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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풀잎노래
작성
12.04.17 18:51
조회
2,621

작가명 : 리사 프라이스

작품명 : 스타터스

출판사 : 황금가지

“팔다리가 몽땅 관절염에 걸린 소름 끼치는 늙은 엔더들이

이 10대의 몸을 일주일 동안 차지하고는,

그의 피부 안에서 살아 간다.”

<스타터스>는 태평양 전쟁 이후의 황폐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물학 포자 미사일이 투하된 직후 가장 취약한 노인 세대와 10대가 먼저 백신을 맞게 되고, 접종 대상에서 순차적으로 배제된 20살부터 60살 사이의 모든 사람들은 모조리 사망하게 됩니다. 그 결과, 부유한 노인층 ‘엔더ender’와 미성년 10대 ‘스타터starter’만이 유일한 존재로 살아남게 됩니다.

**세대는 왜 세대를 배척하는가?

<스타터스>의 세계에서는 연장자 고용 보호법을 근거로 미성년자 고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연장자들의 수명이 연장되어 노인들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인 것. 즉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도 없게 된 ‘스타터’들은 길거리를 전전하거나 수용소에 수감된 채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끔찍한 생활을 반복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고, 이와 반대로 노인층인 ‘엔더’들은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면서도 10대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다. 자본 권력에 부응하는 세력들은 엔더들의 욕망을 확장시키는 일에만 골몰하고, 그럴수록 스타터들의 생존은 더욱더 위협을 받게 됩니다.

“난 행복을 느껴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

지금의 나는 안전, 자유,

그리고 생존 같은 것들을 신경 쓰기에도 벅찼다.”

그리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두드러진 세대의 특성을 기반으로, 엔더와 스타터 간에는 모종의 교환 가치가 성립이 됩니다. 서로의 최약체를 ‘물질적으로’ 교환하여 각자의 필요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즉 돈 많은 노인에게는 10대의 건강한 신체를 대여해주고 스타터에게는 그 막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스타터스>의 핵심 설정인 것입니다.

**돈의 힘! 끊임 없는 자본으로 육체의 한계를 구원받다

<스타터스>의 여주인공 ‘캘리’는 아픈 남동생과 안전하게 지낼 집을 구하기 위해 고심 끝에 ‘바디 뱅크’를 찾아가게 됩니다. 거대한 포상금과 함께 총 세 번의 렌탈이 제시된 캘리는, 그날부터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오로지 렌터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신 관리술을 받습니다. 매끄러운 살결과 렌터의 취향에 맞는 속옷차림까지, 캘리의 얼굴과 육체는 렌터의 욕망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캘리는 자신의 몸을 선택한 렌터가 누군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만날 수도 없으며, 따라서 그에 따른 정신적 유대나 교감도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식된 신경칩을 통해 캘리의 의식을 억누르는 동안, 엔더들은 젊은 10대의 얼굴과 몸뚱아리를 가장할 뿐입니다.

“난 아름다웠다. 거기 있는 건 여전히 엄마의 눈과 아빠의 턱 선을 가진 내 얼굴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훨씬 나아져 있었다. 내 피부는 티 하나 없이 광택이 흘렀고, 내 광대뼈는 좀 더 분명히 보였다. 이것이 바로 돈의 힘이었다. 이것이 바로 끊임없는 자본만 가졌다면 모든 소녀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하이틴 디스토피아 전성시대

최근 흥미로운 활기를 띠며 속속 출간되는 ‘하이틴 디스토피아’ 작품들 속에서도 이 작품은 유사 장르의 친숙함을 내포하면서도 스스로 차별화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구조나 설정 면에서 유사한 작품으로 최근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한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이 연상됩니다.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매력적인 10대 소년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 동생을 대신한 일에 불가피하게 동원되어 겪는 위험과 보상의 과정이 치열하게 그려진다는 점, 누군가로부터 간택 당하는 존재로서 매력과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트와일라잇>을 연상케 하는 캣니스와 피타 – 캘리와 마이클, 블레이크간의 로맨스 전선 등은 영어덜트 판타지의 장르적인 면모를 충실히 채워주고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했던 영화 <아일랜드> 역시 연상이 됩니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으로 불리던 ‘아일랜드’가 스폰서에게 장기를 제공하는 복제 인간 산출의 본부였던 것처럼, <스타터스>의 핵심 공간인 ‘바디 뱅크’ 역시 부자 노인들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부 10대 소녀들의 욕망과 환상을 자극하는 이중의 표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캘리가 뜻하지 않은 계기로 ‘바디 뱅크’의 음모를 목격한 이후, 시스템의 잠재된 폭력성이 파헤쳐지고 폭로되는 지점으로 나아갈수록 <스타터스>는 스릴러로서의 면모 역시 훌륭하게 충족시켜냅니다. 그 중심에는 온갖 괴기한 홀로그램으로 뒤섞여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올드맨’이라는 핵심 세력이 존재하며, 그들 기득권의 권력과 횡포에 대항하는 힘겨운 싸움은 10대 소녀 캘리의 몫으로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스타터스>는 갈등의 양상이 두드러질 두 세대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끝없는 욕망을 가장 ‘현실적으로’ 결합시킨 최초의 교본으로 읽힙니다.

**우리가 너에게 남겨준 세상이 미안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엔더들이 이러한 욕망을 무책임하게 소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늘 모든 세상이 완벽하게 멸망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대 간의 유대를 여전히 소중하게 여기고 모든 아이들의 첫 경험 – 대학에 가는 것, 사랑에 빠지는 것,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 - 등을 박탈시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엔더들 역시 존재합니다.

‘나는 너를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너를 이용하게 돼서 미안하구나.

그리고 우리가 너에게 남겨 준 세상에 대해서도 미안하다’

20대가 투표를 안 해서, 스펙 쌓느라 세상살이에 관심을 안 둬서, 앞선 세대가 물려준 시대의 유산이 이 모양이라서 등등… 특정 세대에 과오를 넘기는 일은 요즘도 언제고 불거지는 문제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 비약적으로 심화될 때, 또 자본에 기댄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스타터스>는 가히 비범한 상상력으로 가까운 미래를 그려보게 합니다. 동시에 세대가 왜 세대를 희생시키고자 하는지, 또 자본이 제시하는 욕망의 청사진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이 두 지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고민할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스타터스>의 세계에는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올드맨’의 존재가 있고, 캘리가 끝까지 추적해 낼 ‘보존된 세상’ 역시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미지의 목소리를 따르는 캘리의 여정을 끝까지 탐색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분열된 세상에 맞서는 ‘STARTER’의 자세일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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