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후시미 츠카사
작품명 :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2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발간일 : 2009년 7월 15일
냉전관계였던 동생 키리노가 엄청난 비밀을 커밍아웃하는 바람에 주제에 어울리지도 않게 상담을 해주겠다―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건이 있은 지 조금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남매의 차가운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인생 상담’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던 건지 “에로 게임을 빨리 클리어해”라느니 “불쾌하게 만든 책임을 져”(어쩌라고?)라느니 깔보는 태도가 철철 흘러넘치는 그 말투는 제발 좀 삼가주기 바란다.
이딴 여자를 귀엽다고 말하는 녀석이 대체 누구야?
하지만 이번에 내게 내려진 지령은 ‘여름 추억’ 만들기(?). 아무래도 시내 모처에서 개최되는 어쩌고 저쩌고라는 축제에 끌려가게 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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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1권 감상문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전반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옙. 자신의 사회적 생명을 깎아먹으며 여동생을 지키는 눈물나는 주인공의 활약상이 빛나는 '내 여동생' 2권이 나왔습니다. 이번달 신간 중에서는 가장 먼저 읽었습니다.
획기적이고 호기심을 끄는 캐릭터 설정으로 독자를 끌어당긴 소설이라 그다지 '중심'이 없었던 작품입니다만, 그래서인지 2권 또한 1권의 스토리 라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1권의 스토리 라인이 "여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 여동생의 상담을 받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쓴다 -> 오타쿠들과 놀면서 평화로운 분위기 -> '들켜서는 안될 사람'에게 들키고 만다 -> 여동생의 취미를 받대하는 그 인물의 논리에 논리로 대항하고 어느정도 설득이 성공한다 -> 상대방이 '상식선'에서 반박이 불가능한 문제를 꺼낸다 -> 주인공이 모든것을 뒤집어쓰고 자폭 -> 사건 해결"의 루트를 타고 있습니다만, 이번 2권 또한 이 루트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여동생의 비밀은 알고 있는 상태이기에 "여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 상담을 받는다" 부분은 여동생이 아니라 주인공, 코우사카 쿄우스케와 그의 소꿉친구 타무라 마나미의 이야기가 중심에 옵니다. 그 전에 여동생의 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때 못볼 꼴을 보이게 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요.
너무나도 하늘 위의 존재라서 짜증날 뿐인 여동생 키리노가 쿄우스케의 '비일상'을 대표하는 존재라면, 쿄우스케의 '일상'을 대표하는 존재가 바로 마나미. 안경을 쓴 수수한 외모에 취향도 성격도 할머니같은, 쿄우스케의 말을 빌리자면 "다다미 냄세가 난다"인 전통과자집 딸 마나미. 언제나 자신의 공부를 봐주며, 사귀는 것도 연애감정을 가진것도 아니지만 만약 다가가는 남자가 있다면 전력으로 방해할거라는 기묘한 관계. '평범'을 사랑하는 주인공 쿄우스케에게 더없는 안정을 주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관계를 원하게 하는, 쿄우스케의 가장 큰 이해자.
1권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작품의 히로인'과 '주인공과의 연애관계인 여성'이 일치하지 않는 기묘한 상태를 형성해주며 이 글에서 '근친상간'의 가능성을 완전히 날려준 이 소녀와 쿄우스케 사이에 묘한 트러블이 생기고, 그로 인해 고민하는 쿄우스케의 이야기.
... 솔직히 볼 건 없습니다. 마나미는 예쁘지만요. 이 부분은 스토리적으로 그다지 특이할 건 없어요. 이후 스토리 전개와 갈등 해결 부분에 살짝 살짝 제공할 떡밥을 던져주긴 합니다만.
그리고 작 중 배경이 '여름'이고, 다루는 소재가 '오타쿠'이니 만큼, 절대로 그냥 지나갈 리 없는 이벤트의 이야기. 바로 '여름 코믹'. 수만의 오타쿠들이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사상 최대의 오타쿠 이벤트에 끌려가게 된 쿄우스케.
키리노의 오타쿠 동료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다니며 졸지에 야한 동인지를 강매당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면서도 사이 좋게 지내는 키리노와 그의 친구를 보면서 흐뭇해하기도 하고, 전혀 흥미 없다는 듯 다니다가 코스튬 플레이 회장에서 드래곤볼의 셀 코스프레를 발견하고 흥분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렇게 동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환하던 그때,
결코 들켜서는 안될 인물, 키리노의 가장 친한 학교 친구 '아라가키 아야세'와 조우하게 됩니다. 어찌어찌 속여넘겨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어 결국 키리노의 모든 취미가 들통나고... 결국 절교 선언을 당하고 마는 키리노.
