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월희
작품명 : 세계제일의 여동생님
출판사 : 시드노벨
김월희 지음, nyanya 그림 / 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나의 점수 : ★★
잘 쓴 글이다. 하지만 재미 면에서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이번에 리뷰 할 소설도 디앤씨미디어의 라이트 노벨 브랜드인 시드노벨 작품입니다. 꼭 받은 게 있어서 하는 건 아니고... 예전엔 받았는데 요샌 안 줍니다. ㅜㅜ
자, 어찌 됐든.
원류라 할 수 있는 일본 라이트 노벨의 홍수 속에 국내 작가의 약진을 바라는 두 곳의 국내 출판사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태초의 시드노벨과 용감무쌍 노블엔진이 있지요. 한 때, 국내 작가의 라이트 노벨 작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무렵, 거대 출판사를 포함해 지금은 시장을 떠난 여러 출판사들이 기세 좋게 국내 작가의 좋은 작품을 출판 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사전 준비를 탄탄히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생각보다 더 시장성이 없었던 것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출판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일까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위에 쓴 사정 말고도 다른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꾸준히 시장성을 유지하고 있는 출판 브랜드가 '뿌리 깊은' 시드노벨, 그리고 작년 이맘때부터 힘차게 '시동'을 건 노블엔진 이 있습니다.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2011년 상반기 시드노벨 공모전 입선작으로 어떻게 보면 앞서 리뷰를 한 '엔딩 이후의 세계'와 견주어 볼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엔딩 이후의 세계는 노블엔진 공모전 입선 작이거든요. (입선 시기도 비슷한 듯 합니다.)
표지 일러스트는 굉장히 미려하며 깔끔합니다. 툭 튀지 않으면서 제목에 걸맞게 기대하게 만드는 정도랄까요? 부제인 my darkness sister 에 걸맞게 검은 드레스를 걸친 (실제로는 속이 더 시커멓지만.) 금발 미소녀의 일러스트입니다.
내용 요약은 이렇습니다. 평범한 줄 알았던 고등학생 주인공은 어느날 자신에게 무려 '...뭐시기 아파치??' 라는 놈을 타고 찾아온 범세계적인 군사기업 밴더스내치의 총수 이자 블랙헤이젤 가문의 당주인 마리아 라는 소녀에게 오라버니라 불리며 루마니아로...........강제 납치를 당하게 되고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설킨다!!! 라는 것이지요.
..........뭐시기 아파치에 대해선 후에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서지에 있는 작가의 말이나 역자의 말을 꼭 보고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 '잘 쓴 글 보다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라는 포부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읽기 시작했지요.
.....................................엔딩 이후의 세계를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같은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아무래도 제가 닭살 염장씬에 좀 약한 모양입니다. 한 20페이지를 읽었을 무렵, 이 책을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일단 손에 든 책 어떻게든 읽어 내겠다 라는 마음, 국내 작가의 글에서 배우자는 마음으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분의 전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작품 자체는 굉장히 세련된 문장력을 보여줍니다. 적절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설명, 그리고 간간히 터지는 비문. (DC 인 이라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는 문장들이 많습니다만, 사용하는 위치가 절묘해 몰라도 그저 무리 없이 쓱쓱 읽을 수 있습니다.)
엔딩 이후의 세계도 수많은 인터넷 용어 남발을 통해 개그 코드를 터트린 적이 있는데 그 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겐 조금도 재미를 줄 수 가 없는게 이런 개그가 갖고 있는 양날의 검이겠죠. (저는... 이제 지양하려고 합니다. 핫핫핫.)
내용의 흐름에도 꽤나 고심을 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근친 러브니, 암울한 군사 기업의 사정이라느니, 암살 위협이라느니 이런 것을 떠나서 캐릭터와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러브 라인들이 솔직하니 다가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단점이 있으니................
............딱히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겁니다.........
처음 이 책을 딱 들고 표지와 제목을 보고 여동생님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끌어가겠지~ 생각했는데 여동생님 보다는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군사 기업이나 블랙헤이젤 가문의 암투 세력과의 대결로 이야기를 몰고 가는 게 보였습니다. 더욱이 막판 20~30 페이지 정도에서 1권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 어떻게 보면 소드마스터 야마토를 보는 것 같은 뜬금없는 마무리 '소재'와 그 '전개' 방식은 뒷심이 약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신파적인 스토리 흐름이라 아니, 그 이전에 사건 발생 자체가 뜬금 없습니다........)
그 다음 권에서도 같은 흐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군.........? 이라는 재수 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으니까요.
이 책을 다 읽고 작가 분의 후기까지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재미 면에서 부족하지만 잘 쓴 글이었다.' 입니다...
문장력이나 구성 면에서는 '엔딩 이후의 세계' 이상이었으니까요. 엔딩 이후의 세계는 그 구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읽은 책들이라 어쩔 수 없이 둘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재미 면에서 엔딩 이후의 세계가 높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적인 재미가 읽는 독자인 저의 마음을 잡지 못하였고, 몰입감 또한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작가분께서 글을 서술할 때의 버릇인지 읽는 독자를 '가르치려 한다' 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책의 목적에 정보의 전달도 있는 만큼, 있으면 좋은 요소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오만하게 보인달까요...) 전반적인 철학, 경제학 적인 단편적인 서술과, 뭔가 '있어보임직' 한 군사 무기의 서술 등등. 더욱이 재미 있는 것은 평범하다고 표현한 주인공 고등학생 1인칭의 서술로 그 모든 것을 다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작중 도입 부분인 마리아의 난입장면에서 AH-64D 롱보 아파치 군용 헬기를 어떻게 알고 주인공이 서술 하는 걸까요. 토카레프 7.62 밀리미터 권총탄은 어떻게 아는 걸까요. 앞서 분명 자신은 그런 쪽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직접 서술 했는데 말이지요.)
여기에 작가분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앞서 작가분의 버릇을 상정해 두고 생각했을 때 "어라?" 라고 생각 되는 예상 외의 표현도 있어서, 읽는 저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 거리게 했습니다. 물론 표현은 틀리지 않습니다만 고증이나 지식적인 면에서 완벽하고 자세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 의아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선박 탈취 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인 마리아는 이렇게 표현하지요.
'하이재킹' Hijacking
하이재킹이란 표현은 그 자체가 어떤 공간이나 물건에 대한 탈취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표현 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좀 더 세분화 해보면 항공기 탈취인 Skyjacking 과 선박 탈취인 Seajacking 이 있습니다. 물론 구분해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고증이나 지식적인 면에서 완벽하게 서술하고자 했던 앞서의 노력에 따른다면 여기서 표현은 Seajacking 이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책을 읽으면서 몰입하지 못하게 한 작가분의 잘못입니다............. 흑흑. ㅜㅜ
까려면 한 없이 깔 수 있는 게 사람이겠죠.......... 기껏 애써서 쓴 글에 대한 감상이 이렇다면 거기서 얻을 작가분의 상실감도 클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애초에 한국 작가의 라이트노벨을 공부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감상이기에, 그리고 작가분의 후기에 '재밌게 읽지 못했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재미있는 소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써 보았습니다.
그 다음 권에서 작가분의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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