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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6 ruryrury
작성
09.12.16 17:39
조회
2,964

작가명 : 윤현승

작품명 : 뫼신사냥꾼

출판사 : ...

2007년, 윤현승님의 뫼신사냥꾼을 읽고 사적인 곳에 끄적였던 감상입니다. 하얀 늑대들 이야기를 보니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 옮겨봅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속권은 나오지 않았지요. 하지만 윤현승님께 중독되어버린 한 독자는 포기할 수가 없어서 지금도 이렇게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이라 부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얀 늑대들 못지 않게 좋아하는 작품이라 감상을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혹여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니 너무 큰 돌만 던지지 말아주십사 부탁드려 봅니다.

※ 미리니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

Attached Image

요즈음의 장르소설은 이야기만 있는 것 같다. 작가는 그저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바빠서 그 안에 독자의 자리는 없다.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있지만, 그것을 들어줄 독자를 다룰 줄 모른다.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종착점을 향해서 작가 혼자 열심히 달려가는 것 같다. 나는, 독자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함께 달려주지는 않는다.

뛰어난 작가는 독자와 함께 한다. 저기 멀리 도달해야 할 곳이 있고,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그곳까지 나를 능숙하게 데려간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도록, 때로는 미끼를 흔들고 때로는 눈을 가리고 때로는 뒤에서 슬쩍 밀어주면서. 나는 유원지에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처럼 그가 보여주는 세상에 취하고 그 즐거움에 푹 빠져 기뻐할 뿐이다.

이야기는 화자와 청자가 함께 할 때 성립하는 것이다. 혼자 떠들어 봐야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면 청자와 하나가 될 줄 알아야 한다. 화끈하게 눈길을 끌고, 관심을 모으고,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들다가, 슬쩍 애태우고, 살그머니 복선을 깔고, 안타까운 암시를 던지고, 꽝 터뜨리고, 능숙하게 정리해 내야 한다. 청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어제 윤현승님의 '뫼신사냥꾼'을 읽었다. 오랜만에 진짜 이야기꾼을 만난 기분이었다. 최근 장르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나는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책 속에는 작가의 독백만이 있을 뿐, 독자의 자리는 없었기에 함께 달려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작품과 나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갭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뫼신사냥꾼은 그렇지 않았다. 몇 장 넘길 때부터 나의 시선은 책장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세 귀신의 슬픈 이야기 경연 부분에서는 이미 책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세희와 함께 포효를 터뜨렸고, 서리에게 정을 붙이고 말았으며, 솔이에게 여성을 느꼈다. 이야기꾼 윤현승님이 1권 끝이라고 선언한 그 페이지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먹귀였고 세희였으며 이야기를 듣는 아이였고, 또한 이야기꾼과 한몸이었다.

밀고, 당기고, 맺고, 끊으며, 숨기고, 드러내고, 늦추고, 몰아치고... 그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 줄 알고 있었다. 독자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뫼신사냥꾼의 세계에 초대받은 아이였다. 오로지 나를 위해 준비된 그 세계에서,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창조된 그 세상에서, 마음껏 뛰놀았고 마음껏 울고 웃었다.

지금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그 세상에서 빠져 나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찬찬히 되짚어보면 완전무결한 작품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난 완벽하게 그 세계와 하나였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꾼 윤현승님의 덕분이다. 이렇게 오늘 난 또 하나의 세상을 갖게 되었다.


