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준욱
작품명 : 건곤불이기
출판사 : 마술램프
<임준욱 작가님의 건곤불이기를 읽고...>
상통에서 뛰어난 요리솜씨를 지닌 숙수의 아들인 반통미.
그가 어렸을 적엔 그의 아버지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힘이 쎄보였고 똑똑해보였다.
그러나 천하제일의 숙수가 되기 위해 난민들의 서식지인 하통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엔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 비굴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가 못미더웠다.
그런 나약한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처량하게 느낀 반통미는 반드시 강한 무공을 익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굳게 결심한 통미에게 한 때 단지마도란 별호를 지닌 반나한이란 장년인을 사부로 모시게 되었다.
그렇게 반나한의 밑에서 무공을 일취월장하게 대성한 반통미는 장락방의 방주, 사철악의 딸인 사연홍과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원했던 여운향과의 조우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둘이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행복하지 많은 않았다. 강호의 이권 다툼 속에 장락방의 가주인 사철악이 숨을 거두고 황제지검을 노리기 위한 강호 세력들이 무자비한 살생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반통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갈구했던 강력한 무인이 되었음에도 결코 그들을 무자비하게 죽일 수 없다는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미묘한 기분을 느낀 반통미는 불현듯 사부인 반나한의 말이 떠올랐다.
“피는 피로써 푸는 것이 아니다. 오직 용서만으로 녹여 없앨 수 있는 것이다. 통미야. 인과응보는 자연히 그리 되는 것이지 네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자비심을 잊지 마라. 스스로를 악귀로 만들지 말라.”
나 또한 반나한의 말을 되새겨보며 임준욱 작가님께서 책 표지에 적어 놓으신 말씀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협소설들의 소재가 대부분 주인공의 영웅 만들기에 그쳤던 것과는 다르게 건곤불이기의 주인공인 반통미를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던 어린 아이에서 앞을 바라보고 내다볼 줄 아는 어엿한 어른으로 만들어낸 것이 임준욱 작가님께서 이 책을 집필하신 이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또한 사연홍의 뱃속에 있던 하나 뿐인 아이가 죽었을 때 침통해 하던 반통미가 끝내 사연홍에게 하소연을 퍼붓자 그의 아비인 반직이 통미의 뺨을 강하게 내리치며 했던 그 말.
“지금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픈 사람이 누구더냐? 오직 홀로 삼 개월을 안아왔던 아이를 잃은 이가 누구더냐? 그 고통을 딛고 일어서야 할 아이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오직 한 사람, 너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 때, 오히려 가슴을 후벼 파고 도려내? 이런 고약한 놈!”
평생 단 한 번도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없는 반직의 이 호통은 책의 제목인 건곤불이기란 말 뜻 그대로 남편과 아내는 둘이 아닌 하나인 것임을 가슴 속 깊이 깨닫게 해주는 장면들이었음은 분명했다.
이렇듯, 건곤불이기란 책은 광대한 중원 대륙을 질타하는 영웅의 모습 보다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힐 수 있는 소소한 갈등과 해법들을 장르적 특성에 비추어 알맞게 버무려 놓았다.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슬프고도 처량한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임준욱 작가님은 반통미란 주인공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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