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스필
작품명 : 살인의 왕
출판사 : 북큐브?
제목을 쓰고 보니까 어딘지 모르게 까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찬양...이 아니고 감상글!
일단 스필님에 대해 소개하자면 광어이야기나 블랙노바 같은 글을 쓰신 중견 작가입니다. 커그 다니시는 분들이면 뭐 잘 아시겠죠. 최근작으로는 판도라랑 블레이드 마스터. 사족이지만 블레이드 마스터는 좀 힘을 빼고 쓰셔서 잘 먹힐 거 같더군요. 제발 조기종결 크리만 피하길...
현대물이라 함은 그냥 현대가 배경이 되는 장르소설을 일컸습니다. 다만... 많은 양판소가 현대에서 혼자 마법 부리면서 깽판치며 돈벌고 잘먹고 잘 사는 시덥잖은 내용을 다루는 만큼, 요새 별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 그러니까 이제 좀 그만 양산하라고! ....라고 해주고 싶지만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그만 까겠습니다.
반면에 '능력'을 가지고 사회 뒤편에서 투닥투닥하거나 소재로만 사용하는 글도 꽤 있습니다. 전 현대에서 이능력가지고 돈벌고 사회적 지휘를 올리는 류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살인의 왕도 이능력 입신양명(...) 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추리소설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고모의 복수를 다짐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고모의 소식을 듣고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 아버지에게서 엄청난 노이즈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에게서 노이즈를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고모를 다치게 한 인물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릅니다. 주인공은 살인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많은 차별을 받았지만 그래도 철이라는 친구 하나를 사귀게 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잠에 들려던 순간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엄청난 노이즈를 다시 듣게 되고, 철이가 살해된 채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철이가 '살인의 왕'이라는 사이코패스가 벌인 연쇄살인 사건의 첫 피해자라는걸 주인공은 알게되고, 또 다른 친구와 만나면서 '살인의 왕'을 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 비슷하다곤 했지만 살인의 왕에선 특이한 트릭을 주인공이 풀러 다니는게 아닙니다. 이 글은 끊임없이 독자가 의문을 가지고 뒷 내용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의 능력은 어떤 것인가, 철이는 누구에게 살해당했는가, '살인의 왕'의 정체는 무엇인가 등등 글을 읽는 내내 뒷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뻔한 전개에 뻔한 내용을 펼치는 글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주인공이 깽판을 치는 걸로 약간의 대리만족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글에 몰입하고, 궁금증을 가지게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살인의 왕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만 두기가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납니다. 작 중에서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주는데다 주인공의 회상이라는 전개 방식 자체에도 궁금증을 생기게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살인자의 왕에선 사건이 하나 끝날 때마다 보이는 '살인의 왕'의 독백, 마음 속을 그려냅니다. 그 독백은 진짜 사이코패스라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할 정도로 소름끼치고, 현실감 있게 묘사됩니다. 이 독백을 읽으면서 독자는 머릿 속으로 쉽게 싸이코패스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주인공은 능력을 제외하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학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의 왕은 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립을 그려냈고, 이 덕분에 독자는 소설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쇄 살인마와 초인의 대결이라면 현실감을 느끼기 힘들겠지만, 어디에서나 볼만한 학생이 연쇄 살인마를 쫓는다면 더 감정이입이 쉽지 않겠습니까?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현실성을 띄게 하여 독자는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 살인자의 왕을 독자를 끌어들이고 궁금하게 하여 뒷 내용을 강제로 읽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글입니다. 덤으로 한 화가 50원이더군요.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인데도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추리소설같은 글이 취향이신 분이라면 보시고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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