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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2 디페랑스
작성
08.06.09 18:44
조회
2,718

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무림사계, 특공무림

출판사 : 로크

최근 완결된 한상운의 무림사계는 여러 독자에 의해 꽤 호평을 받았다. 그 사실에 특별히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딴 얘기를 해 보자.

무협은 가상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므로 넓게 보면 환타지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순수 환타지와 달리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 시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배경이 그러한데 곧 '과거 어느 시점'의 '중국 어느 곳'이 주요 배경이다. 물론 역사적 사실 및 사건에 대한 고증이 철저하든 아니면 고증따위는 알 바 아니든 말이다. 아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 김용에 가깝고 그 반대라면 이수민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려면 좀더 논의가 필요하니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다.)

무협의 배경이 대부분 중국이라면 당연히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 및 성이 과거 중국에 있었거나 있음직해야 하리라. 그렇다면 최씨는?

대충 알아본 바에 의하면 중국에 최씨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씨나 왕씨, 조씨, 유씨, 송씨 등과 같이 흔한 성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곧 중국에서 최씨란 굉장히 희귀한 성이란 얘기다.

내가 왜 한상운의 소설을 말하면서 '최씨'를 언급하느냐면 최씨가 그의 작품에서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무림사계에서의 최근용(근용인지 민용인지 헷갈리고 있음. 하지만 최씨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특공무림에서의 최일준이다. 무림사계에서 종남파의 제자이면서 태안 이가의 사위인 최근용과 특공무림에서의 특전사 소령 최일준, 그들이 왜 최씨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작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왜 작가는 왜 그들을 최씨로 설정했을까?

우선 두 작품의 안타고니스트인 최근용과 최일준은 주인공인 담진현과 조구호보다도 더 공통점이 많다. 주인공의 최대 적수이면서 출신 성분이 좋고 능력은 우수하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사회에서 상류에 지도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도 최고의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 전 무림에 군림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 둘은 음모의 최종 주재자가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음모의 틀에서 놀아나는 '말'의 역할을 한다. 적어도 초, 중반까지는 그런 식의 설정이다. 주인공들의 가장 강력한 적수이면서 연배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강력한 포스를 지닌 악의 덩어리는 아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인물은 따로 있는데 마교의 전대 교주였다가 부활한 마중지존과 태안이가의 가주인 이정무(이 이름도 확인 요망)이 그들이다.

이야기가 선악의 구도로 가려면 주인공과 적대적 위치에 있는 최일준과 마중지존 (그리고 최근용과 이정무)이 하나로 묶여 악의 세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실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 둘은 또 분열, 대립하여 주인공과 삼각구도를 형성한다. 이런 묘한 삼각구도는 장르소설이나 장르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세 개 이상의 다극(多極)을 만들어 놓으면 적과 아의 구별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본래 적이 여럿이라도 일반적인 장르물에서 이러한 적의 세력은 동일한 계열을 이루어 주인공이 하나하나 깨뜨려 나갈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한상운의 두 작품에서 주인공의 두 적대세력은 비슷한 듯 하지만 엄연히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그러니 대립하고 서로 죽이게 되는 것이다.

특공무림의 최일준과 무림사계의 최근용은 무림을 그대로 '보존'한 채 그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려 한다. 반면 마중지존과 이정무는 무림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어둠의 색깔로 완전히 도배하려 한다. 간단히 말해 후자는 현실성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이들에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힘을 주고 대신 작품에 등장할 기회는 극히 제한해 둔다. 이로써 두 작품은 주인공과 최씨들의 옥신각신 치고박는 싸움터가 되고 "뭐니뭐니 해도 무림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랍니다." 라는 전언을 남긴다. 그리고 현실의 삶에서는 선도 악도 분명치 않고 특별히 죽일놈과 살릴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좋은 놈과 덜 좋은 놈, 나쁜 놈과 더 나쁜놈들이 있을 뿐이다. 최일준이 죽고 최근용이 살아남은 채 그대로 세력을 유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서로 다른 결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최씨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보통 독자들은 작가의 작품과 현실의 상관성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소설 속의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아닌지, 또는 얼마나 섞여 있는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궁금해 한다. 작가는 그저 상상일 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작가의 경험과 작품의 내용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하고 별 관계 없기도 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뜻인데 전자의 경우 일부 정신분석비평에서는 '작품'이 '작가의 콤플렉스의 산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두 작품의 최씨에게 특별히 주목하는 까닭은 그 둘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들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데 있다. 둘 다 최씨인 데다가 성격도 판박이처럼 같고 추구하는 바도 같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기득권 세력의 중심에 있으며 그 안에서 엘리트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것, 나아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무림의 배경인 중국에서 희귀한 성씨인 최씨를 두 번씩이나 똑 같은 역할로 등장시켰을까. 바로 작가의 현실에 그 인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위의 최씨들과 같은 인물을 우리는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반장' 또는 '엄친아'이다.

반장, 혹은 엄친아는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와 묘한 관계에 위치해 있다. 그들이 또래이기 때문에 친구로 볼 수도 있으나 정말 친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고 하기도 어려운데 또 친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 실로 친구와 남의 중간 선상에 놓여 왔다갔다 하는 애매한 거리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엘리트이면서도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므로 종종 나와의 비교의 대상이 된다. 반장이나 엄친아라는 말 자체가 열등감을 자극하고 그 존재 자체가 미워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상 속에서는 곧잘 척결해야 할 나쁜 놈, 괘씸한 놈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들과의 묘한 거리 때문에 완전히 없애버리기도 어려운 존재가 아닌가.

이런 까닭으로 나는 한상운의 두 작품에 등장하는 최씨들이 그의 학창시절 반장, 혹은 엄친아가 아니었을까 추론하지만 설사 아니라 한들 어떤가. 무림에 등장한 엄친아의 발견 정도면 족한 것을.


Comment ' 6

  • 작성자
    Lv.9 lo*****
    작성일
    08.06.09 21:05
    No. 1

    최근용과 최일준은 엄친아였군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Y-H
    작성일
    08.06.09 21:47
    No. 2

    그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군요... 최일준은 뭐 한국에서 무림으로 넘어간거니 그렇다쳐도 다른 작품의 최씨 둘이 성격이 비슷한 감이 있으니...
    '배상훈'은 실제로 한상운작가의 가장 친한 친구로 알고 있습니다...(한작가님 글에서 안나온 적이 없는듯...성격은 다양...)
    음...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 블로그 가서 물어볼까요? -0-;;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 魔師
    작성일
    08.06.09 21:49
    No. 3

    재미있네요. 공감이 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허주사
    작성일
    08.06.10 11:56
    No. 4

    무림사계..보는 내내 키득키득 많이 웃었습니다.
    정말이지 한상운작가님의 머릿속이 넘 궁금하네요.
    좌백님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이 젊은 천재작가가 쓴 글이 판매부수도 많아서 절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물망아
    작성일
    08.06.10 12:10
    No. 5

    참신하고 즐거운 감상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도인
    작성일
    08.06.10 23:01
    No. 6

    정말 좋아하는 작가분이긴한데.. 많이 인기 있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워서 추천하고 갑니다.

    www.imurim.com 작가연재 란에 보면 이 분이 쓰신 단편 부자유친 도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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