여름방학이 끝나서도 화해하지 못하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에 침울해 있는 키리노를 보고 이번에도 오빠는 분연히 일어섭니다. 그리고 저번에 집에 놀러왔을때 받아 둔 아야세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거는데...
여중생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을 오타쿠에 대한 단순한 혐오를 뛰어넘어, 어머니가 학부모회 회장에, 어머니를 따라 각종 강연에 함께 다닌 탓에 '오타쿠=범죄자 예비군'이란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이 강적. "키리노를 돌려줘요!"라며 울먹이며 진심으로 소리치는 이 소녀를,
단순한 편견도 오해도 아닌, 데이터화된 '혐오'를 둘러싼 이 결벽증적인 아이를 어떻게 공략해야하나 고심하는 주인공.
그리고 참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립니다.
데이터에는 데이터로 맞선다. 그쪽이 부정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이쪽은 그 부정의 데이터를 다시 부정해준다. 거기에 키리노 자신도 당당하게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그리고 마침내 껍질을 벗고 들어난 어쩔수 없는 '생리적 혐오감'은,
주인공 자폭.
해결.
참으로 깔끔진 이야기.
하여간 저번 권에서의 중심 논제가 '오타쿠 취미는 그 자체만으로 혐오받아야 하나?'였다면, 이번 권의 중심 논제는 '오타쿠 매체는 범죄를 부르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오타쿠'가 사회 표면으로 떠오른 계기가 바로 '사이타마 연쇄 유아납치 살해사건', 일명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이라는 끔찍한 엽기 살인사건인 탓에, 일본 사회의 '오타쿠'는 그것이 사회에 알려지면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잔뜩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미야자키 츠토무가 오타쿠 매체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그저 '오타쿠인 범죄자'였을 뿐이고, 오타쿠 매체와의 관련성 등이 경찰의 성급한 발표와 그것을 과장 확대 보도한 언론의 탓으로 부풀려졌을 뿐이란 사실이 한 기자의 커밍아웃으로 알려진 뒤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 당시 TV 방송에서는 코믹마켓 입장을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여기 수많은 미야자키 츠토무들이 있습니다"라는 보도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뭐, 단순히 '오타쿠 범죄'라는 것이 그것만 있는것은 아닙니다만, 이번 '내 여동생'에 언급되는 작 중의 사건은 이것을 의도적으로 노렸다는 것이 보여집니다. 어찌보면 '안일한 부분' 조차 1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권에서의 논리가 먹힌 이유는 "마침 키리노가 너무나도, 현실에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기 때문"이었다면, 2권에서의 논리가 먹히는 이유는 "마침 상대방이 예시로 든 사건이 실제로는 과장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참 형편 좋은 이야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키리노처럼 우수하지 못한 아이라면?'과, '정말로 오타쿠 매체가 범죄로 연결된 경우는?'이라는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진지한 질문은 피해가는 것이지요.
뭐, 이건 실제로 오타쿠가 범죄와 연결된다는 직접적 증거가 진짜로 없으니까 상관 없지만요. 다만, 작 내의 설명만으로는 1권보다 오히려 설득력과 호소력이 약합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이어지는 주인공의 자폭은, 1권을 뛰어넘는 더없이 화려하고 열렬하며, 주인공을 더없이 추락시킵니다. 사실 이 정신나간 폭발 장면이야말로 이 '내 여동생'의 백미. 2권에서도 결코 기대를 망치지 않는,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의 웃음을 줍니다. 1권의 자폭은 그저 여동생을 감싸고, 모든 공격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2권의 자폭은 열렬한 '고백'에 가까운 만큼 주인공 자신을 멋지게 돋보이게 합니다. 오히려 앞의 호소력이 약한 만큼, 뒤에서 모든것을 날려버리기 위해 터트리는 폭약은 더 강할 필요가 있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진지하게 오타쿠의 존재론을 펼치는 이야기가 아닌, 캐릭터 소설이니까요.
어찌보면 이 책은 어지간한 추리소설보다 더 감추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키리노, 쿄우스케, 그리고 코우사카가의 아버지까지 전부 본심을 꽁꽁 싸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전인가 봐요, 이 가족은. 심지어 '화자'인 쿄우스케마저 서술로 태연한 척 가장을 하며 거짓말로 변명을 하니까. 마나미와의 관계도 그렇고, 키리노와의 관계도 그렇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간간히 보여주는 이들의 '진심'이 너무나도 멋지고 귀엽게 보이는 것일겁니다. 코우스케의 이번 자폭은 분명히 자신이 결코 내보이지 않던, 여동생을 향한 '진심'이었을 테니까요. 1권에서 제기된 "이다지도 짜증나고 싫어한다 싫어한다 열창을 하면서도 왜 그런 짓까지 해 가며 여동생을 싸고 드는건데?"라는 질문에 대한 멋진 답이 되었습니다. 결국 모두 츤데레일 뿐이란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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