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마디로 좋다 망친 물건.
시작은 주인공이 화산파의 도인의 눈에 띄어 입문하게 된 다소 전통적인(?) 방식을 취합니다. 이후 전개도 약속된 그런 전개죠. 화산파는 도문이지만 세속에 물들어 무공만 중시하고 도를 천대하니 뭐니...
한마디로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물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나름대로 내세울 점이 있다면 바로 정신나간 주인공인데요. 요즘 주인공들보단 옛날 무협지에 많이 보이던 약간 바보같을 정도로 착하고 무섭도록 성실한 근성가이입니다.
사부라는 양반이 화산파 내에서도 문제가 될 정도로 정신나간 기본교육을 시키는데 근골이 약하다는 주인공은 꿋꿋히 배겨내고 순전히 노력과 근성으로 기본을 다져가며 강해집니다.
이렇게 1권에서 마련된 기본 위에 2권부터 주인공에게 본격적으로 랩업을 시키기 시작하는데 원래부터 하드웨어는 딸리지만 소프트웨어(?)가 우수하던 주인공은 광랩의 기미를 슬슬 보입니다. 급기야 중후반에 별 일 아닌걸로 난데없이 검무 한번 추더니만 애가 검명을 울리는 등 광랩을 해버립니다.
으아니 챠?
노력하는 주인공으로 컨셉을 잡았다면 이러면 아니되옵니다. 경지 하나 올라갈때마다 그에 합당한 로동이 있어야 진정 주인공의 노력이 빛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몇 계단이나 불쑥 튀어나오니 대략 난감합니다.
하지만 작가분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작중 인물을 통해 전음을 던지고 주화입마 크리를 먹여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결국 검무로 인한 광랩은 주인공의 놀라운 포텐을 보여주는 장치로 변한 것이죠.
또한 몸은 롤백했지만 한번 올랐던 경지(소프트웨어)를 일어버린 것은 아니라고 못박으면서 주인공에게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다시 그 경지를 밟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2권 후반부에 들어 무리수가 폭발하더군요.
주인공 각성의 계기가 된 사건 자체는 1권부터 복선을 대놓고 깔아놓았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주인공이 무슨 초야체인마냥 " 나 화났다!! " 하더니만 주화입마 후유증으로 허약한 애가 자하강기를 줄줄 뿜어대고 실전됐다는 암향표를 밟아기며 고수 포스를 풍깁니다.
이보게 작가양반, 분명히 2권 내내 소프트를 못따라가서 하드웨어가 고생중이라는 설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검의는 높지만 그걸 몸이 제대로 구현을 못해서 자세가 이상하다고 동문들 사이에서 줄창 까이던 애가 화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단점을 갈아엎고 진짜 뜬금없이 강해집니다.
더군다나 자하신공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지가 절대강자마냥 자하강기를 뿜어댑니까? 검향 풍기는거야 단순히 내공문제가 아니니 넘어간다고 치고 매화야 효율좋게 뽑는 방법 아니까 그렇다 치지만 또래 사이에서나 강할 뿐이지 아직은 내외공이 일천하다는 설정 어디갔나요?
절정급 무인인 천하제일검(작중 50살까지만 나갈 수 있는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주는 칭호)과 화산제일검이 합공한 것보다 훨씬 강하게 묘사되더군요.
니가 무슨 노력의 천재입니까. 나 3권 안볼래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어이없는 배신행위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재능이 하늘을 찔러서 포텐만 터지면 세계제일이다 하는 식의 주인공이면 그렇게 나 화났다! 하고 폭주해서 다 쓸어버려도 그러려니 할텐데 이건 재능만 있지 육체가 시궁창이라 끊임없는 로동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주인공이 왠...
마인들은 뭐하나요. 저 좋은 수련법을 안쓰고? 친하게 지내던 동내 꼬마 열네명 정도만 쳐죽이니까 일류도 못되던 애가 절정급 고수로 광랩하네요. 허, 참. 기가막혀서.
그놈의 분노로 랩업하는 전개 이제 좀 안보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타입이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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