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ether
작성
07.05.15 02:57
조회
2,077

작가명 : 말로라드 파비치

작품명 : 카자르 사전(여성판)

출판사 : 중앙 M&B

  여기에 한 독자가 누워 있다.

그는 결코 이 책을 읽어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여기서 죽었다. 영원히…….

<카자르 사전 서문>

  10만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환상. 카자르 사전(여성판)

재치 있는 시골양반 라 만차의 돈끼호떼를 지은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소설의 원작자를 씨데 아메떼 베넨헬리(Cide Hamete Benengeli)라 하였습니다. 발터 뫼르스 역시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자기가 쓴 것이 아니고, 차모니아 출신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글을 번역 하였다고 했습니다. ‘공주를 찾아서‘를 지은 윌리엄 골드만 역시 어릴 적 아버지가 읽어주는 그 책을 자신이 대리로 출판 한 것이라 25년판 서문에(이것도 뻥이다.)적혀있습니다. 과거부터 그러한 작가의 허구적 인물의 실체화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폴 오스터의 환상에 책에서는 헥터 만이라는 완벽한 가상의 인물을 한 무성영화 시대에 배치시키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이런 방법 외에도 필명을 쓰는 경우도 있고, 토마스 핀천처럼 언론이나 매체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신비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쯤에서 나는 한 소설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소설의 이름은 바로 카자르 사전입니다.

1. 카자르 사전의 형태에 대하여

소설이란 이름을 빌려 행한 수많은 기법적 기괴한(이것은 묘사나 문체가 아니고, 구성이나 책의 형태적으로 전혀 다른 형식의 것을 말합니다.)짓들은, 작품성이란 이름으로 지금껏 용인되어왔습니다. 이 소설역시 용인되었던 그 한 부분일 겁니다. 먼저 이 카자르 사전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겠지요. 카자르 사전의 형태는 지금은 형체도 없이 사라진 카자르란 민족의 기록에 관한 것입니다. 과거 8세기 9세기 사이에서 카자르 나라의 왕이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은 무척이나 독특해서 왕은 그 꿈을 꾼 후에 3명의 종교 지도자중 한명이 자신의 꿈을 풀이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가장 완벽히 꿈을 풀이한 지도자의 종교를 믿고 나머지 두 개의 종교는 버리기고 정합니다. 카자르 사전의 가장 중심 되는 사건인 카자르 논쟁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카자르 논쟁만이 아니라 이것은 각각의 인물과 인물의 언어와 생각과 사상과 꿈에 연관된 수많은 뿌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뿌리들은 가각 3명의 종교에 의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카자르 사전엔 그 세 가지의 책이  레드 북(기독교), 그린 북(이슬람교), 옐로우 북(유대교)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 카자르 사전을 읽는 법

  아 무렴 어때서와 같지만, 이 소설은 읽는 방법이 엄연히 몇 가지나 존재합니다. 이 소설은 세 가지의 사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복되는 인물이나 단어도 있고, 각 사전밖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첫째. 다른 소설처럼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레드북을 읽고, 그린 북을 읽고 옐로우 북을 읽습니다.

둘째. 각각의 중복된 단어와, 인명들만을 차래대로 읽는 것입니다. 먼저 레드북의 아테 공주를 찾아 읽었으면, 그린북에서 아테 공주를 찾아 그 부분을 읽고, 옐로우 북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 읽습니다. 그렇게 읽어 완벽한 하나의 아테 공주에 대해서 그립니다. 마찬가지로 레드북에서 카자르 논쟁을 읽고, 그린과 옐로우에서 찾아 읽습니다. 이것은 제가 했던 방법으로 가장 편하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 같습니다.

셋째. 그냥 맘대로 펼쳐든 곳부터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펼쳐든 곳이 옐로우 북의 카자르 항아리라면 그곳을 읽다 보면 삼각형 표시와, 별 표시와, 십자가 표시 그리고 초승달 표시가 된 단어가 있습니다. 먼저 삼각형 표시가 된 단어는 레드북 그린북 옐로우북에도 같은 단어가 등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별 표시는 레드북(기독교)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별 표시는(유대교)옐로우 북에만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초승달(이슬람교)은 그린북에만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미로를 찾아가듯이 연결지어 읽어가면 됩니다.

넷째. 이제는 더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읽으세요.

3. 카자르 논쟁

왕의 꿈에 대한 해석으로 시작된 논쟁이지만 사실 꿈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각각의 해석들이지요. 같은 단어라도 각 책마다, 어떤 것은 신비하게, 어떤 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것은 다른 형태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마다 불확실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해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의 공통적인 요소를 모아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3명의 종교 지도자들 중 왕인 카칸이 한 종교만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카칸이란 이름만 해도 각 종교마다 다른 해석을 하니 어찌 그들 중 하나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긴, 모두 자신들이 정답이며 카칸이 자신의 종교를 믿었다고 주장하니 모두 옳다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4. 세 가지 종교.

글쎄요 이것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요? 생각은 하지만, 신경 쓰기는 싫다. 입니다. 나는 종교에 대해서 특별히 집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5. 의식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의식에 분포되어 있는 모든 요소는 호감 혹은 비난의 두 종류의 눈으로 이해합니다. 어쩌면 이 논쟁역시 그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차이점

이 책은 남성판과 여성판이 존재합니다. 남성판과 여성판은 똑같고, 마지막 도로시아 슐츠 박사의 편지만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 결정적 구절로 인해 카자르 사전이 비난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데, 여성판 밖에 없는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요.

