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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 리로드 를 읽고

작성자
Lv.1 헤이즐넛™
작성
11.01.11 02:28
조회
2,778

작가명 : 이수영

작품명 : 리로드

출판사 : 청어람

이수영님의 글을 본지가 10년이 넘어가는 듯 하다.

판타지 초기시절만 해도 이런 저런 작가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당시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장르계 작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그저 흥미로, 단순 패러디 정도로 접근했던 작가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 독자층 모두 극히 가볍다고 할 수 있는 장르계에서 이정도 필력과 끈기를 가진 작가는 흔치 않다는 것이 본인이 생각이다.

요 몇년 사이에 안좋은 일만 가득했던 이수영 작가님이었던지라 꽤나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수영님 친지에 대한 이야기라 직접 언급하기는 그렇고 검색을 해보시면 어느정도 나올 것이다.)

글이란 사람을 담고 있기때문에 글 자체가 바뀌어버리거나,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드므로 글을 쓴다는 상황자체가 힘들 수 있어 새책을 내기보다는 절필까지 가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그저 독자로서 오버해서 감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리로드를 보면서 한편으로 느꼈던 것은

자신이 겪었던 좋지 않은 상황을 털어내고자 단숨에 후련하게 써버리려는 의지 같은 것이었다.

리로드는 제목만큼이나 단순한 내용이다.

회귀물, 환생물 등등으로 불리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작품치고 막장이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환생물의 스토리 구도는 당연히 친구, 가족 등의 배신으로 주인공이 죽고, 어찌어찌 되살아 났는데.

이다음부터 주인공이 다시 어떻게 바뀔 것인가가 환생물이 가지는 특징이자 한계이기때문에 독자가 예측하기도 쉽고, 그만큼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작가가 질려버린 독자를 잡기위해 엽기로 전환시키거나,

다시 말도 안되는 설정을 한겹 더 쌓아버리는 식으로 진행되는게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이기때문에

리로드를 나올 쯤에는 환생물이라는 것이 끝물을 탄 시점이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리로드의 주인공은 황제이다.

평범한 황제가 아니라, 전쟁 신의 피를 이어받은(소설에서는 신혈이라고 표현한다.) 황실에서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인물이며,

또 황당하게 신체적으로는 무적이지만, 머리는 좋지 않은 단순한 인물이다.

(신혈이 짙으면 짙을 수록 강한 힘을 갖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불안정해진다.)

폭정을 일삼다 아끼던 총희의 칼에 찔리고,

세력의 절반이 반란군으로 돌변하는 바람에 비참하게 죽게되는데, 그 때 시간이 되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수영님의 필력은 더이상 토를 달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작품평 중 하나는 단물다빠진 소재를 가지고 A급작가가 손을 대면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을 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대신에 주목했던 것은 설정이었다.

시간을 비튼다는 설정은 이 소설에서 카자르 엔더와 신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때문에 설명이 가능하다.

신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적인 냄새가 난다.

그렇기에 매우 인간적이며, 오만하며, 신들마다 각자의 개성을 띄고 있다.

(이러한 신들의 성격 부여에는 이수영님의 탁월한 필력이 절대적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위 신이자 전쟁의 신인 카자르 엔더는 시간을 되돌리기위해 자신의 신력을 절반 이상 희생한다.

(물론 예전에 운명의 여신에게 빚을 지워놓은 것도 있었던 모양이다.)

신력을 절반 이상 잃어 하위신으로 강등당한 카자르 엔더는 다시 상위신으로 올라가기 위해 주인공을 핍박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과거에 죽었던 이유가 광기로 주위의 황족 등을 몰살시켰기때문인데,

옅든 진하든 신혈을 가지고 있는 황족이 다죽어버린 것때문에

카자르 엔더의 신력도 그때문에 막대하게 손실을 입었기때문에 시간을 돌린다는 도박을 했던 것이다.

(신력은 신도의 수도 영향이 있지만, 직계자손이 얼마나 많고, 번창하는지도 영향을 받는다.)

황제는 앞서 말했듯이 소설내에서 육체적으로는 짐승같다고 할 정도로 무적을 자랑한다. 대신에 극도의 까막눈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극단적인 인물설정을 독자가 꺼리낌없이 이해해줄 수있는 것은 황제의 어머니때문이다.

전 황제보다 신혈을 더 짙게 가지고 있던 신녀였던 어머니는(설정상으로 전쟁신의 신관, 무녀는 결혼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다른 황족이 그렇듯 아이를 위해 신께 소원을 한가지씩 비는데,

그의 어머니는 전쟁의 신 카자르 엔더에게 "몸만 건강하게 해달라."는 정말 소박한 소원을 빈다.

(다른 황족은 초능력, 절대 권력 등등을 비는데 반해서 말이다.)

신혈이 무척 진했던 신녀였던 어머니의 소원은 전쟁의 신에게 도달해서 주인공은 정말 짐승같은 신체 능력을 얻게된다.

(말도 안되는 체력, 정력, 회복력 등등)

이부분에서 폭소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이면서도 한 아이의 어머니인 이수영 작가에 대해서 좀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쯤이면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소설상 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녹여낼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한다.

어머니로서 작가로서 원숙해지는 느낌을 한편으로 받을 수 있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또 하나 황제의 어머니가 한번 더 어머니로서 희생하는 부분이 소설에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중요한 부분이고, 나름 감동도 있는 부분이라 더이상 적지 않겠다.

개인적으로 리로드는 주인공인 유그 펠리오르도, 총희 안데르도 아닌,

황제의 어머니에 대해 짧게 짧게 나오는 내용에 더 주목해서 보게되었다.

이 작품을 단순히 피와 살이 뚝뚝 떨어지는 잔혹극이나 막장물이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얉게 감상한게 아닌가 되묻고싶은 건방진 마음마저 든다.

겉으로는 황제 유그 펠리오르의 이야기 일지라도

이 작품의 중심뼈대에 영향을 미친 것은 펠리오르보다 황제의 어머니와 카자르 엔더에 더 가깝기때문이다.

"나의 잘못이다. 나의 생각이 짧았다. 너를 그저 튼튼하게 해달라 한 나의 기원이 어리석었다."

그녀는 탄식했다.

아픔을 모르는 자는 잔혹하다. 아픔을 모르는 자는 둔감하고 이기적이 된다. 나는 아프지 않으니 남도 그럴거라 생각한다.

남의 입장 따위, 약자의 입장 따위는 생각지 않는 무감한 지배자, 잔혹한 독재자가 된다.

리로드 후반부에 나오는 황제의 어머니가 하는 독백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흔하디 흔한 먼치킨 막장물로 비춰질수 있었던 설정이 바로잡혔고,

소설의 완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더 성숙해진 이수영님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사든, 빌려보든 한번 보길 바란다.

쿠베린 이후 이런 잔잔한 느낌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Comment ' 3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1.01.11 07:39
    No. 1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가끔나오는 카자르엔더 씬만 보더라도, 신이 왜 신인지 알만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액박주의
    작성일
    11.01.11 09:54
    No. 2

    싸우는사람도 정말 재밌었는데 이것도 사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호랭이담배
    작성일
    11.01.13 23:14
    No. 3

    이수영님 작품은 여성작가스러운 부드러운 전개에 남성작가스러운 파워풀하고 개성강한 스토리와 인물들로 한번 빠진 사람은 헤어나오기 힘들죠 -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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