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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3.13 20:21
조회
3,200

작가명 : 칸바야시 쵸헤이

작품명 : 전투요정 유키카제 1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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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에 갑자기 출현한 초공간통로를 타고 지구 침공을 개시한 미지의 이성체 'JAM'. 반격을 개시한 인류는 '통로'의 저편에 존재하는 행성 페어리에 실전조직 FAF를 파견했다. 전술전투전자정찰기 유키카제와 함께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는 특수전의 후카이 레이. 그의 임무는 아군을 희생해서라도 적의 정보를 갖고 돌아오는, 비정하면서도 냉철한 일이었다-.

발표로부터 20년, 치밀한 가필수정과 새 해설, 새 장정으로 선보이는 개정 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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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드디어 주말 내내 달린 감상글 러쉬도 마지막. 이것을 끝으로 이제 '감상글 쓰기'에서 드디어 '책 읽기'로 전환입니다. 길었어. 많았어(...).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일본의 SF 작가들 중에서도 '제 3세대'의 대표로 꼽히는 칸바야시 쵸헤이의 대표작입니다.

첫 출간이 1984년이라고 하니, 이제 25년이 훌쩍 넘은 옛날 소설인 셈이지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습니다.

개정판이 되면서 약간의 가필을 거쳤다고는 합니다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현대적인 화두와 흥미로운 전개, 압도적인 필력으로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소설이란 것에서 과연 '명작'으로 남는 작품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SF 전문 레이블에서 나온 옛 소설이다 보니, 일러스트는 없습니다. 사실상 라이트노벨도 아니니까요. 이 '전투요정 유키카제'와, 그 전에 정발했던 본격 SF '마두르크 스크렘블'이 그럭저럭 판매고를 올렸는지, 아니면 아라카와 히로의 SF 양장본들이 그럭저럭 팔렸는지, 현재 대원씨아이에서는 NT Library라는 브랜드로 일본의 본격 SF 작품들을 간행하고 있습니다. NT노벨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판형에 일러스트도 없지만 10000원에 가까운 가격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전 선뜻 손은 못 대고 있지만요.

옛 소설이고 하드SF인 만큼 소위 '만화적'이라 불리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철저히 하드보일드합니다. '이공간'에서 정체불명의 이성체와 끝없는 전투를 벌이는 지구연합공군부대 FAF. 그 중에서도 가장 비정한 임무를 맡고 있는, '비인간적인 파일럿'들의 집합체 부메랑 전대. 그 에이스 파일럿인 후카이 레이 중위를 주인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죽어나가니까요.

게다가 소설의 묘사 또한 철저하게 하드합니다. 전투장면의 일부를 옮겨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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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격투능력 시험을 시작하겠다."

오도넬 대위는 내 중력 시트 컨트롤 시스템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펀II의 시트는 깊숙히 젖혀져 있고(reclining) 또한 파일럿을 감싸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간다, 실프. 대위는 중얼거렸다. 최고속도로는 당할 수 없다. 하지만 격투가 되면 펀II가 유리하다. 올 코션 라이트 클리어. 매뉴버 스위치 온. 플라이 바이 라이트 시스템- 이상 없음.

유키카제는 자세를 변화시키지 않고 상승한다-기수를 쳐들지도 않고 대지와 수평인 자세로 상승 가속, 200킬로미터를 3분 만에 날아가 반전하여 펀II와 대치. 유키카제, 가상 JAM이 된다.

유키카제는 근접전을 피하기 위해 여섯 발의 중거리 가상 고속 미사일을 발사. 펀II의 MTI(이동목표 인디케이터) 상에 가상 미사일의 항로가 합성 시뮬레이트되어 표시된다.

온다. 오도넬 대위는 MTI에서 HUD로 눈을 옮긴다. 402nd TFS는 이것으로 전멸당했던 것이다.

펀II. FAF의 신형 고속 미사일을 발사. 네 발. 이것도 시뮬레이트. 미사일 요격 성공. 그 전에 펀II는 고기동 회피에 들어갔다 .남은 두 발의 적 미사일은 여전히 접근, 10초 후 펀II에 도달한다. 펀II는 기수를 적 미사일로 향한 채 나선을 그리며 제 1탄을 회피, 제 2탄을 고속사격으로 격추, 순삭간에 기체를 오른쪽으로 슬라이드, 제3탄에 대비하여 기체를 뱅크시키기 않고 지그재그로 기동, 유키카제에 접근한다. 유키카제는 달아나지 않고 뛰어든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오도넬 대위의 몸에 고중력이 걸린다. 대위의 거친 숨소리가 무선을 타고 전투기술 비행 스태프들의 귀에 들어온다.

"엄청난 기체로군... 이런 기동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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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묘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온갖 항공, 공중전 전문용어가 쏟아지며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런 공중전 묘사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일상'이라 할 만한 묘사는 거의 없지요. 철저하고 집착적인 기계에 대한 고증과, 그에 맞춰 기계적으로 묘사되는 인간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한가득합니다.

전문용어가 난립하면서도, 주석을 읽고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자연적으로 머리속에서 영상을 연상할 수 있는것에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지금에서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원한다면 진짜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절제된 소설의 문장 속에서도 상당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본격 SF답게 주제의식이 확고합니다. 바로 '인간성'과 '기계화'에 대한 고찰이지요.

