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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8.03.21 00:44
조회
814

작가명 : 교고쿠 나츠히코

작품명 : 망량의 상자 상, 하

출판사 : 손안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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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전철역, 한 소녀가 열차에 치였다. 유일한 목격자는 그녀의 친구. 경위를 조사하는 기바 형사 앞에 나타난 보호자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은막의 스타. 그즈음 무사시노에는 여자의 팔다리만이 발견되는 엽기 사건이 이어지는데────.

***

연일 이어진 과로 때문에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정신없이 자면서 옛날 꿈을 꾸다가 깨어 보니, 어느새 앞좌석에 한 남자가 있었다.

피부가 희고, 젊은 건지 늙은 건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몹시 졸린 듯한,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 뭐가 좋다고 여기 앉은 걸까?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한다.

남자는 상자를 들고 있다.

몹시 소중한 물건인 듯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가끔 상자에 말을 걸기도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혀 보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졸렸다.

항아리나 꽃병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크기도 딱 적당한 상자다.

남자는 가끔 웃기도 한다.

"호오."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방울이라도 굴러가는 듯 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

'우부메의 여름'의 후속 작이며, 우울증 소설가 세키구치 다케히코와, 혹자의 표현으로 '지적 먼치킨'인 신사 신주이자 고서점 주인인 추젠지 아케히코, 일명 교고쿠도의 요괴 추리극 '교고쿠도 시리즈'의 2탄, '망량의 상자'입니다. 상, 하권 합쳐 근 한 달 가까이 읽어 왔군요. 최근 시간이 없어 겨우겨우 다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망량의 상자'를 교고쿠도 시리즈 중 최고로 꼽던데, 글쎄요... 저에게는 '우부메의 여름'쪽이 '충격'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 이 소설을 읽기 전 이미 '어떤 그림'으로 인해 이 소설의 중요 반전 중 하나를 알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며 읽다 보니,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짐작이 가버리더군요. 하아... 물론 읽기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모르고 읽었더라면 그 사항을 맞출 수 있었을지, 아니면 그 반전이 과연 소설 내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전인지조차 잘 짐작이 안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밌긴 했지만, 전 '우부메의 여름'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하여간 이번 이야기는 '망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교고쿠도는 말합니다. '망량이란 애매한 경계'라고요.

이번 이야기의 사건은 온갖 '애매한 것들'이 오해와 착각에 의해 얽히고 얽혀 마침내 참극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경계를 넘어 망량에게 끌려간 사람들'에 의해 그 비극은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전작 '우부메의 여름'의 경우, '우부메'란 존재는 범인 그 자체에 대입되었습니다. 따라서 사건 자체는 모든 것이 해결된 시점에서는 꽤나 명확하고 확실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직접적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망량'은 교고쿠도의 말에 의하면 '사람에게 달라붙지는 않는 것'이며, 그 자체의 성질 또한 매우 애매모호한 요괴.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망량'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으면서도 애매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부메의 여름도, 망량의 상자도, 모두 '뒷맛이 나쁘긴' 마찬가지인 비극이었지만, 결말 부분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상당히 다릅니다.

우부메의 여름에서 세키구치는 자기 자신'만'이 관련된 비극에서 결국 완벽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우부메의 비극은 완전히 끝난 것이고, 그것은 세키구치의 소설로 승화될 정도일 뿐이지요. 다른 방관자들의 마음에 상당한 찝찝함과 복잡함을 남기긴 했지만요.

다만, 망량의 상자에서 세키구치는 방관자였습니다. 다른 모든 이들은 우부메 사건과는 달리, 그들 나름대로 사건에 관여하였고, 저번 사건과는 완전히 역전된 상황인 거지요. 이 사건은 사건 자체로는 우부메 때보다 확실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관련자들도 모두 자신들의 비극을 마무리하고 나름대로 확실한 길을 걷는 것으로 나오지요. 다만, 단 한사람만이 완벽하게 일상에서 벗어난 체, 그야말로 '사람을 포기하고 망량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의 존재를 마지막에 통지하며 더없이 음침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우부메 때보다는 발전한 기법인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무언가'를 쓰는 것 보다는, 애매한 것과 은근한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어려운 편이고, 망량의 상자는 그것에 충분히 성공한 편이니까요.

하여간, 이번 편은 우부메보다 2배가량 양이 많고, 그만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시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전작에서는 단지 주변인물에 머물렀던 그들의 매력을 보여주지요. 특히 이번 작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기바슈가 마지막에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민폐 탐정 에노키즈의 폭주와 교고쿠도의 세키구치에 대한 딴지와 갈굼은 진지하고 어둡기 짝이 없는 이 소설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지요.

하여간, 한 달간의 사투를 끝냈으니, 앞으로는 마음 편하게 라이트노벨을 팔 수 있겠군요. 하아. 재미와 피로를 동시에 느끼는 것도 기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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