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진산
작품명 : 가스라기
출판사 : 캐럿북스
책 겉에 두글자, '진'자 하고 '산' 자가 쓰여져 있다.
이 두 글자는 나에게 있어서 절대명령이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POWER WORD 'READ'!
책의 장르가 로맨스이든 무협, 판타지이든,
혹은 그게 설사 '지분법 2007년 개정판'이라는 제목이라 할지라도
진산님의 책이라면 난 일단 본다.
그리고, 가스라기는 그 기대를 아득히 넘어서는 대작이었다.
사실 근 5년 사이에 읽은 수백권의 로맨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십년이 지나도 기억할 그런 소설이었다.
가스라기는 한 소녀의 이름이다. 또한 신분이다.
가스라기는 죄인이다. 큰 죄를 저지른 여성은 가스라기다.
가스라기의 자식은 가스라기다.
그래서 숲 속에서 짐승처럼 살던 소녀의 이름도 가스라기였다.
이 글은 소녀가 위대한 신선을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인간계에서도 가장 비천한 취급을 받는 가스라기가
지고한 신선, 신선 중의 신선인 천군을.
인간 이하의 삶을 살던 그녀에게
어느날 불쑥 떨어져온 신선은 말 그대로 하늘이었다.
그저 짧은 한순간의 만남,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이 되었다.
가스라기는 절세 미녀도 아니요,
권력도 돈도 애교도 사랑스러움도 없다.
처음에 그녀는 사람 모습을 한 껍데기일 뿐이었다.
천군의 이름조차 발음할 수 없어서 '하늘님'이라 부르며,
오직 그와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하늘의 계단을 오른다.
이 글에서 끈적끈적한 사랑은 나오지 않는다.
열정에 녹아들고 서로를 웃으며 희롱하고 오해와 상처가 오가다가
어느날 해소되며 질척질척대는 그런 사랑은 없다.
(그런 글이 보고 싶다면 아무 로맨스나 집어들자.
95% 확률로 당첨이다)
있는 것은 그저 사랑, 그저 집착,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외엔 아무것도 필요없는,
없으면 미칠 것 같고 곁에 있어도 미칠 것만 같은,
어리고 미숙하고 서투르고 애잔한
그런 가스라기의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사랑 이야기가, 진산님께서 창조한 생소하고 아름다운
동양적 세계관 속에서 샘물처럼, 파도처럼, 폭포처럼, 전개된다.
진산님께서 만드신 가스라기의 세계는 정말 경이롭다.
그 자체로 읽을 가치가 있을 정도다.
선계와 명계, 인간계를 아우르며
동양적 신선관을 놀랍도록 정밀하게 융합시켜 놓았다.
신선의 위계, 세상의 질서, 신수와 선녀, 저승과 이승이
모두 생명을 갖고 작품 속에 녹아있다. 아니, 글 그 자체다.
그곳은 정말, (말 그대로) 별천지다.
이야기의 시작은 가스라기지만,
단지 그녀의 사랑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는 않는다.
읽는 사이에 저절로 천군, 그리고 그 형제 지한에 빠져든다.
정말 재수없는 X자식이던 지한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라.
그 자연스럽고도 극적인 변화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천군의 정체와, 두 형제 사이에 얽혀 있는 비밀.
점점 드러나는 가스라기의 진짜 모습은 절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너무나 서양풍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국적이라 할 수 있는 동양풍의 세계,
신선이 노니는 이 세계에서 천군과 지한 그리고 가스라기가
어떤 사랑을 펼치고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꼭 한번 느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산님... 글 좀 써주세요. ㅜ_ㅜ
http://blog.naver.com/serpent/11001880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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