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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성자
Lv.60 탁주누룩
작성
11.07.24 17:26
조회
2,702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처음에는 불량학사의 비평글을 쓰던 중이었습니다. 저번의 큰 실수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비평글을 쓰던 중 생각보다 '한림원'에 대한 비중이 커져서 아예 내용을 더해 현재 무협세계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잘못된 지식, 한림원을 따로 떼어내 글을 써보았습니다.

한림원. 한(翰)은 깃털에서 깃털을 만든 붓으로, 깃털로 만든 붓이 편지나 문서를 뜻하게 된 단어이며 임(林)은 나무木가 모여서 숲林을 이루듯 '모이다' 뜻으로서도 쓰이는 글자입니다. 이 두 글자가 모인 한림원은 20대 중반에 직접 쿠테타를 일으켜서 아버지를 제위에 옹립하고 몇년 뒤에 엎드려 절받기로 제위를 물려받은 걸물이자 말년에 자기 자식을 죽이면서 뺏은 양귀비로 유명해진 당 현종이 정관의 치로 존경을 한 몸에 받은 당태종을 본받으며 내치에 힘썼던 집권 초기에 세운 기관입니다.

한림원이 처음부터 정치기관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달필, 문장가, 의술, 점술, 예인들을 모아논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당육전이 확립된 시기에 한림원 또한 한림학사원과 한림기술원으로 나뉘고, 학사원에 글솜씨가 빼어난 이들을 배치하여 천자의 비서역활을 수행하게 됩니다. 당나라 시기는 특히 예식, 절차, 규격 등에서 엄격해지는 시기였고 그런 사소한 절차에 다 맞추어서 각종 고사를 인용한 뛰어난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곧 학식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은 인재였습니다. 그런 인재들이 천자 바로 아래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한림원의 영향력은 당나라를 지나 송나라 때에 절정에 이르는데 이런 격식이 더욱 중시되고 문장력이 곧 한 인재의 능력으로 대비되는 시기가 되어서 최고의 등용문이자 최고 엘리트 기관으로 부각됩니다.

하지만 중화사상에 물든(어디 하찮은 오랑캐 따위에게...ㅜㅜ)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가장 미워하며 가장 송을 애틋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원나라의 지배를 겪은 후 명나라 때나 청나라 때나 쭉 학사원은 그야말로 천자의 조서를 대신 쓰고 역사서를 쓰는 역활로 고정됩니다.

그럼으로 별 생각 없이 '시대? 가장 친숙한 명나라ㅇㅇ 오케이 다음'하고 넘어가는 대다수의 무협지에서 주인공 아버지? 한림원 학사. 지나가는 여자주인공 가문? 한림원 학사. 지나가는 등장인물? 한림원 학사. 이러고 넘어가면서 '오오 한림원 빅 샤이닝' 이러고 있는 분들은 앞으로 한림원이 아닌 적당한 다른 관직명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한림원이야 보통분들은 알아보기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글 쓰는 사람들이 배경조사,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무협소설들이 기본적인 것조차 무시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인구 100만에 상비군 10만인 나라가 등장했을 때부터(표현이 재미있어서 빌려왔습니다)인걸까요. 그 유명한 (짜증나는)중화사상의 결정판 영웅문 시리즈부터해서 예전에는 모두 무림은 관과 연관되어 있거나 영향력 안에 있었고 시대배경 또한 멀쩡했거늘 점차 개성도 사라지고 조사도 사라지고 생각도 사라지는 세태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여러분 명품은 작은 차이에서 생깁니다. 0 하나 더 붙이는 것에서 생기는게 아니에요.


