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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량학사의 비평글을 쓰던 중이었습니다. 저번의 큰 실수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비평글을 쓰던 중 생각보다 '한림원'에 대한 비중이 커져서 아예 내용을 더해 현재 무협세계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잘못된 지식, 한림원을 따로 떼어내 글을 써보았습니다.
한림원. 한(翰)은 깃털에서 깃털을 만든 붓으로, 깃털로 만든 붓이 편지나 문서를 뜻하게 된 단어이며 임(林)은 나무木가 모여서 숲林을 이루듯 '모이다' 뜻으로서도 쓰이는 글자입니다. 이 두 글자가 모인 한림원은 20대 중반에 직접 쿠테타를 일으켜서 아버지를 제위에 옹립하고 몇년 뒤에 엎드려 절받기로 제위를 물려받은 걸물이자 말년에 자기 자식을 죽이면서 뺏은 양귀비로 유명해진 당 현종이 정관의 치로 존경을 한 몸에 받은 당태종을 본받으며 내치에 힘썼던 집권 초기에 세운 기관입니다.
한림원이 처음부터 정치기관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달필, 문장가, 의술, 점술, 예인들을 모아논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당육전이 확립된 시기에 한림원 또한 한림학사원과 한림기술원으로 나뉘고, 학사원에 글솜씨가 빼어난 이들을 배치하여 천자의 비서역활을 수행하게 됩니다. 당나라 시기는 특히 예식, 절차, 규격 등에서 엄격해지는 시기였고 그런 사소한 절차에 다 맞추어서 각종 고사를 인용한 뛰어난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곧 학식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은 인재였습니다. 그런 인재들이 천자 바로 아래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한림원의 영향력은 당나라를 지나 송나라 때에 절정에 이르는데 이런 격식이 더욱 중시되고 문장력이 곧 한 인재의 능력으로 대비되는 시기가 되어서 최고의 등용문이자 최고 엘리트 기관으로 부각됩니다.
하지만 중화사상에 물든(어디 하찮은 오랑캐 따위에게...ㅜㅜ)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가장 미워하며 가장 송을 애틋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원나라의 지배를 겪은 후 명나라 때나 청나라 때나 쭉 학사원은 그야말로 천자의 조서를 대신 쓰고 역사서를 쓰는 역활로 고정됩니다.
그럼으로 별 생각 없이 '시대? 가장 친숙한 명나라ㅇㅇ 오케이 다음'하고 넘어가는 대다수의 무협지에서 주인공 아버지? 한림원 학사. 지나가는 여자주인공 가문? 한림원 학사. 지나가는 등장인물? 한림원 학사. 이러고 넘어가면서 '오오 한림원 빅 샤이닝' 이러고 있는 분들은 앞으로 한림원이 아닌 적당한 다른 관직명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한림원이야 보통분들은 알아보기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글 쓰는 사람들이 배경조사,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무협소설들이 기본적인 것조차 무시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인구 100만에 상비군 10만인 나라가 등장했을 때부터(표현이 재미있어서 빌려왔습니다)인걸까요. 그 유명한 (짜증나는)중화사상의 결정판 영웅문 시리즈부터해서 예전에는 모두 무림은 관과 연관되어 있거나 영향력 안에 있었고 시대배경 또한 멀쩡했거늘 점차 개성도 사라지고 조사도 사라지고 생각도 사라지는 세태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여러분 명품은 작은 차이에서 생깁니다. 0 하나 더 붙이는 것에서 생기는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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