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경록
작품명 : 대한제국 연대기
출판사 :
대체역사물을 좋아했던 것은 학창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민족주의적인 어떠한 감성이 투철했었던 때라 대체역사물 특유의 역사수정이 흐뭇하고 재미있었죠. 다만 머리가 커가고 사상이 바뀌면서 한낱 자위물에 불과하다며 혹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한참동안 무협이나 판타지는 즐겨도 대체역사물이라면 눈도 돌리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대한제국 연대기에 대한 말이 많길래 한번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9권까지 모두 독파했죠.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과잉된 민족주의적인 정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삐뚤어진 정서가 소설 근저에 흐르게 되면 오히려
지금까지의 찌질했던 역사에 대한 덧없는 한풀이로 느껴져서 손발이 오글거렸는데, 이 소설의 필자는 그러한 정서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지요. 물론 지난 과거의 한국으로 가서 역사를 뜯어고치겠다는 대체역사물 특유의 서사를 버렸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당장 한국민족이 가장 우수한 민족이며 기술을 얼른 발전시켜서 세계를 점령하여야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민족주의적 정서가 없는 것이 좋다는 뜻이죠.
그러한 민족주의적 강박에서 벗어나니, 소설의 목적은 대한제국의 세계 점령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발전에 대한 역사적 서술이 되고, 개연성에서 여타 다른 소설보다 큰 우위를 지니게되며 소설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역사교과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됩니다.
물론 여기에 작가의 필력과 풍부하고 치밀한 상상력(초반의 제주방언을 서술한다던지, 진서어를 표기한다던지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역사교과서처럼 보이게되는 것이겠죠.
이 소설의 단점이라고 많이 지적되는 특유의 문체와 주인공과 상관없는 많은 사건들에 대한 설명도 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책의 구성자체가 또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쓰는 것을 목적으로해서 만들어졌다면 일반적인 소설의 문체는 오히려 더 어색하겠죠. 문체를 바꾸라는 말은 결국 소설 자체의 구성을 바꾸라는 말이고 그것은 더한 패착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이 책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중심적인 인물이 있을 뿐이고 전반적으로는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므로 주인공이라고 추정되는 인물(?)들과 상관없는 인물들이 신문사를 세웠다,상단을 세웠다, 이 사상은 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 라고 서술하는 것은 오히려 필자의 목적에 일관되어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책에도 저자의 역량을 벗어나는 전문 지식의 소유자가 보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그 유명한 스타워즈도 과학도에게는 심심하면 씹힙니다. 이를 장르소설의 한계라고도 말씀하시는데, 애초에 일반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서술의 대상이 일상생활이니 이러한 시도를 하지조차 않으니 이러한 설정 문제로 시비를 일도 없죠.. 장르소설이 미흡해서 이러한 단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장르소설은 일반 소설 그 이상의 알파가 필요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라는 겁니다. 장르소설에 대한 비하와 자학이 문피아에서도 많은 것같아서 중언부언했습니다.
ps. 물론 한국 일반 장르소설가의 역량(=필력)이 일반 소설가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장르소설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소설의 문제입니다. 게다가 요즘같은 시대에 장르소설,일반소설을 굳이 구분해야하나 의문도 듭니다. 드라마에서 타입슬립이 등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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