거의 일격일살입니다만, 명확히 '접촉'이 필요한, '전투계 합성인간'으로서는 오히려 뒤떨어질지도 모르는 능력입니다. 다른 전투계 합성인간들과 비교해봐도 그다지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최강'이라 불릴 정도의 포르티시모가 호승심을 불태울만한 상대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습니다만...
뭐, 답은 작가만 알겠지요. 휴면 모드에 들어간 유진이 다음에 등장하기나 할지조차 불분명하니 이에 관한 답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뭐, 하여간 상당히 만족스럽게 읽은 권이었습니다. 본 스토리는 그다지 진행시키지 않으면서, 메인 캐릭터들을 살짝 등장시키는 것 만으로도 분위기가 상당히 사는군요. 개인적으로 다음 권에서는 좀 뭔가 더 있었으면 합니다만... 아마 무리겠지요. '부기팝' 자체에서 무언가 큰 일을 벌이기에는 카도노 월드가 너무 넓어진 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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