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미나토 가나에
작품명 : 야행관람차
출판사 : 비채 블랙앤화이트 시리즈
살인자는 어머니, 희생자는 아버지…
그날 밤, 우리집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도쿄의
다카하시 가족 : 의사 아버지에 우아한 어머니, 의대생 큰아들,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는 딸, 어머니를 쏙 닮아 잘생긴 막내아들
엔도 가족 : 무능한 아머지, 묵묵히 참기만 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딸
고지마 사토코 : 거리의 모든것을 보고 듣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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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는 최근 한국에도 개봉한 영화 '고백'의 원작 소설로 2009년 서점대상을 수상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뛰어오른 작가입니다.
그 이후에 '소녀', '속죄' 등 발표하는 장편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도 '고백', '소녀'등을 매우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가운데 한국에 수입된 신간이 '야행관람차'.
'고백'에서, 구원을 걷어차버리고 인간의 길조차 벗어난 '복수'를 관철하는 폭발하는 독기와,
'소녀'에서,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이라는 주 서사 뒤에 깔린 음울하고 질척한 서브서사를 독자에게 해석케하는, 독기발랄한 그 느낌을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다면,
실망합니다.
이 책은 주로 고급주택가인 '히가시가오카'에 사는 세 가족의 구성원의 시점을 돌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언제나 히스테리를 일으켜 어머니를 공격하는 중학생 딸을 가진 엔도 가족. 그림으로 그린 듯 행복해보이지만 결국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는 존속살해 사건이 일어난 다카하시 가족.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히가시가오카' 토박이인 고지마 사토코.
'가족'과 '집'이란 단어는 편안함과 안정을 주어야 하는 지극히 사적이고도 행복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집'이란 공간을, 그리고 그것이 가진 '일상의 행복'조차 '집착'의 대상으로 끌어내리고, '가족'을 매우 아슬아슬한 선에서 유지되는 불안정한 물건으로 표현합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독기 어린 글'은 이런 불안정한 공간을 섬세하고도 읽기 쉬운 필치로 자연스레 묘사하지요. 그런 면에서는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쉽다고 해야할지. 작가의 '대중성'이 올라간 것이 이런 결과를 내버린 것일까요?
이 책은 어디까지나 '가족의 화합'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비록 미나토 가나에의 '독'은 그 화합을 안정된 완결로 매듭짖지 않습니다.
엔도 가족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포기합니다. 오히려 서로가 가진 '역린'의 존재를 인식하고, '가족'과 '집'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틀을 인내하는 길을 택합니다.
다카하시 가족은 주변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뭉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가족'이란 틀로 뭉칩니다. 허나, 그것을 위해 진실을 묻고, 오로지 철저한, 가족 내 구성원들의 이기적인 '생존'의 탐색이지요.
'독'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허나 '희망'이 있습니다.
'고백'에 희망따윈 없었어요.
'소녀'는 희망에 가려진 독을 마지막에 들이댑니다.
허나, '야행관람차'는 독이 잔존하는 희망을 그립니다.
배드 엔딩이 좋다, 해피 엔딩이 좋다 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취향 차이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만, 데뷔작인 '고백'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에, 언뜻 '받아들이기 수월한' 결말을 가진 '야행관람차'는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에게 기대하고 있던 무언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작가가 자신의 틀 안에 갇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만... '독'을 기대하고 읽은 만큼, 어느정도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요. 아마도 후속작들이 더 나오면 작가의 행로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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