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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ther
작성
07.04.21 02:43
조회
1,138

작가명 : 오드리 니페내거

작품명 : 시간 여행자의 아내

출판사 : 미토스 북스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기다리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첫 마디를 조금 실망했다, 라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 왜냐면 실망한 이유를 열거한 뒤부터는 칭찬을 적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조금 실망했다. 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대한 너무도 칭찬의 감평에, 로맨스 이상의 것을 원하다가, 딱 로맨스 소설인 것을 안 것이다.(어느 정도 그 이상 되는 장치는 있다.) 하여간, 기대 이상을 해서 딱 기대치만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왠지 모르게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서 본다면 이것은 재미있는 얘기이고, 또는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상적인 사랑이 나온다.(현실감이 조금 떨어진다. 그런 점은 취향에 따라서 다르지만, 그것이 내 취향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 소설은 어느 한부분도 지루한 부분이 없고, 흥미진진하며 재미가 있다. 시간여행의 진부함과 독창의 혼재를 가진, 이런 재미덩어리의 소설을 읽은 기억은 근래엔 없다. 거기다 단순히 재미와 사랑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이 소설은 감동과 그 여타의 소외된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28살 먹은 도서관 사서 헨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술을 많이 마셔서도 아니고, 여자 문제가 복잡해서도 아니다. 그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간으로 던져지는 시간 일탈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였다. 이 시간 일탈 증후군 덕분에 그는 밥을 먹다가도 알몸으로 과거로 날아가기도 하며, 또 미래로(역시나 알몸으로) 내 팽개쳐 지기도 한다. 또, 8살 먹은 자신을 만나거나, 8살 더 먹은 자신과 만나기도 한다. 그런 평범하지 못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어느 날. 20살의 클레어라는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헨리를 보자마자 놀라며 자신과 결혼할 사이라고 밝히는데, 헨리로써는 본적도 만난 적도 없는 그녀의 말에 의아할 뿐이다. 그녀가 그러길 자신과 헨리는(정확히 미래의 헨리는) 6살부터 만나온 사이이고, 또 남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헨리는 이해했다. 그는 시간여행을 하는 이였고, 미래에 그러한 일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고, 헨리는 무섭도록 클레어에 빠져든다. 그리고 과거의 그녀를 만난 미래의 헨리와 과거의 헨리와 현제의 헨리와 클래어의 얘기다.

이 소설은 ‘그 남자 그 여자’처럼 두 사람의 시점을(헨리의 시점이 많다.)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읽기와도 같고, 또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기위한 장치로 더 할 나위가 없다. 거기다 오디세우스와 엘렉트라와 조금의 오디푸스가 혼재하는 얘기다. 클레어를 교육시키고 곁에서 지켜봐주는 헨리는 아버지처럼 되고, 또 클레어는 그를 기다리는 페넬로페가 되 결국 그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소설은 클레어의 자라나는 시간으로 구분되고, 헨리가 그 시간으로 내 던져지거나 끼어드는 이야기이다. 정말로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점이다. 어제는 나이가 먹은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는 헨리가 클레어를 찾아오지만, 그 다음날은 어리둥절한 헨리가 찾아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헨리를 질투하는 헨리와 나둥그러지는 헨리와 아이가 된 헨리. 젊은 헨리. 이 시간구분은 미래까지 이어진다.(더 이상 발설하지말자.) 어린 시절의 클레어는 헨리가 나타나기로 하는 날짜를 셈하며 기다리고, 현재의 시간에 직접 만난 이후에는 헨리가 갑자기 사라지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기다린다. 언제나 함께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기다림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간절하기만 하다. 사랑에 대해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클레어와 자신의 장애를 고치려는 헨리, 그리고 곁에서 도와주는 이들 여타의 것들이 섬세하게 풀이되어 있으니 이만큼 괜찮은 로멘스 소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적당한 무게와 비중을 가지고 있기에 오랜만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마지막은 조금 아련하기 까지 했다.

   클레어. 정말, 그토록 기다리다니. 세상에 그런 사랑이 존재하기나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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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단순히 감정의 충족만을 읽는것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독서지만 아직 모자란 감이 있어서, 시간여행을 다룬 또 다른 소설인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도 한 번 사볼까 한다. 어쩌면 나는 시간 여행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sf를 그토록 거부하건만 잘도 읽는 것을 보니.)

아, 다음에 감평은 아마도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나 한국 장르 문학 작가 3명의 작품인 '누군가를 만났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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