Comment ' 11

  • 작성자
    幻首
    작성일
    09.12.16 18:28
    No. 1

    글쎄요. 후속편이 나온다는게 공공연한 사실이긴하지만,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을 뿐더러(뉘앙스는 있지만), 뫼신사냥꾼이란 타이틀로써 독자적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뫼신(임의로)이란 시리즈의 첫 부분으로 발단 혹은 전개의 초반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후속권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극히 떨어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적인 색체를 더하면서 한국적 판타지를 지향하려는 의도였던 듯 싶으나, 소재나 사건 등이 너무나 일본적인 소재가 아니었나란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 만화를 전혀 접하지 못한 사람에겐 신선한 소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다지 신선하지 못한 소재에 그다지 신선하지 못한 전개만 보여줬으며 그나마 내용도 미완에 지나지 않습니다.
    윤현승이란 네임벨류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보면 필력도 그렇게 우수한가란 생각도 해보긴 합니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몰입도가 높으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상권 후반부부터 하권 초반부까지의 식상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6 ruryrury
    작성일
    09.12.16 18:46
    No. 2

    네^^; 제가 그렇게 평가한다는 것이지 다른 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것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지만 굳이 논의의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을 듯 하네요. 각자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면 될 듯 합니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뫼신사냥꾼은 윤현승님의 초기작 흑호의 리메이크이며, 뉘앙스 수준이 아니라 확실히 후속편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3부 완결 예정이었지요. 그게 더 이상 나오지 못한 것은 대원의 탓일 뿐, 윤현승님께는 단 1g의 책임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스마일즈
    작성일
    09.12.16 19:26
    No. 3

    듣기로는 뫼신지기 라는 후속작을 준비중이었다고 들었는데.. 언제 취소된건가요..;;
    뫼신사냥꾼 읽은지 2년 가까워져 오는거같은데 아무 소식이 없어 이상하다 싶었건만..;;

    개인적으로 윤현승님은 라크리모사가 제일 재밌더군요. 장편보다는 짧고 긴박하게 쓰는 글이 필체에 어울린다고 생각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ruryrury
    작성일
    09.12.16 19:44
    No. 4

    스마일즈님/
    당시 대원에서 장르소설 레이블 2종류를 창간하고 많은 작품을 펴냈습니다. 아키타입과 일리아드죠. 뫼신사냥꾼은 아키타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펴내던 대원이 어느날 갑자기 두 레이블을 폐쇄하고, 거의 모든 작품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계약된 곤륜, 소병전기, 무림객잔 등의 중국무협 작품과 구환님의 쾌도난마 같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출간이 중지되었죠. 뫼신사냥꾼도 그 피해작 중 하나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覺醒
    작성일
    09.12.16 21:28
    No. 5

    저게 뫼신사냥꾼 표지인가요?

    지금까지 본 표지중 최고네요-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天劉
    작성일
    09.12.16 22:16
    No. 6

    더스크 워치 2부하고 뫼신 후속작은 언제 나올지...-_-
    아, 이럴 땐 진짜 출판사 테러하고 싶어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C1149th
    작성일
    09.12.16 22:45
    No. 7

    저도 소병전기와 머메이드 사가, 뫼신은 친구와함께 공동으로 구입했었는데 안 나와서 짜증냈던 기억이..

    그런 비사가 있었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시약
    작성일
    09.12.16 23:12
    No. 8

    윤현승님의 글을 읽다보면,
    역시 윤현승님! 이라고 느낄 때가 참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윤현승님의 글을 하얀늑대들을 처음으로 봤지만, 다른 작품들도 보게 되었고, 이 뫼신사냥꾼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 솜씨가 너무도 대단해, 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리하이트
    작성일
    09.12.17 00:04
    No. 9

    윤현승님 최고의 작가분
    이분이 쓰시는 책이라면 설명도 필요없이 무조건 읽습니다.
    그리고 후속작은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쓰신다구 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9.12.17 11:03
    No. 10

    윤현승님은 여전히 계몽주의 코드를 안고 가실련지...
    필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계몽주의, 모더니즘적인 주인공의 가치관을 볼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나머지는 다 만족인 데... 주제의식과도 통하는
    주인공의 가치관은 항상 넘기 힘든 벽이었죠.
    제가 너무 바라는 게 많다는 말이겠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단테
    작성일
    09.12.18 17:02
    No. 11

    더러운 대원 그런주제에 장르문학을 출판하고 있으니 --;

    아어 더러워서원

    골든노블 편집장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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