Comment ' 6

  • 작성자
    Lv.64 淸流河
    작성일
    11.07.24 18:33
    No. 1

    불량학사야 몽왕괴표 신성괴의 작품을 쓰신 분의 글이니 이런 역사적 사건을 고려할 만한 소설이 아닌듯 싶고... 전작들이 그리했듯 주인공이 특이한 능력으로 힘을 얻어 강호의 절대자가 되어 있는듯 없는듯 살게 되는 스토리겠죠. 글을 조금 보다보니 앞이 컴컴해지는게 눈앞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훤히 보이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산달山獺
    작성일
    11.07.25 02:19
    No. 2

    발뭉 님 말씀처럼 명나라 시대의 한림원은 실질적인 권력기구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어 댓글로 몇자 남깁니다.

    명나라 시대에는 재상 혹은 승상이 없었습니다.
    그 대신 내각대학사라는 관직이 있었지요. 원래는 황제의 고문 역할이었지만, 점차 재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품계가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육부상서보다 상위에 있었습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실제로 명나라 시절에는 품계 보다는 관직 자체에 의해 권력의 고하가 갈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알고 있고요.

    어쨌든 실질적 재상이었던 내각대학사가 주로 한림원 출신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한림원 학사가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해도 인맥 등을 통한 정계의 영향력은 상당히 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료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1 진필명
    작성일
    11.07.25 13:43
    No. 3

    황제의 명이 바로 권력이고, 그 초안은 내각에서 나옵니다.
    내각시보, 내각대학사 3인 정도가 상주문의 조지와 표의를 올리는데 황제는 붉은 글씨로 결재만 합니다.
    표의를 토대로 황제가 구두로 명하면 사례감의 병필수당태감이 비답을 받아 적는데, 그게 황명이 됩니다.
    내각시보는 모두 한림원 출신이고, 실질적인 재상 역활을 합니다. 겸직을 하기 때문에 내각시보가 예부상서가 될 수도 있고 이부상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 내각대학사의 싱크탱크가 바로 한림원이고, 지금으로 따지면 대통령비서실정도 됩니다. 사례감은 황제의 일상생활을 돕는 수행 비서관정도.
    가정제때의 간신 엄숭 또한 진사급제 후 한림원 편수(정7품)로 시작해 내각시보, 내각대학사가 되면서 권력의 최상층에 선 사람입니다.
    영락제는 부친인 주원장의 뜻과 반하여 동창을 만들고 환관에게 큰 권한을 준 인물이지만 환관은 내각에 근접을 못하게 했고, 태감은 내각대학사에겐 일 장을 격하고 읍례한 뒤 황명을 전할 정도로 내각을 존중했습니다.
    환관으로 권력을 손에 쥔 왕직이었지만 처음 대각대학사에게 사소한 무례를 했다가 태황태후에게 매질 당하고 무릎 꿇고 내각대학사에게 사죄까지 했습니다.
    그 내각을 보좌하는 게 한림원입니다.
    이후 가정제를 시작으로 정사를 돌보지 않는 황제가 등장하면서 사례감으로 권력이 이동 되는 단초를 제공합니다만 ..그래도 내각은 명대 말기까지 권력의 중심이었습니다.
    인사권을 가진 이부시랑, 과거를 관할하는 예부상서..가 핵심자리이고..
    말기에는 경찰의 업무(6년 마다 북경 관리들의 업무평가를 해서 승진과 파직을 정함)를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권력의 방향이 달라지긴 했지만....
    모두 다....한림원 출신이어야 하고 한림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야 가능 한 일입니다.
    쉽게...장원급제 하면 한림원 수찬(종6품)이 되었으니, 그것만 봐도 한림원이 권력의 최상층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림원 학사는 정5품의 관직이라 해도 권력의 상층부에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탁주누룩
    작성일
    11.07.26 20:11
    No. 4

    저도 제가 몰랐던 걸 알게 되었네요. 실질적인 정치기구로서의 역할은 잃었지만 권위있는 기관으로 남아있었군요. 첨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플라스마
    작성일
    11.07.27 17:21
    No. 5

    본문과 댓글 만으로도 머리에 과부화가 걸리네요.
    글고...역활--->역할 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플라스마
    작성일
    11.07.27 17:22
    No. 6

    과부화--->과부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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