7. 진실

실제 이 소설에 나오는 카자르라는 국가의 왕은 8세기 무렵 세 종규 중에서 유대교를 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가 역사고, 어디까지가 하구인지 읽기만 해서는 전혀 구분하지 못합니다. 환상조차도 신화의 일부분처럼 누군가의 입에서 전해 내려온 것으로 보이니까요.

8. 허구

  허구는 허구지만. 현실과 혼동하지 않는 허구는 진실보다 더한 진실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환상으로 그려질 경우는 독자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한다, 고 생각합니다.

9. 소설

우리는 소설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몇 가지 의문 중에 가장 큰 것은, 재미를 위해 소설을 읽는가? 아니면 소설 속에 재미를 읽는가, 였습니다. 이 소설은 유동적인 형태의 소설이며 독자들이 직접 재미를 찾아서 획득해야 하는 권리가 있습니다. 언제나 그러한 점은 읽는 이에게도 중요한 요소인데, 나 자신조차 그것을 때때로 잊어가지요.

재미있는 책을 읽지 말 것이며, 책에서 재미를 찾아라. 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발견했던 가장 큰 진리이기도 합니다.

--------------------------

아마, 이것이 문피아에서의 마지막 감평이 될 것입니다. 취미는 취미고, 일은 일이기에, 본업에 한동안 충실해야겠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런 결단을 우발적은 형태로 하게 됩니다. 내가 취미생활이나 할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도 갑작스레 들었습니다. (원인은 친구와의 술자리였지만.) 어쨌든, 그래서 그냥 한동안 접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소설보다 카자르 사전을 마지막 감평으로 정했습니다. 이 책을 구하기는 쉽지가 않을 겁니다. 구한만큼 만족하고, 구한만큼 기뻐하세요. 읽지 않으면, 이 책의 형태가 어떠한지 감을 잡기 힘들 겁니다. 좀 더 알려지지 않는 좋은 소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덧>자연란 판타지에 리바이어던을 검색해 보세요. 아마도 그것이 내 흔적의 마지막 부분이 아닐까 싶군요. 다음에 다시 나타날 때는 장편소설을 하나 완성하고 나타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857 기타장르 Adun님의 삼국무쌍을 읽고. +7 Personacon 네임즈 07.06.14 1,100 0
2856 기타장르 제가 본 가을의노래는 +4 Personacon 네임즈 07.06.14 756 0
2855 기타장르 월명성희, 그 재해석의 세계..... +14 Personacon 네임즈 07.06.09 2,135 1
2854 기타장르 천룡전기... +9 Lv.38 생즉필사 07.05.25 1,878 1
2853 기타장르 (감상)더 보스 +19 김환지 07.05.19 2,131 0
» 기타장르 10만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환상. 카자르 ... ether 07.05.15 2,078 0
2851 기타장르 므깃도, 모처럼의 SF. +2 Lv.33 첫솜씨 07.05.12 1,658 0
2850 기타장르 [가족]어째서 우린 가족인가? 브로드웨이 ... +2 ether 07.05.12 1,061 0
2849 기타장르 뒤늦게 천룡전기 7권을 보고.. +10 Lv.92 심검 07.05.11 2,613 0
2848 기타장르 정말 만나긴 만났다. ‘누군가를 만났어.’ ether 07.05.08 1,311 0
2847 기타장르 나이프-왕따,집단따돌림의이야기. +1 Lv.1 우주토끼 07.05.04 996 0
2846 기타장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 +3 ether 07.05.02 1,897 0
2845 기타장르 이 넓고 넓은 원형의 품이여. 콘택트. +8 ether 07.04.23 1,711 4
2844 기타장르 강산들. 역시 김대산. (미리니름) +12 Lv.77 나르사스 07.04.22 4,237 2
2843 기타장르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기다리는. ‘... +1 ether 07.04.21 1,139 0
2842 기타장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욕심쟁이. 책벌래 +2 ether 07.04.14 1,506 1
2841 기타장르 워터십 다운의 토끼. +6 소울언더 07.04.06 1,891 1
2840 기타장르 이등분된 선과 악. 반쪼가리 자작. +1 ether 07.04.05 1,776 0
2839 기타장르 기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도시, 보이지 않... ether 07.04.01 1,380 0
2838 기타장르 천룡전기! +6 Lv.38 생즉필사 07.03.31 1,745 2
2837 기타장르 대체역사물의 부동의제왕 <한제국건국사... +9 창공의섬 07.03.29 4,735 0
2836 기타장르 렐름온라인 정말 강력추천합니다. +3 Lv.1 yousHT 07.03.27 1,308 0
2835 기타장르 절반의성공 <천룡전기> +32 창공의섬 07.03.26 3,007 2
2834 기타장르 오랜만에 느낀 희열.... +1 Lv.3 飛客 07.03.25 1,966 0
2833 기타장르 무림해결사고봉팔,천하제일협객전,메모라이즈 +6 Lv.1 야큐 07.03.20 2,306 0
2832 기타장르 여러가지 등등,,, 창염의불꽃 07.03.02 1,070 0
2831 기타장르 거의 모든 것들에 관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ether 07.02.28 1,140 0
2830 기타장르 [진산] 마님이 되는 법 +4 Lv.63 신마기협 07.02.26 1,771 1
2829 기타장르 크라우프를 읽으며.. +12 포더 07.02.25 3,508 1
2828 기타장르 비에도 지지 않을 영혼의 고독한 열차 +1 ether 07.02.25 976 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