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악필선생
작품명 : 천룡전기
출판사 : 로크미디어
가상역사물은 세 가지 어려움과 한가지 위험이 있습니다.
어려움이란 다른 장르문학과 달리 역사에 기반을 두고있기에 준비기간이 오래걸리며 역사적인 사료를 수집해야 하기에 그 번거로움은 둘째치고서라도 작가 스스로 상당한 역사적 지식을 쌓아야 이야기의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이며, 역사와 상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기에 역사에 너무 중점을 두면 독자가 지루해하고 상상에 너무 중점을 두다보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한가지 위험이란 작가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지식의 오류를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오히려 필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글의 전개과정이 매끄러우면 매끄러울수록 커지게 됩니다.
천룡전기는 제가 처음 접햇을때만 해도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수개월동안의 자료수집을 통한 글이기에 마치 직접 독자가 그 당시를 들여다보기라도 한듯한 느낌을 받게 해주었으며.
인물들의 대화처리 역시 그 당시에 실제 썻을법한 어투로 나오기에 글에 대한 몰입감 역시 남다른 작품이었습니다.
가상역사물을 쓸때 마주치는 세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정말 오랬만에 보는 수작이라 한때는 책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을 했을정도였죠.
하지만 이 작품역시 한가지 위험만은 넘어서지 못하더군요.
일본 사학자들이 한글을 폄하하기 위해 주장하는 학설 중 하나인 한글의 파스파문자 아류설을 작가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너무나 단정적으로 내뱉습니다.
그것이 혹시 파스파문자에서 따온것아닌가 하는 의혹제시에서 그쳤다면 별다른 논란의 여지가 없었겠습니다만.
너무나 단정적으로 파스파문자 아류설을 주장하더군요.
애초에 작가의 필력이 떨어지거나 글이 매끄럽지 못해서 독자들이 작품과 역사를 분리해서 놓고 보면 그런 위험성은 현저히 줄어들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뛰어난 수작이기에 역설적으로 위험한 책이기도 합니다.
한글의기원 말고도 이성계 출생부분등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적인 학설이 아닌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설을 차용해 주인공이 '의혹'이 아닌 '단정'을 내리기 때문이죠.
몇개월전 인터넷 서점에서 천룡전기가 품절된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정도로 잘쓴글이고 추천하고 싶은 글입니다.
작가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인 몇몇 지식들만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면 아마 제 평생에 만난 몇 안되는 뛰어난 작품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S. 글을 쓰고 있으니 왠지 '300'이란 영화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뛰어난 영상과 스펙터클로 무장한 영화지만 이란(페르시아)의 왕을 미개한 야만인으로 묘사한 그 영화가 이란(페르시아)에 대해 역사적 지식이 얕거나 역사에 대해 무관심한 서구인들에게 이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관을 심어줄 위험이 상존한다는것 때문에 요즘 논란거리가 되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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