지구의 침략에 대항하여 창설된 FAF는 말만 좋을 뿐, 지구에서 버림받은 인간쓰래기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런 자들이 지구가 아닌 외계행성 '페어리'에 자리잡은 FAF에서 정체불명의 적인 JAM과 30년이 넘는 전쟁을 벌이고 있지요.

지구는 이미 이들을 잊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이고, JAM의 위협따위, '사이 나쁜 이웃나라'가 하나 더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외계에 거주중인 FAF야 말로 JAM의 진짜 정체가 아닌가 의심하는 자들도 나올 지경.

그런 가운데 진짜 전장에서는 갈수록 발달해가는 '병기'에 맞춰, 그 성능을 끌어내고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기계적인 인간'이 되길 강요받는 파일럿들이 있습니다. 후카이 레이도 그에 적응해버린 인간 중 하나입니다.

한때는 레이처럼 파일럿이었으나, 이제는 그들을 지휘하는 입장이 된 부커 소령은 이 상황에서 레이가 JAM과의 조우에서 가져온 단서와 자신의 직감 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이 전장에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

JAM은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전진전명한 위협입니다. 인간인 '싸움'을 시작할 당시, 그런 생각따위는 할 겨를도 없었지요. 하지만 장기화되는 전쟁과 세간의 멀어지는 관심속에서 부커 소령과 레이는 이 전쟁의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JAM과 FAF는 분명히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JAM은 '전쟁' 이외의 방법으로 인간과 접촉을 시도한 예가 없습니다.

허나, 과연 JAM은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속속들이 들어나는 증거는, JAM이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컴퓨터'가 아닌가 하는것.

또한 FAF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컴퓨터군' 또한, JAM을 '자신의' 적으로 인정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것.

즉, 이것은 이성체인 JAM과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기계 생명체인 JAN과, 인간이 만들어넨 기계인 '컴퓨터'의 전쟁이 아닌가 하는 것.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인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들은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전장에서 싸우기 위해 '감정의 기계화'를 강요당하는 전사들. 허나, 그렇다면 '인간다움'이란 필요 없는 것인가. 인간의 적이라 생각한 JAM은 인간을 쳐다보지도 않고있다. 왜 우리는 이때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죽어가는 것인가.

그렇기에 부커 소령은 이 전쟁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JAM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JAM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인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컴퓨터를 설득하려 하지요.

반면 전장에서 살아가는 레이에게 신뢰하는 대상은 부커 소령과 자신의 애기인 '유키카제' 뿐입니다. 허나, 전투가 진행될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JAM과 컴퓨터의 대결이 전면으로 들어날 수록, 유키카제에게 있어 '자신'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됩니다. '기계'는 점차 JAM이 바란 존재, '적'으로서의 개인성에 눈 떠 '인간'을 부속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JAM과 싸우기 위해 고성능의 전투기계를 만들듯, 마침내 JAM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인 '인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을 찾기 시작하지요.

철저하게 '기계적인 가치'가 중요시되는 현장에서 '인간다움'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은 기계는 소통이 가능한가. 그런 진중한 물음을, 미사일과 기관포가 오고가는 외계인과의 전쟁을 통해, 칸바야시는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1999년에서야 이 책의 후속작 '굿 럭 전투요정 유키카제'가 출간됩니다.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15년의 세월을 걸친 뒤, 본편에서 보인 인간과 기계의 반목을 넘어 어떤 결말을 이끌어냈을까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34 청해지룡
    작성일
    11.03.13 20:54
    No. 1

    네타가 심하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1.03.13 21:11
    No. 2

    orz 마지막 미리니름은 쿨럭.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고중일보
    작성일
    11.03.14 00:05
    No. 3

    nt노벨계열 출판사 분이신가... 감상문 페이지중에 반을 사용하시는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1.03.14 00:39
    No. 4

    고중일보님//
    군인이셔서 휴가나 외박중 몰아쓰신다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보시면 여러군대입니다.
    EX노벨, L노벨, 시드노벨 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1.03.14 04:48
    No. 5

    반전이나 스토리진행이 그렇게 중요한 소설은 아니라도 줄거리랑 결말까지 적는건 좀 그렇네요. 이것만 읽어도 될듯한 느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달빛운명
    작성일
    11.03.14 12:17
    No. 6

    결말을 알게되니 읽어볼 생각이 없어지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건곤무쌍
    작성일
    11.03.14 12:52
    No. 7

    유키카제 몇 년 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감상란에서보게 되니 반갑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WHeegh
    작성일
    11.03.14 18:08
    No. 8

    유키카제보다 성능좋은 F-22..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11.03.14 20:23
    No. 9

    장면 장면들이 흥미로운 소설이고 마지막 부분도 작품 전체상의 비중에서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 썼는데, 과했으려나요;; 일단 문제 부분은 삭제했습니다만, 딱히 이야기 상의 중요한 반전이라거나 하는 장면은 아닙니다.

    熡淚님//항속거리라던가 운동성 등 몇몇 부분이 딸린다고 합니다만, 전자전 기능과 무장을 비교하자면 유키카제가 압도적. 작 내에서도 유키카제보다 스팩이 뛰어난 기체는 얼마든지 있다고 나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전자석
    작성일
    11.03.19 17:01
    No. 10

    근데 이거 그 분야의 '덕후'가 아닌 사람에게는 꽤나 불친절한 소설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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